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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공연의 새로운 맛

중앙선데이 2018.11.17 02:00 610호 24면 지면보기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음식에 제철이 있듯, 공연에도 제철이 있다. 같은 공연도 어떤 시즌에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다. 2018년이 한달 남짓 남은 지금부터는 어떤 공연을 보아야 제격일까. 한 해를 보내는 송구영신의 계절엔 좀 더 특별한 의미가 담긴 무대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바로 평상시엔 볼 수 없는, 오직 연말시즌에만 찾아와 우리의 쓸쓸한 마음 한구석을 훈훈한 온기로 채워주는 특별한 공연들이다. 
 

연말시즌 훈훈하게 장식하는 무대들

7년 만에 만나는 애니와 샌디
뮤지컬 ‘애니’

뮤지컬 ‘애니’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대표적인 송년 뮤지컬 ‘애니’를 7년 만에 다시 올린다(12월 15~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06년 초연 이래 2011년까지 4회에 걸친 재공연 모두 관객 점유율 80% 이상을 달성했던 인기 가족뮤지컬이다. 해롤드 그레이의 ‘작은 고아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가 원작으로, 브로드웨이에서도 1976년 초연 이래 83년까지 총 2377회 연속공연 흥행 기록과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대본상·음악상·안무상 등을 휩쓴 바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희망을 간직한 유쾌한 고아 소녀와 떠돌이 강아지의 순수한 우정 이야기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절정에 달한 요즘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샌디’ 역으로 온순한 성격의 대형견이 실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샌디’는 스타 모델견 출신의 골든레트리버 ‘달봉이’로 낙점됐다. 커다란 눈망울에 순한 표정, 감성이 풍부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이다. 고아원을 탈출한 애니가 거리에서 경찰이 끌고 가려는 떠돌이 개를 자신의 개 ‘샌디’라고 부를 때, 몇 초간 망설이던 ‘샌디’가 애니에게 반갑게 안기는 감동의 명장면을 놓치지 말자. 한편 억만장자 워벅스 역의 박광현, 고아원 원장 해니건 역의 변정수 등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스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열전도 볼거리다.  
 
전세대 아우르는 떼창 커튼콜, ‘광화문 연가’
뮤지컬 ‘광화문연가’

뮤지컬 ‘광화문연가’

국민적 사랑을 받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불후의 명곡들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11월 2일~2019년 1월 20일 디큐브아트센터)도 지난해 단 4주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신화를 기록하며 ‘연말 대표 뮤지컬’로 등극했다. 젊은 여성 관객이 대부분인 뮤지컬 주요 관객층을 뛰어넘어 전세대가 하나되는 객석이 특징이다.  
 
임종을 앞둔 주인공 ‘명우’(안재욱·이건명·강필석)가 마지막 1분 동안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구원영·김호영·이석훈)의 도움으로 자신의 젊은 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첫사랑 회상이 남성들의 로망을 건드리는 듯, 결국 소중한 추억은 따로 있다는 ‘여심 저격’ 코드로 마무리된다. 1막 엔딩의 ‘그녀의 웃음소리뿐’ 대합창은 작곡가에게 보내는 장엄한 송가로 울리고, 남녀노소 일제히 기립해 특별 제작된 리릭스틱을 흔들며 국민가요 ‘붉은 노을’을 떼창하는 커튼콜도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이번 시즌 새롭게 추가된 ‘빗속에서’‘장군의 동상’‘저 햇살 속의 먼 여행’ 등의 곡이 돋보이고, 공연중 오케스트라 피트가 무대 위치까지 올라오며 환상의 세계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연출도 색다른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한편 요즘 뮤지컬계에서 가장 핫한 음악감독 김성수 등 ‘광화문 연가’ 음악팀에게 공연 직전 이영훈의 노래들을 직접 배워보는 보컬클래스(11월 22일·12월 4일 디큐브아트센터 연습실) 등 관객을 위한 다채로운 특별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문의 02-2633-4560)
 
볼쇼이냐 마린스키냐,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전세계에서 가장 전통적인 송년 레퍼토리 공연이라면 단연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호두까기 인형’은 ‘고전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와 ‘발레 음악의 아버지’ 표트르 차이콥스키 콤비에 의해 탄생한 클래식 발레의 교과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따뜻한 스토리에 정통 클래식의 정제된 아름다움까지,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다. 올해는 원전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을 맞는 해라 더욱 뜻깊은 무대가 될 예정이다.
 
한국 발레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12월 15~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유니버설발레단(12월 20~30일 유니버설아트센터)이 고전 발레 본고장 러시아의 양대 발레단인 볼쇼이와 마린스키 버전을 각각 재현한다는 점도 관전포인트다. 1986년 국내에 ‘호두’를 처음 선보인 이래 32년째 연속 매진을 기록중인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은 마린스키 원전에 충실한 가장 고전적인 무대다. 유니버설 특유의 화려하고 원색적인 의상과 무대, 수준 높은 칼군무가 돋보이고, 여주인공 클라라 역에 어린 무용수의 비중이 큰 것도 특징이다. 매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꿈나무들이 토슈즈를 갖춰 신고 고난도 테크닉을 소화한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의 선택은 볼쇼이의 살아있는 전설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동화 원작의 스토리텔링을 어른스럽게 재해석한 명품 무대. 유니버설 버전의 나무 인형 대신 기마 자세의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하는 ‘호두까기 인형’이 꿈 속 살아 움직이는 ‘인형’과 ‘왕자’로 변하는 3단 변신 시퀀스가 시그니처다. 평면적 무대장치를 만화경 들여다보듯 입체적으로 탈바꿈시키는 24명 발레리나의 눈송이 왈츠, 할리퀸의 높은 점프와 고난도 회전 등이 특유의 예술성을 과시한다.  
 
여중호걸의 재치 한마당, ‘춘풍이 온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국립극장 마당놀이도 연말연시 대표 효도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극단 미추에서 1981년 시작돼 30년간 대한민국의 겨울 여흥을 책임지다 2010년 막을 내렸던 마당놀이가 국립극장에서 2014년 부활해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것. 올해는 신작 ‘춘풍이 온다’(12월 6일~2019년 1월 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로 벌써부터 관객몰이 중이다.
 
풍자와 해학이 풍부한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이 원작으로, 기생 추월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탕진한 춘풍을 구하러 나선 '여중호걸(女中豪傑)'들의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번에도 마당놀이 특유의 ‘비틀기의 미학’을 살린 고전 각색과 매일의 뉴스를 반영하는 깨알 애드립의 향연으로 관객을 아우르는 재치 한마당을 기대해도 좋다.  
 
올해의 마당은 달오름극장에 펼쳐진다. 중극장 규모 무대 위 가설 객석을 설치해 한결 가까워진 마당에 둘러앉아 흥겨운 연희를 감상하는 마당놀이만의 매력을 이어간다. 공연 시작 전 엿팔기, 길놀이, 고사 등은 마당놀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허랑방탕 춘풍 역에는 이광복과 김준수, 지혜롭고 당찬 오목이 역에는 서정금과 조유아 등 국립창극단 간판스타들이 더블캐스팅되어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글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세종문화회관·CJ ENM·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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