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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입자의 원금 사랑, 무지일까 귀차니즘일까

중앙일보 2018.11.17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19)
가입자와 사용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나 몰라라'하는 게으른 운용 태도를 금융감독원이 지적했지만 이는 어찌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고, 사업자는 노력하지만 가입자가 꿈쩍하지 않는 경우일 수도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가입자와 사용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나 몰라라'하는 게으른 운용 태도를 금융감독원이 지적했지만 이는 어찌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고, 사업자는 노력하지만 가입자가 꿈쩍하지 않는 경우일 수도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올 3월 금융감독원이 낸 보도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20년 2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2017년 기준 1.88%로 저조한 것은 가입자와 사용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데다 ‘나 몰라라’하는 게으른 운용 태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사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다. 즉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은 맞는데 운용을 어찌해야 할지 모를 수 있고, 사업자는 노력하지만 가입자가 꿈쩍도 안 할 수 있어서다.
 
가입자 90%, 운용 대상 바꾸지 않아
이 보도자료의 내용 가운데 자산운용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운용지시 변경에 관한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사업자에게 반드시 운용지시를 해야 한다. 원리금 보장 상품이든 실적배당형 상품이든 운용 대상을 말해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운용지시를 한 이후 90% 이상이 이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표 <적립금 운용지시 변경 여부> 참조). 가입할 때 정한 적립금운용방식을 하루에도 수시로 변화하는 경제 상황과 투자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열에 아홉은 그냥 처음의 지시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립금 운용지시 변경 여부. 처음 운용지시를 한 이후 90% 이상이 수시로 변화하는 경제 상황과 투자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처음 지시대로 유지하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제작 유솔]

적립금 운용지시 변경 여부. 처음 운용지시를 한 이후 90% 이상이 수시로 변화하는 경제 상황과 투자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처음 지시대로 유지하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제작 유솔]

 
둘째는 운용상품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별로 보면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은행은 2개 정도만 운용하고 나머지 금융기관은 1개가 약간 넘는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은 은행은 거의 없고 금융투자기관만 3개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적립금 운용대상 상품 수> 참조). 결국 원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합친 적립금 운용대상 상품 개수는 많아야 3개(금융투자회사)가 채 안 된다.
 
적립금 운용대상 상품 수. 운용상품의 수 또한 매우 적은 것이 문제다. 결국 원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합친 운용대상 상품 개수는 많아야 3개가 채 안 된다. [출처 금융감독원, 제작 유솔]

적립금 운용대상 상품 수. 운용상품의 수 또한 매우 적은 것이 문제다. 결국 원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합친 운용대상 상품 개수는 많아야 3개가 채 안 된다. [출처 금융감독원, 제작 유솔]

 
금감원 보도자료는 자산운용의 최소한의 원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퇴직연금은 세계적 저금리 기조에 따라 원리금 보장상품에만 운용하라는 것도, 무작정 장기투자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투자환경은 늘 변하기 때문에 처음에 바람직한 투자전략을 세우고, 이를 적절한 타이밍에 변경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가입자들 대부분 가입 당시에만 운용 대상을 지시하고, 이후론 거의 방치해 두고 있다.
 
금융회사별 운용 상품 수 많아야 3개
이는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만드는 것이 목표 원금 보전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투자환경이 변해도 처음부터 투자한 원리금 보장상품을 끝까지 가지고 가면서 물가상승률보다 못한 금리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니 운용상품 수는 겨우 1개 조금 넘는 수준밖에 될 수 없다. 자산운용의  제1수칙인 분산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면 크고 작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기자가 취재한 사회 초년생 금융상품. 사회 초년생을 위한 상품은 금융사별로 다양하지만 퇴직연금 운용상품은 겨우 1개가 조금 넘는다. 가입자들은 제대로 된 교육과 제도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중앙포토]

어느 기자가 취재한 사회 초년생 금융상품. 사회 초년생을 위한 상품은 금융사별로 다양하지만 퇴직연금 운용상품은 겨우 1개가 조금 넘는다. 가입자들은 제대로 된 교육과 제도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도대체 퇴직연금은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은 이래선 도저히 안 되겠다며 가입자들 스스로 각성하고, 공짜 점심은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 스스로 발로 뛰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나 대신 누가 운용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주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무엇인가 잘못돼 있다. 퇴직연금을 규정하는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에서 근로자의 주도권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파생된다. 왜냐하면 근로자는 개인이고 기관은 조직이기 때문에 애초에 균형적인 제도운용이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가입자들은 제대로 된 가입자 교육부터 요구해 보자.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
 
김성일 (주)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ksi28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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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필진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고령화하는 나라입니다. 100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산을 연금화해 오래 쓰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제는 앞으로 수 년 내 직장인의 가입이 의무화될 뿐 아니라 모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개방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선 우리의 퇴직연금제에 해당하는 401K 도입으로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후생활의 안착을 책임질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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