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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없는 맨다리로 겨울 나는 새 … 비밀은 동맥·정맥 열교환 그물망

중앙일보 2018.11.19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디지털 기획] 3분 과학 
황새 세 마리가 눈 밭 위에 외발로 서 있다. 발 하나를 품 안으로 감추는 것 또한 겨울철 찬바람에 노출된 다리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EPA=연합뉴스]

황새 세 마리가 눈 밭 위에 외발로 서 있다. 발 하나를 품 안으로 감추는 것 또한 겨울철 찬바람에 노출된 다리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EPA=연합뉴스]

가을도 막바지. 나뭇가지가 앙상해지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벌써 겨울이다.  사람이야 추우면 두꺼운 옷을 입으면 그만이지만, 동물은 어떻게 추위를 이겨낼까.  
 

동맥·정맥이 가닥가닥 얽혀있어
동맥의 뜨거운 피가 정맥 데워
환경 따라 체온 조절하는 밸브도

흔히 보는 도심의 비둘기는 겨울에도 가냘픈 맨 다리, 맨 발로 아스팔트를 누비는 데 추운 기색이 없어 보인다. 물속에 발을 담그고 지내는 오리는 또 어찌 겨울 얼음판에도 무사할까.
 
새의 다리는 뛰어난 ‘열 교환기’겸 ‘체온 조절기’다. 미국 듀크대학 동물학과에서 1975년 일찌감치 연구를 했다. ‘차가운 물속에 잠긴 오리 다리에서의 열 손실(Heat loss from Ducks’feet immersed in cold water.)’이라는 논문이 그것이다.
 
새 다리 속 혈관은 동맥과 정맥이 가깝게 붙어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특정 부분에서는 동맥과 정맥이 여러 가닥으로 나눠져 그물처럼 얽혀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온도차가 있다면 열을 주고 받기 좋은 구조다. 겨울철에 악수할 때 ‘손이 참 따뜻하구나’하고 느껴 본 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열 교환, 즉 열을 주고 받은 증거다.  
 
‘손이 차갑구나’라고 느끼면 열을 빼앗긴 것, ‘손이 따뜻하구나’라고 느끼면 열을 얻은 것이다.
 
조류의 경우 심장에서 나온 뜨거운 피가 동맥을 따라 흘러 내려가다가 다리에 와서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정맥에 열을 빼앗긴다.  
 
이렇게 온도가 내려간 피는 발에서부터 정맥을 따라 올라오면서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동맥에 열을 얻어 심장으로 들어간다. 새의 몸 안에서 뜨거운 피는 차가워지고, 차가워진 피는 다시 뜨거워지는 순환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다리 속 동맥과 정맥이 나란히 붙어있지 않아 열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찌 될까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쉬워진다. 뜨거운 피가 식지 않고 다리를 지나 외부에 노출된 발까지 내려간다면, 추운 겨울에 체온을 많이 빼앗기게 된다. 또 그렇게 차가워진 피가 심장으로 바로 올라간다면, 체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새 다리 속 동맥에는 ‘밸브’가 있어 피의 흐름을 느리게 또는 빠르게 조절할 수도 있다. 외부 환경에 따라 다리의 온도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듀크대 논문은 ‘영하의 날씨에도 새 다리와 발의 피부 조직이 얼지 않는 것은 체온이 섭씨 0도 이상 유지될 수 있도록 피의 흐름이 증가하기 때문이며, 실험을 통해 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적고 있다.
 
그래도 ‘얼음과 닿는 새의 발바닥은 어떻게 동상에 걸리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새의 다리와 발은 비교적 딱딱한 조직으로 돼있어 더운 피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다. 발을 움직이는 근육은 다리의 위쪽 따뜻한 곳에 몰려있다. 부드러운 조직, 움직이는 조직일수록 에너지, 즉 열이 더 많이 필요하다.
 
새의 체온은 종류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높은 40도 정도다. 학계에 따르면 진화의 과정 속에서 다리 속 혈관을 이용한 열 교환 등의 방법으로 체온 유지에 뛰어난 새들이 더 많이 살아남으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경희대 동물생태학연구실의 이진원 박사는 “추운 지방에 사는 조류일수록 다리 속 동·정맥의 그물망이 더 정교해 열 교환을 더 잘할 수 있다”며“이 외에도 발로 가는 혈류 조절과 피하지방에서의 생리학적 방어 기작 등으로 추운 겨울에도 잘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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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