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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서울 하늘 미세먼지 악화 책임이 트럼프에 있다고?

중앙일보 2018.11.20 00:30 종합 24면 지면보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 2.5 기준)가 지난달 15일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나쁨' 상태를 보였다. 당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한반도로 미세먼지가 유입된 데다 한반도 상공에서도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축적됐다”며 한·중 복합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지리적 특성상 중국 대륙에서 날라온 미세먼지가 계절에 따라 최대 70%를 차지할 때도 있지만, 한반도 내부에서 뿜어내는 자생적 미세먼지의 폐해도 크다. 결국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한·중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의미다.

환경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방독면 퍼포먼스가 있었다.

환경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방독면 퍼포먼스가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세계 6위 사망요인이자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미세먼지는 이제 모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 근심거리가 됐다. 미세먼지와 황사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제17기 한·중 대학생 녹색봉사단(Green Corps)에 합류해 기자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서부 쿠부치 사막으로 달려가 함께 나무를 심은 이유다. 국제교류재단 주최, 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 대표 권병현 전 주중대사) 주관으로 치른 이번 대장정에서 인상적 장면을 뽑아 소개한다.
한중 녹색 봉사단에 참여한 양국 대학생들이 중국 시안에서 한당 시대 전통 복장을 입고 특별 공연을 했다.

한중 녹색 봉사단에 참여한 양국 대학생들이 중국 시안에서 한당 시대 전통 복장을 입고 특별 공연을 했다.

 ①한·중 대학생들의 세계시민교육 토론=5일 오후 시진핑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 도착한 첫날 밤. 한·중 양국 대학생 단원들은 환경·문화예술·홍보기획·인적교류·미디어 등 5개 팀으로 나뉘어 밤늦게까지 호텔 방에서 치밀하게 토론 논리를 가다듬었다. 기자는 미디어 팀에 멘토로 참여했는데 양국 학생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뜨거웠다.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은 지난 6일 중국 시안공정대학에서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주제로 토론했다.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은 지난 6일 중국 시안공정대학에서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주제로 토론했다.

 6일 시안 공정대학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양국 단원들은 한·중이 아니라 각각 미국의 정부·시민·기업·시민단체(NGO)·언론과 유엔 등의 역할을 맡아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를 주제로 열띤 공방전을 펼쳤다. ''가상 역할극 토론'이었다.

 장한결 단원(연세대 신학과)은 미국 정부 입장에 서서 "미국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를 통해 환경보다 경제발전과 일자리를 더 원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환경보호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미국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탄보톈(이하 중국 단원은 시안공정대 소속) 단원은 미국 시민 자격으로 "트럼프 정부는 파리 기후 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환경 보호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미국 기업들은 이익 때문에 환경 보호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조해준(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단원은 미국 기업 입장에서 "친환경적 녹색 소비보다는 오염 유발 기업 제품을 소비하는 미국 시민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양국 관계자들이 나무 심기 행사를 벌였다. 장세정 기자

황사 발원지인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양국 관계자들이 나무 심기 행사를 벌였다. 장세정 기자

 위안아오 단원은 시민단체 자격으로 미국 정부·기업·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승현(중앙대 글로벌금융학) 단원은 미국 주류언론을 대변해 "뉴욕타임스 등은 트럼프 정부의 환경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는 게 문제다. 미국 시민단체는 기업의 금전적 지원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정나영(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 단원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완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외신들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중국 경제 성장률 하락-->중국 정부의 환경 단속 완화--> 중국 기업의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배출 증가-->한반도에 미세먼지 피해 증가' 시나리오를 보도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기업 환경 규제 완화를 초래해 한반도 미세먼지를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기업 환경 규제 완화를 초래해 한반도 미세먼지를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말 주재한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외부 환경에 심각한 변화가 생겨 경제의 하향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이 입힌 타격을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이에따라 중국 정부가 수출 감소에 따른 국내 경제 성장률 하락 등 악영향 상쇄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기업에 대한 환경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부장은 지난달 말 "환경 보호를 구실로 공장 조업을 긴급 중단하는 일률 금지 등 조폭적 행위를 피하라"고 주문했다. 게다가 중국 환경 당국은 수도 베이징 일대 26개 도시의 PM2.5 감축 목표를 지난해 5%에서 3%로 내년 3월까지 완화했다.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8일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 '인간 녹색 장성'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장세정 기자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8일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 '인간 녹색 장성'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장세정 기자

 이날 종합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자처한 왕궁웨이 단원은 "미국의 환경 정책에 대한 시민·언론·시민단체·유엔 측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구·환경·자연·생명체에 사과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2020년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깜짝 선언'해 토론장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②쿠부치 사막에 나무 심기=단원들은 시안에서 12시간 동안 밤 기차를 타고 쿠부치 사막이 있는 네이멍구 자치구 다라터치(旗·행정 단위)로 이동했다.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지난 7일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 포플러 나무를 심고 있다.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지난 7일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 포플러 나무를 심고 있다.

