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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어택] 한 바퀴 남았으니 막판 스퍼트를

중앙일보 2018.11.19 00:35 종합 28면 지면보기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지구력이 중요한 스포츠 경기에선 페이스 조절이 승패를 가른다. 실패할 경우 좋은 기록을 낼 수 없거니와, 경우에 따라선 중간에 경기를 접어야 한다. 경기 초·중·종반, 어떻게 힘을 나눠쓸지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캐나다의 스포츠 사이언스 저널리스트인 알렉스 허친슨은 지구력과 인내력, 인간의 한계를 탐구한 책 『인듀어(Endure)』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에 들어 800m, 1마일(약 1.6㎞), 5000m, 1만m 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거의 모든 선수는 놀라운 만큼 일정한 페이스 조절 패턴을 보인다. 그들은 하나같이 초반에 빠르게 치고 나온 뒤, 경기 후반까지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했다.’(103쪽) 허친슨은 육상만 예로 들지만, 수영·사이클 등 시간 계측 경기는 대개 비슷한 패턴이다.
 
운동을 지속하면 근육이 요구하는 만큼의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근육에 피로물질이 쌓인다. 그러다 결국 운동을 멈추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허친슨은 놀라운 현상을 찾아냈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선수 대부분은 마지막 바퀴에 가속을 붙여 기록 수립에 성공한다. 허친슨이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1920년 이후 육상 5000m와 1만m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선수들 가운데 66명이 마지막 바퀴에서 가장 빠르거나 두 번째로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105쪽)고 한다. 마지막에 속도를 높이는 현상을 ‘막판 스퍼트’라고 부른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 힘이 남는다면 그 역시 ‘페이스 조절 실패’다. 마지막에 남은 힘을 다 쏟아내는 것이 기록도 세우고 페이스 조절에도 성공하는 길이다.
 
이 얘기를 꺼낸 건, 그렇다, 연말이라서다. 2018년 1월 1일,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힘차게 한해를 출발했다. 처음 사흘간 의욕이 지나쳐 오버 페이스를 우려했지만, 역시 ‘사흘마다 마음을 다잡는(作心三日)’ 놀라운 페이스 조절로 도중에 지쳐 쓰러지는 일 없이 11개월을 보냈다. 스포츠 기자로서 올 한 해는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한여름 러시아 월드컵 본선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취재 등으로 쉽지 않은 레이스를 펼쳤고, 얼마 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까지 마쳤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올해도 마지막 한 바퀴(12월)만 남겨뒀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둘이다. 막판 스퍼트를 하든지, 후회하든지. 독자 여러분의 2018년 레이스가 어땠는지, 그 결승선이 어딘지는 제각각이겠지만, 부디 모두 막판 스퍼트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12월 31일 밤, 다들 자신만의 ‘신기록’을 받아들고 흐뭇한 표정 짓기를 기원한다.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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