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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는 책의 아이”

중앙선데이 2018.11.17 00:20 610호 31면 지면보기
책 읽는 마을 ⑮ 충남 사서 모임
충남교육청 산하 도서관 사서들의 독서모임인 ‘가치, 읽고 쓰고 만들다’ 회원들. 4년째 활동 중이다.

충남교육청 산하 도서관 사서들의 독서모임인 ‘가치, 읽고 쓰고 만들다’ 회원들. 4년째 활동 중이다.

도서관 사서가 책 좋아하는 사람의 꿈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적어도 충남 지역 사서들의 독서 동아리 ‘가치, 읽고 쓰고 만들다’ 회원들에게는 그렇다. 도서를 구입해 정리하는 수서(收書 )와 대출 등 기본 업무 외에 최근 부쩍 중요성을 강조하는 독서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책 표지만 살필 뿐 정작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었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책을 읽자, 두꺼운 책은 부담 될 테니 가벼운 책부터 읽어 나가자!

“사람을 책 속으로 끌어들이죠”
교육청 산하 8명 4년째 활동

 
2015년 결성된 사서들의 독서 동아리가 4년째 활동하는 이유다. 회원들은 충남교육청 산하 도서관 소속이라는 게 공통분모다. 가볍게 가자는 취지 대로 지난해에는 충남 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찾아 읽었고(논산의 박범신, 보령의 이문구, 공주의 나태주 시인 등이 있다), 올해는 그림책을 읽고 토론한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토론을 마친 책에 대한 독서활동지를 만들어 가까운 초등학교에 공급하는 일도 한다. 학교 선생님들이 독서 교육 시간에 활용할 수 있다.
 
각자 일하는 도서관이 떨어져 있다 보니 회원들은 서로의 도서관을 옮겨 다니며 독서 활동을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충남 경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2일이 그랬다. 영동고속도로 덕평 IC를 벗어나자마자 지척에 있는 이천의 독립서점 ‘오월의 푸른하늘’이 이날의 모임 장소였다. 건축을 전공한 최레오씨가 농가주택 외양간을 개조해 책과 음료를 팔고, 2명까지 서점 안에서 잠도 잘 수 있는 북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회원들은 같은 책을 읽고 발제·토론하는 기존 방식 대신 각자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을 자유롭게 소개하기로 했다.  
 
논산에 있는 충남 남부평생학습관에서 일하는 사서 전하나(34)씨가 먼저 나섰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책의 아이』에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올리버 제퍼슨, 샘 윈스턴 두 분이 만든 그림책인데요, 짧으니까 제가 한 번 읽어 볼게요. ‘나는 책의 아이, 이야기 세상에서 왔어요. 나는 상상의 힘으로 바다 위를 떠다녀요. 낱말의 바다를 여행하면서 물어보곤 하지요….’”
 
내용대로 그림책 삽화의 바다는 낱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피터 팬』 『걸리버 여행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의 문장들이 작은 활자체로 인쇄돼 있다.
 
전하나씨는 “아이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책의 아이가 바로 도서관 사서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고 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순서. 서산해미도서관의 사서 김민희(24)씨는 뜻을 알 수 없는 곤충들의 소리를 흉내낸 의성어가 나오는 그림책 『홀라홀라 추추추』를 권했다. “아이와 함께 곤충들의 대화 내용을 추측하는 놀이를 하면 재미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도서관 사서들이 생각하는 책과 독서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았다.
 
“독서는 지적 유희”(충남평생교육원 윤준구 사서), “한 사람의 책꽂이는 그 사람의 뇌”(충남 남부평생학습관 신보람 사서), “책은 창조 내지는 발견에 이르는 마중물”(서산해미도서관 한경석 관장), “책은 의무이자 일,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공주유구도서관 최윤진 사서), “책은 마음의 한 줄기 빛”(충남 평생교육원 신효정 사서). 이런 발언들이 나왔다.
 
회원들은 아침부터 오후 9시나 10시까지, 휴관일인 월요일에도 일해야 하고, 주말 출근조의 경우 일주일에 하루밖에 쉬지 못한다고 했다. 이용자 수 대비 사서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거라고 했다.
 
독서 모임은 그래서 더 귀하다. 청양도서관 윤병훈(46) 관장은 “도서관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바른 생각들이 정립되는 공간, 독서 모임은 그 공간을 책임지는 사서들의 생각 확장에 도움 되는 활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책 읽는 마을’은 제보를 받습니다. 중앙선데이 편집국(02-6416-3850) e메일(you.hyunji@joongang.co.kr) 또는 2018 책의 해 e메일(bookyear2018@gmail.com)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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