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정숙, 순방때 치매시설 찾아 "엄마 생각난다" 말한 속사정

중앙일보 2018.11.17 06:00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일정이 있다. 바로 장애인, 치매 요양병원 등의 복지시설 방문이다. 이 일정은 주로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을 대신해 소화한다.
 
"참 예쁘게 그리시네요…" 
문 대통령의 아세안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 여사는 지난 14일 ‘퀑 와이 시우’ 요양병원을 찾았다. 김 여사는 부채에 나뭇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던 노인들을 보고는 “참 예쁘게 그리신다. 저도 그려보겠다”며 함께 어울렸다. 김 여사는 이어 “순방 때마다 각국 노인 요양시설을 가보면 환자들의 사회활동 기간을 늘려 치매 속도를 늦추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좋은 방향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꽝와이시우 요양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노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꽝와이시우 요양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노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동행한 청와대 관계자에게 김 여사가 요양병원에 관심이 많은 이유를 물었더니 “모친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그것 때문에 각국의 요양시설에 관심이 많고 순방 때마다 방문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해외 순방 '필수' 코스
지난 7월 싱가포르 방문 때엔 김 여사는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의 부인인 호칭 여사와 함께 발달장애인 시설인 ‘이네이블링 빌리지(Enabling Village)’를 방문했다. 김 여사는 GPS와 연동해 치매 노인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장비를 보고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정말 마음이 놓이겠어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되니까 노인들 치매성으로…”라고 말했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는 리설주 여사와 평양 유일의 어린이 종합병원인 옥류 아동병원을 방문했다. 김 여사는 아이들에게 “아프지 마라.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라고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해 어린이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해 어린이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던 북한이 정상 방문 때 이런 시설을 공개한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특히 리설주 여사와 함께 해당 시설을 함께 둘러본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변화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달 유럽 순방 때도 프랑스 자폐아 특수학교와 벨기에 치매 전문 요양시설을 방문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월 1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 에꼴 자폐아 특수학교를 방문해 현황을 들은 뒤 질문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월 1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 에꼴 자폐아 특수학교를 방문해 현황을 들은 뒤 질문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김 여사는 프랑스 ‘노트르 에꼴(Notre Ecole)’을 방문해서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적인 면이 있어서 자폐가 있는 가족이 있으면 체면 때문에 숨기고 싶어 하는 게 있었지만 이제 그런 아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캠페인이 필요할 것 같다”며 “한국도 빠르게 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벨기에 ‘드 윈거드’ 시설을 둘러봤을 때는 예정됐던 45분을 훨씬 넘긴 1시간 25분간 현장에 머물기도 했다. 김 여사는 “사실 어르신들이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고 고통을 받으며 한국의 경제를 일으키셨다”며 “그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국가가 죽음을 맞거나 함께 살거나, 노년을 보내면서 인간적으로 인격을 보호받으면서 보낼 수 있게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김 여사는 치매 환자가 색상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설명을 들은 뒤에는 “치매 환자가 기억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색감의 차이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아까 그 사진으로 본 순간 갑자기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엄마에 대한 그걸 잘 이해를 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짓는 김정숙 여사를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짓는 김정숙 여사를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여사의 집안, 다시 말해 문재인 대통령의 처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과거 선거 유세 때 “(나는) 인천의 사위다. 아내가 강화도 출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 정도다. 그의 자서전 『운명』에는 “1980년 아내와 장인어른의 강화도 농장에 놀러 갔을 때 처가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형사들에 체포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장모는 강화도에 땅을 가지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 포목점을 운영해 번 돈으로 1965년 강화에 농장을 샀다고 한다. 장인은 1988년 별세했고, 장모는 현재 중증 치매 환자로 요양원에 있다.
 
"대통령 된 사위도 못 알아보고…"
지난해 12월 김 여사는 서울 강북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묻는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김 여사는 노인들과 대화를 하다 “저희 친정어머니도 저희 언니를 먼저 보내고 많이 우울해 하셨다. 그러다 치매에 걸리셔서 대통령 된 사위도 못 알아보시고 저도 못 알아보신다”며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서울 강북노인복지관을 방문해 한선하 생활 관리사(오른쪽)로부터 독거노인 상담 중 어르신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서울 강북노인복지관을 방문해 한선하 생활 관리사(오른쪽)로부터 독거노인 상담 중 어르신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는 “이렇게 통화를 하고 있으려니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난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그래도 이렇게 전화 통화라도 잘할 수 있는 걸 뵈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모친은 알츠하이머 증세 발현 초기, 병원이 치매 치료약이 아닌 비타민 약을 잘못 처방해 치료 시기를 놓쳐 현재 주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중증으로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