 지난 7일 현지에서 합류한 베이징시 공청단 소속 단원들과 한국 단원들은 2~3m 간격으로 1~1.2m 깊이로 구덩이를 판 뒤 1.5m 정도 자란 3년생 시모니 포플러 묘목을 함께 심었다. 나무가 잘 자라길 기도하면서 정성스레 물을 주고 땅을 단단히 밟아 다졌다.
 김호걸 미래숲 중국본부 주임은 단원들에게 "열 그루를 심는 것보다 한 그루를 심더라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영수 미래숲 조림팀장은  "식수 1년 뒤 활착률은 85~90%이고 4~5년 뒤에는 65~70% 생존한다. 죽은 자리에는 계속 새 나무를 심는다"고 설명했다. 언덕을 오르다 구르면 다시 기어 올라가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시지프스)처럼 포기 없이 나무를 심는다는 얘기다. 
권병현 전 주중대사(왼쪽)와 천창이 베이징시 공청단 부서기가 '녹색장성 만들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권병현 전 주중대사(왼쪽)와 천창이 베이징시 공청단 부서기가 '녹색장성 만들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천창이 베이징시 공청단 부서기는 "환경이 민생이고 푸른 산과 푸른 하늘이 행복"이라며 "오늘 사막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면 그것은 희망 하나를 심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③네이멍구 석탄발전소와 탄가루 날리는 트럭들=한쪽에서 열심히 나무를 심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는 불편한 장면들도 목격했다. 다라터치 남쪽에 몰려있는 탄광에서 석탄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사막 옆 도로에 석탄가루를 날려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
중국 네이멍구 다라터치에서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장세정 기자

중국 네이멍구 다라터치에서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장세정 기자

 다라터치 중심가로 들어가는 길에 보니 중국화넝(華能)그룹의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5-6개 굴뚝에서 뿌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베이징·톈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였다. 여기서 뿜어내는 미세먼지가 황사와 함께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갈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나무만 심어서는 푸른 하늘을 만들기에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각에서 "내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 의제에 미세먼지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 있어 보였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인 발전용 석탄을 실어나르는 네이멍구의 대형 트럭들. 장세정 기자

중국발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인 발전용 석탄을 실어나르는 네이멍구의 대형 트럭들. 장세정 기자

 ④서우두강철 공장 폐쇄 부지에 들어선 겨울 올림픽 조직위=다시 12시간 기차를 타고 도착한 베이징의 하늘은 의외로 맑고 푸르렀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에 이어 2022년 열리는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푸른 하늘 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일례로 베이징 시내 서쪽에 있던 서우두 강철 공장 가동을 2005년부터 중단하고 2015년까지 발해만에 인접한 허베이성 탕산으로 이전했다. 8만여 평방미터 부지에 2016년 행정타운을 조성해 겨울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입주했다. 지난 9일 찾아간 현장은 베이징의 798 미술 거리처럼 변신해 있었다. 부지 한쪽에는 겨울 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 정책으로 폐쇄된 서우두강철 공장 자리가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했다. 장세정 기자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 정책으로 폐쇄된 서우두강철 공장 자리가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했다. 장세정 기자

이번 일정 중에 만난 루루이청(陸瑞成) 시안공정대 교수는 "중국인들의 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각급 정부는 대기오염 목표지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간부들은 징계 처분을 받는다"며 "중국은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넘어 생태환경을 중시하는 고품질 발전을 추구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중국 현장 몇곳을 둘러보니 중국의 미세먼지 정책은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국민 건강을 위한 과감한 정책 의지는 한국 정부가 배울만했다.
 권혁대 미래숲 중국본부장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쿠부치 사막의 동쪽 끝에 2006년 10월부터 방사림·방풍림을 조성해 '한·중 우호 녹색장성'을 만들어 왔다"며 "한·중 청년소년 뿐 아니라 산림청·임업진흥원·경기도·SK·대한항공·이마트·BC카드·GKL·쌤소나이트·현대차 등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올해까지 3000헥타(축구장 6000개)에 약 1000만 그루를 심었다"고 소개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 정책으로 폐쇄된 서우두강철 공장 자리가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했다. 장세정 기자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 정책으로 폐쇄된 서우두강철 공장 자리가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했다. 장세정 기자

 권병현 전 주중대사는 대장정 기간에 양국 녹색봉사단원들에게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됐지만 환경을 파괴해 이제 지구는 이제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나무를 계속 많이 심어 사막에 '녹색장성'을 만들고 중단 없이 사막화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줄곧 독려했다.   

 우직하게 산을 옮긴 우공이산(愚公移山) 일화처럼 권병현 전 대사가 만든 사단법인 미래숲(한중문화청소년협회) 주도로 10여년째 중단없이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어왔다. 이런 '현대판 우공의 뜻'에 공감한 한·중 양국 대학생 녹색봉사단원들은 이번 대장정 기간 내내 한목소리로 "지구를 지키자. 하나로·미래로·푸르게"를 외쳤다.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 포플러를 심은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중국 쿠부치 사막에서 포플러를 심은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시안·쿠부치·베이징=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중국 쿠부치 사막에 포플러를 심고 있는 장세정 논설위원

중국 쿠부치 사막에 포플러를 심고 있는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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