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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의 함정에 빠진 CEO 구해줄 '악마의 변호인'

중앙일보 2018.11.18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34)
확증편향이 강한 CEO일수록 책임 회피를 한다. 사후 확증편향적 발언은 책임 전가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확증편향이 강한 CEO일수록 책임 회피를 한다. 사후 확증편향적 발언은 책임 전가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확증편향이 강한 CEO일수록 제품 및 사업 개발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없이 일을 추진하려고 한다. 사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처음부터 왠지 이 결정이 찝찝하더라”며 책임 회피를 한다. 사후 확증편향적 발언은 책임 전가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책임 전가를 당하는 상대방은 억울함과 모멸감을 느끼며 회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거두는 치명적 문제점을 낳는다. 자그마한 스타트업으로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야 하는 구성원들 간에 신뢰와 애정이 무너진다는 것은 더 이상의 사업을 운영해 나가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CEO의 확증편향 막아주는 기록 남기기
『넛지』의 저자이자 노벨상 수상가인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교수. 리처드 탈러 교수는 확증편햐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기록 남기기'를 권유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넛지』의 저자이자 노벨상 수상가인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교수. 리처드 탈러 교수는 확증편햐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기록 남기기'를 권유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명 저서인 『넛지』의 저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이런 확증편향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기록 남기기’를 권유하고 있다. 제품 및 사업 개발의 예측 및 가정 설정과 이에 대한 구성원의 동의, 그리고 그 결과를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무엇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검토하면서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기록을 보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원인을 파악해 개선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확증편향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이란 구성원들 사고방식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같은 이슈를 놓고 다르게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의견을 내고, 똑같은 성장 배경을 갖고 있고, 똑같이 사고한다면 서로에게 배울 것이 없다. 배울 것이 없으면 제품과 사업 개선의 여지도 많이 줄어든다.
 
CEO의 의견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은 CEO에게 큰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의사 결정권자가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전 구성원이 끊임없이 이견을 제시해야 한다. 수평 문화를 장려하지 않고 수직 문화에 익숙한 한국에서는 매우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끊임없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면 반대 의견만 제시하는 역할을 특정인에게 부여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CEO의 의견에 이견이 없다는 것은 CEO에게 큰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구성원이 이견을 제시해야 하며, 리더가 가장 나중에 의견을 내도록 하여 구성원 각자가 독립적으로 이견을 기록하고 구성원과 공유해 확증편향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CEO의 의견에 이견이 없다는 것은 CEO에게 큰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구성원이 이견을 제시해야 하며, 리더가 가장 나중에 의견을 내도록 하여 구성원 각자가 독립적으로 이견을 기록하고 구성원과 공유해 확증편향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리더가 가장 나중에 의견을 내도록 하면 리더의 의견에 모두 따라가는 집단사고의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특히 구성원 각자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기록하고 이를 동료들과 공유하게 해 집단사고에 의한 확증편향을 방지하도록 한다.
 
A/B 테스트(두 개의 변형 A와 B를 사용하는 종합 대조 실험)를 통해 각각의 가정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검증해 가는 것도 편향적 시각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나친 낙관주의와 오만이 만날 때 최악의 결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 과정을 수행하는 이유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책임을 묻기 위함이 아니라 열린 마음을 갖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데 있다. 이를 구성원 전체에 천명하고 관련된 언행을 CEO를 비롯한 최고위층이 지속해서 보여줘야 한다. 이견을 제시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갈등을 불러오기 때문에 CEO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으면 많은 구성원이 “정말 귀찮네. 그냥 결정해 버리면 안 돼”라고 저항하기 쉽다.
 
지나친 낙관주의와 검증에 필요한 수고를 등한시하는 게으름이 오만함과 만날 때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다. ‘네가 뭐 그렇지’, ‘네가 얼마나 잘 났다고’, ‘네가 해 봤자 어림도 없어’ 등의 경멸과 무시의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결국 모두 입을 닫고 회사가 망하건 말건 리더가 하라는 대로 하다 퇴사를 하게 될 것이다.
 
겸손은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세다. 제대로 된 제품 개발팀은 자신의 성공이 필연적이라고 과신하지 않는다. 자신이 충분히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고객이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증거를 끊임없이 찾아내려고 한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그 증거는 잘못됐다는 비판을 기쁘게 감수해 내려면 ‘내가 최고’라는 오만을 내려놓고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
 
『에고라는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그는 새로운 것을 거들떠보지 않는 오만함을 버리고, 배운 것을 실제 적용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칭기즈칸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저자 Ryan Holiday)]

『에고라는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 그는 새로운 것을 거들떠보지 않는 오만함을 버리고, 배운 것을 실제 적용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칭기즈칸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저자 Ryan Holiday)]

 
『에고라는 적』의 저자인 라이언 홀리데이는 칭기즈칸은 정복이라는 업적을 쌓은 건 끊임없이 배우려는 겸손과 개방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것을 거들떠보지 않는 오만함을 버리고, 배운 것을 실제 적용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칭기즈칸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내가 너보다 잘 났어’라는 생각으로는 누구에게 배운다는 것이 힘들다. 겸손해야만 더 배울 의지를 유지할 수 있다. 더 배우지 않고 성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이 겸손을 유지하기는 참 힘들다. 성공이라는 실적을 주변 사람들이 띄워주기 시작하면 그는 가진 것 이상으로 뽐내기 시작한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배운다는 자세는 과시하는 삶에 위배되는 자세다. 겸손하기에 배울 수 있고, 배우기에 겸손할 수 있다. 특히 부를 어느 정도 이룬 중장년층이 배우려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해 무시도 당하고, 창피하기도 하며, 자존심이 상하기도한다. 그래도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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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상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필진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 창업의 길은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합니다. 만만히 봤다가 좌절과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그 창업은 돈이 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소용돌이치는 기업 세계의 시대정신은 스타트업 정신입니다. 가치, 혁신, 규모가 그 키워드입니다. 창업에 뛰어든 분들과 함께 하며 신나는 스타트업을 펼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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