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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는 시니어의 지방이주가 늘어나는 이유

중앙일보 2018.11.18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14)
2007년 퇴직 대열에 들어선 단카이 세대와 청년세대의 지방 이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도쿄 유락쵸에 있는 귀향지원센터는 지방 이주를 지원하는 NP0 법인이다.
 
귀향지원센터는 단카이 세대가 퇴직 후 지방에서 생활기반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귀향지원센터의 방문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상담 건수도 월 1000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지방 이주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일본 지자체가 수도권 고령자와 청년을 유치하기 위한 열정적인 노력 때문이다. 최근에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자체를 찾아 직접 상담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이주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쿠시
사쿠시에서 발표한 이주 촉진 지원 계획 안내문. 주택을 짓거나 구입 할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나가노 사쿠시 홈페이지]

사쿠시에서 발표한 이주 촉진 지원 계획 안내문. 주택을 짓거나 구입 할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나가노 사쿠시 홈페이지]

 
나가노 현 사쿠(佐久)시는 이주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다. 사쿠시는 일조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길고, 연중 맑고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아사마산과 타테시나산의 웅대한 모습, 광대한 전원풍경, 지쿠마강의 맑은 물 등 대자연에 둘러싸여 경관이 수려하다. 사쿠시는 수도권에 1시간 30분 만에 접근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최근 JR 동일본과 제휴해 사쿠시로 이주를 추진하는 50세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신칸센 운임을 할인해주고 있다.
 
사쿠시는 2008년부터 다른 지역의 이주 희망자에게 지역의 임대나 매매 주택정보를 담은 ‘빈집뱅크’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백 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2012년부터 현지엔 이주와 교통 상담원, 도쿄에는 이주 추진직원을 배치해 이주자를 유치하고 있다. 사쿠시의 빈집 실태도 조사하고 빈집뱅크에 등록해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사쿠시는 2008년부터 다른 지역의 이주 희망자에게 지역의 임대나 매매 주택정보를 담은 빈집뱅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빈집뱅크 사이트에 등록된 집들. [사진 나가노 사쿠시 홈페이지]

사쿠시는 2008년부터 다른 지역의 이주 희망자에게 지역의 임대나 매매 주택정보를 담은 빈집뱅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빈집뱅크 사이트에 등록된 집들. [사진 나가노 사쿠시 홈페이지]

 
사쿠시는 일본 최고 수준의 지역의료체제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보건예방 활동으로 전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장수마을이다. 1인당 의료비는 전국평균보다 20% 낮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수명도 다른 지역에 비해 길다. 사쿠시에는 방문 진료 서비스로 유명한 사쿠종합병원이 있다.
 
사쿠종합병원은 2014년 3월 구명·구급 의료와 고도 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사쿠의료센터를 개업했다. 지역의 의료체계는 다른 지역의 이주자가 정착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쿠시는 개업의와 진료소, 입원설비가 있는 중핵병원, 고도 의료를 실시하는 의료 센터가 역할을 분담하면서 지역 완결형 의료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자체가 지방 이주에 관심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 이주 전략은 2025년 도쿄권의 의료 간병문제에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도쿄권엔 노후에 간병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고,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 지자체는 이주자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맞물려 있다.
 
일본창생회의는 2025년 도쿄권에 고령자가 급증할 경우 의료 간병시설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고령자의 지방 이주를 제안했다. '지역·사람·일 창생기본방침 2015'의 정부정책도 고령자의 지방 이주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그러한 정책적 근거는 도쿄 거주자 중 50대 남성의 절반 이상(50.5%)이 지방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2014년 18~69세 1200명 조사결과). 50대와 60대 남녀의 약 30%가 장래 도쿄권의 의료·간병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 이주를 계획하거나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도쿄 거주자 중 50대 남성의 절반 이상이 지방 이주를 희망하고 있고, 5~60대 남녀의 약 30%가 의료 간병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 이주를 계획하거나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도쿄 거주자 중 50대 남성의 절반 이상이 지방 이주를 희망하고 있고, 5~60대 남녀의 약 30%가 의료 간병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 이주를 계획하거나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일본 정부는 이러한 고령자의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 이주를 지원하고 있다. 도쿄권 고령자의 지방 이주는 ‘윈윈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고령자는 의료 간병시설의 여유가 있는 지방에서 건강하고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지자체에는 이주자 유치를 통해 인구와 소비가 늘어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하는 장점이 있다. 장래 고령화 문제로 신음할 도쿄를 을 살리고, 현재 피폐하고 있는 지방을 재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고령자의 다양한 개인 사정 때문에 실제로 이주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50대 남성의 절반 이상이 이주를 희망하지만, 구체적인 이주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퇴직 후 장래의 막연한 꿈을 말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지방 이주를 계획하거나 검토하겠다는 사람은 20% 이하다. 지방 이주 적령기인 60대가 되면 이주 희망자는 더욱 감소한다. 정년퇴직을 앞둔 남성이 지방 이주를 선택하고 있지만 가족의 반대와 다른 방해요인 때문에 점차 이주 시기를 늦추고 있다. 실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60대 전반의 시니어는 해당 연령층의 0.5% 수준이다. 도쿄권의 60대 전반 시니어층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전국 평균에 가까운 0.4% 정도다.
 
고령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키타 현이 고령자 이동 상황을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자. 정년퇴직한 시니어 세대(60~74세)는 약간 전입 초과현상을 보였다. 75세 이상 고령자는 전출초과 현상을 나타냈다. 65세 이상 시니어의 60%는 가족과 동거하기 위해 이동했다.
 
가족과 동거 외에 요양시설 입소나 질병 요양 등의 이유도 있었다. 대도시에서 살다가 정년퇴직 후 본가와 농지를 유지 관리하거나 부모 간병을 위해 고향으로 U턴하는 시니어도 있었다. 즉 은퇴세대는 일시적으로 U턴 현상을 보이지만, 75세 이상 고령자는 자녀나 손자와 동거하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하기 위해 다시 대도시로 회귀하는 것이다.


지방의 중심도시, 젊은 세대 유입 증가
도쿄 시부야 거리. 지방의 젊은 세대가 도쿄에 집중하는 현상이 지방쇠퇴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pxhere]

도쿄 시부야 거리. 지방의 젊은 세대가 도쿄에 집중하는 현상이 지방쇠퇴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pxhere]

 
지방의 젊은 세대가 도쿄에 집중하는 현상이 지방쇠퇴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교외 지역에서 지방의 대도시로도 젊은 세대가 이동하고 있다. 센다이시와 후쿠오카시의 지역 중심도시는 도쿄보다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집중되고 있다. 
 
대도시 생활을 원하는 젊은 세대가 떠난 지방의 교외 지역에는 고령자만 남게 된다. 지방 교외 지역에 사는 고령자는 나이가 들면서 간병이 필요하거나, 생활이 곤란해지면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녀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인구이동 현상이 반복되면서 지방은 계속 피폐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의 많은 지자체는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니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지자체는 기후, 주거환경, 고용환경, 의료체계 등 보유한 자원과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차별화된 지역 특색 메뉴를 개발하는 지자체도 많다. 그러나 아직 많은 지자체는 이주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언급한 통계에 나타난 것처럼 지방으로 이동하는 고령자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시니어의 이주 희망을 과대하게 평가하지 않고, 냉정하게 파악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정된 인구를 놓고 무작정 경쟁적으로 시니어를 유치하기보다 지자체가 보유한 자원과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장기적으로 상주인구가 줄어도 지역의 존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획기적인 발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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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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