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랜스젠더 추모문화제 "더 이상 희생되지 맙시다"

뉴시스 2018.11.17 20:07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김병문·이윤청 수습기자 = "얼마 전에도 사랑하는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이 흔하게 있습니다. 남은 우리는 더 이상 희생되지 맙시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 빼곡히 모인 시민들 앞에 김겨울 트랜스젠더해방전선 대표가 마이크를 잡자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시민들은 침묵으로 연대의 뜻을 보냈다.



오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을 앞두고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트렌스젠더·퀴어 인권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서 문화제를 열었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활동가 라라는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혐오범죄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며 "국내 공식 통계는 없지만 학교와 직장, 가정, 군대 등에서 공기처럼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 세아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제가 원하는 성별과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서류상으로 사용되는 이름은 성별 정체성과 상관 없는 이름"이라며 "성별 정정 신청을 했지만 '부모동의'가 필요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아는 "우리들 중 마음 놓고 병원 또는 관공서를 찾을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되느냐"며 "보이는 성별과 주민등록번호에 나오는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곳에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국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트랜스해방전선 공보팀장 데이빋은 "우리는 단순히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그 혐오에 지지않고 스스로 지키기 위해 1분1초를 투쟁하고 버티고 있다"며 "종종 극단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제발 어떻게든 꿋꿋이 살아남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150여명의 성소수자와 시민들이 참석했다. 희생된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때이른 겨울 추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대부분은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이태원역 인근 트랜스젠더 대상 영업소를 따라 행진한 뒤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로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또다른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인 '조각보'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촛불추모제를 열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 하늘은 "부모들의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며 "여러분들은 존재 자체로 귀하고 사랑스럽다. 여러분들의 눈믈을 조금이라도 닦아드리고 싶다. 축복한다"는 말을 건넸다.



40명여의 시민과 성소수자들이 촛불을 든 채 모인 이날 추모제에서는 희생된 트랜스젠더 지인들을 추억하고 트랜스젠더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읽는 시간도 마련됐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1998년 11월28일 미국에서 트랜스여성인 리타 헤스터(Ritta Hester)가 증오범죄에 의해 희생당한 것을 계기로 1999년부터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관련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newkid@newsis.com

dadazon@newsis.com

nowest@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