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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명수 대법원장, 왜 특별재판부 반대했나

중앙일보 2018.11.19 00:29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병주 사회팀 차장

문병주 사회팀 차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근 큰 결단을 내렸다.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까지 가세해 주장해 온 특별재판부에 대해 대법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한 달 가까이 고심했다는 의견서가 제출되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특별재판부 도입 반대 의견을 밝힘과 동시에 서울중앙지법에 형사합의부 3개가 늘어났다. “법원 관련 사건에서 연고관계 등에 따른 회피 또는 재배당의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할 재판부로 새로 생긴 형사합의부가 결정됐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과거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자들이 없는 재판부 중 무작위 전산배당을 통한 결과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판사들 사이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직 부장판사와 춘천지법에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것만으로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건 무리다. 하지만 배석판사인 임상은 판사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부급’이다. 현재의 검찰 수사와 재판은 이 연구회 문제에서 비롯됐다. 양승태 사법부가 이 연구회의 활동을 위축시키려 했다는 내용이 발화점이 돼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수사로 번졌다. 사건의 피해자 입장인 셈이다.
 
또한 임 판사는 지난 3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서울중앙지법 대표 중 한 명으로 뽑혀 관련자들 처벌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왔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만든 재판부에 ‘피해자’로 볼 수 있는 판사를 인사 내고, 그 판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재판을 맡게 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특별재판부 도입을 지지하며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법농단 사건의 용의자, 피의자 또는 피해자인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에 기초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설치 반대 의견서에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사건 무작위 배당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 배당은 적어도 마지막 반대 근거를 스스로 저버린 조치다. 이 때문에 “차라리 변협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이 재판하는 특별재판부가 낫겠다”는 비판 앞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반대한 이유가 헌법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는지, 재판부 구성 권한을 남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보혁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였는지 다시 궁금해진다.
 
문병주 사회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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