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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거제 ‘깡통 주택’ 1년 새 2배로

중앙일보 2018.11.19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직장인 이모(45)씨는 2016년 1월 경남 거제시 A아파트 전용 85㎡를 3억2000만원에 샀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했다. 자금은 전세보증금 2억6000만원을 끼고 5000만원을 대출받아 마련했다. 자기자본은 1000만원. 이씨는 그해 말 2억7000만원에 다른 세입자를 들였고, 전세금 상승분 1000만원은 빚 갚는 데 썼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 가격은 2억5000만원 정도다. 그는 “전세 만기가 코앞인데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경남·충청지역 아파트값 급락
경제 위축에 주택 공급과잉 겹쳐
집 팔아도 전세금도 못 빼줘
세입자 “길거리 나앉나” 발동동

#경남 창원시 진해구 D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박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경매로 넘어간 이 아파트가 최근 낙찰되면서 전세금 4000만원을 떼이고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몰려서다. 은행 등 채권자의 청구액은 9600만원인데 낙찰액은 5000만원 정도다. 박씨는 확정일자도 받아 놓지 않은 후순위 임차인인 탓에 은행 등이 돈을 나눠 가져가면 한 푼도 못 받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집값 하락으로 지방 주택시장에서 ‘깡통’ 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값이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합한 금액 밑으로 떨어진 ‘깡통 주택’과 전세 만기나 경매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셋집’이 늘면서다. 주로 조선 등 기반산업 침체를 겪는 경상권과 주택공급 과잉 현상이 심한 충청권에서 나타난다. 실제 이들 지역 집값은 2016년부터 줄곧 내림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거제시는 최근 2년 새 아파트값이 28.3%, 전셋값은 33.3% 급락했다. 같은 기간 창원·통영·포항·충주 집값도 10% 넘게 하락했다. 김해시 무계동 S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2년 전 집값이 1억5000만원, 전셋값이 1억3000만원이었는데 현재 매매가는 1억1000만원 선이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내주려면 집을 팔아도 2000만원 모자란 셈이다.
 
집값 낙폭이 큰 창원·거제에선 금융기관의 담보금액보다 낮은 값에 팔리는 경매 매물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가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의뢰해 경매로 낙찰된 창원·거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중 낙찰가격이 채권청구액보다 낮은 건수를 분석한 결과다. 창원은 지난해 62건에서 올해(1~11월) 138건, 거제는 33건에서 92건으로 1년 새 2~3배가 됐다. 이 중 임차인이 있는 물건도 30% 안팎으로 조사됐다.
 
현재 전세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아파트도 나온다. 감정가가 1억8200만원인 거제 상동동 B아파트는 유찰을 거듭하다 이달 초 전셋값(1억1000만원)보다 낮은 9300만원에 낙찰됐다.
 
이 같은 현상엔 지역경제 침체와 수급 불균형 등이 맞물려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지방은 지역경제가 위축돼 구매력이 감소한 상태에서 공급이 쏟아져 집값 내림세가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지방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22만50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7.1% 늘었다. 2016년보다는 32% 급증했다. 경남의 경우 2013~16년 평균 2만 가구 수준이던 입주물량이 지난해 4만 가구로 급증했다. 올해는 3만5000가구가 입주자를 맞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물량이 늘고 금리가 오르면 집값 하락 압력이 커져 지방 다른 지역으로 깡통주택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금융지원 등 세입자와 집주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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