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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일곱살, 프로야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몸집이 쑥쑥 커졌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158만명이었던 연간 관중 수(포스트시즌 포함)는 올해 834만명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5개 스포츠 전문채널이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미디어에선 프로야구 관련 콘텐트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프로야구 시장 규모도 연간 5000억원대(2017년 금감원 공시 10개 구단 매출 기준)에 진입했다. 덩달아 선수 몸값도 껑충 뛰었다. 
  
16년간 122억원을 연봉으로 받은 김태균. 각종 계약금을 포함하면 몸값 총액은 143억원에 이른다. [연합뉴스]

16년간 122억원을 연봉으로 받은 김태균. 각종 계약금을 포함하면 몸값 총액은 143억원에 이른다. [연합뉴스]

 
올해 초 프로야구 등록 선수의 평균 연봉은 1억5026만원이었다. 지난해 30대 기업 중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S-OIL(1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 더 많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등록 선수(609명)의 27%인 164명. 최고 연봉을 받는 이대호(36·롯데)의 연봉은 25억원이다. 
 
원년인 82년 최고 연봉은 2400만원, 평균 연봉은 1215만원이었다. 36년 전과 비교해 물가가 3.6배 오르는 사이 선수 몸값은 12배(최고 연봉 104배)나 뛴 것이다. 2016년 KEB하나은행이 발표한 '코리아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부자(富者)'라고 부를 수 있는 자산 기준은 108억원(설문 응답자의 중간값)이다. 이제 프로야구 선수도 연봉만 잘 모으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SK 와이번스의 우승으로 치열했던 2018년 그라운드 위 승부가 마무리됐다. 이제 관심은 협상테이블 위 승부로 쏠린다. 치열하게 전개될 연봉 '밀당'에 앞서 82년부터 올해까지 선수들의 연봉 데이터를 분석해봤다. KBO와 각 구단이 공식 발표한 자료를 활용했다. 
 
 
누적 연봉 1위 김태균...16년간 122억원 벌어
  
2001년 데뷔한 한화 이글스 1루수 김태균(36)은 KBO리그에서 올해까지 16년 동안 연봉으로 122억1500만원을 받았다. 프로야구 누적 연봉 1위다. 평균 연봉(7억6344만원) 역시 가장 높다. 경기(1820경기)당 671만원, 안타(2029개) 하나당 602만원, 홈런(303개) 하나당 4031만원을 번 셈이다. 누적 연봉에 신인 계약금(1억6000만원)과 FA 계약금(20억원)을 합한 총액은 143억75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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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첫해 2000만원을 받은 그는 4년 차인 2004년 1억500만원으로 처음 억대 연봉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말에는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말린스와 3년간 계약금 1억엔, 연봉 1억5천만엔 등 총 5억5천만엔(당시 환율 약 70억원, 보장 금액)에 계약했다.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2년간 뛰며 50억원가량을 벌었다. 2012년 한화로 돌아온 김태균은 계약금 없이 연봉 15억원에 계약했다. 2015년 말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그는 계약금 20억원, 연봉 64억원의 계약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 연봉은 14억원이었다.  
  
누적 연봉 2위는 김태균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대호(36·롯데)다. 한국 무대에서 13시즌을 뛰면서 연봉으로 73억6900만원을 받았다. 평균 연봉 역시 5억6685만원으로 김태균의 뒤를 잇고 있다. 데뷔 첫해부터 맹활약하며 빠르게 연봉을 끌어올린 김태균과는 달리 이대호는 프로 무대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 억대 연봉에 진입한 것도 6년 차인 2006년(1억3000만원)이었다. FA 자격 취득도 김태균보다 2년 늦었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에서 5년간 활약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크게 높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고향 팀 롯데와 역대 FA 최고액인 4년 15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50억원, 연봉은 25억원이다. 이대호는 앞으로 2년 동안 50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누적 연봉 2위인 롯데 이대호. [뉴스1]

누적 연봉 2위인 롯데 이대호. [뉴스1]

 
1995년 데뷔한 이승엽, 연봉 가치는 85억원 
 
1995년 데뷔해 KBO리그에서 15시즌 동안 활약한 이승엽(42·은퇴)의 누적 연봉은 72억6000만원이다. 이승엽은 2004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기 전까지, 9년간 19억6000만원을 받았다. 일본에서 뛴 8년 동안 38억6000만엔(약 390억원)을 더 벌었다. 그리고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해까지 5년간 53억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누적 연봉과 일본에서 활약 당시 돈, 계약금을 다 합하면 약 480억원이 된다. 평균 연봉이 40억원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않고도, '야구 재벌'이 된 것이다. 이승엽은 서울에 수백억 원대 빌딩을 소유하는 등 재테크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은 시장이 평가한 선수의 '가치'다. 하지만 활동 시기가 다른 선수들의 가치를 연봉을 통해 직접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화폐가치, 시장의 크기 등에 따라 선수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활용하면 화폐가치의 변화를 알 수 있다. 가령 프로야구 원년인 82년의 1000만원은 현재 3838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이런 계산법을 적용하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누적 연봉 순위도 달라진다. 
 
 
1위는 여전히 김태균(131억원)이지만, 화폐가치로 환산한 연봉 2위는 이대호가 아닌 이승엽이다. 그의 환산 연봉은 85억5000만원이다. 실제 68억9700만원(4위)을 받은 김동주(은퇴)의 환산 연봉은 83억5000만원이다. 지난해와 올해 50억원을 받은 이대호의 환산 연봉은 79억2000만원으로 실제 연봉과 큰 차이가 없다.  
 
'가성비'는 양준혁이 으뜸
  
누적 연봉 1위부터 4위까지는 모두 타자다. 부상 위험이 높은 투수는 타자보다 활동 기간이 짧다. 고교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1군 무대에 적응하는 기간도 긴 편이다. 
 
투수 중에서 누적 연봉이 가장 많은 선수는 윤석민(32·KIA)이다. 13년간 66억15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2014년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가 1년 만에 돌아온 그는 2015년 KIA와 4년간 9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2억5000만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복귀 첫해 30세이브를 올렸지만 이후 3년은 어깨 부상으로 부진했다. 그는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승리 없이 8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되지만 4년 전과 같은 대형 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들은 FA 제도를 통해 최대 4년 치 연봉이 보장되는 장기 계약을 맺는다. 선수들의 연봉도 FA 계약을 통해 수직 상승한다. 그러나 KBO리그는 FA 자격을 취득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고졸 9년, 대졸 8년)이 길다. FA 계약 후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도 있다. 모든 고액 연봉자들이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만세타법으로 유명한 양준혁. 그는 '가성비'가 뛰어난 선수였다. [중앙포토]

만세타법으로 유명한 양준혁. 그는 '가성비'가 뛰어난 선수였다. [중앙포토]

  
대체선수대비 승수(WAR·스탯티즈 기준)를 활용하면 선수가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다. WAR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통계·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에서 선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특정 선수가 보통 선수보다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계산한 값이다. 
  
누적 연봉 30억원 이상을 받은 54명의 선수 가운데 WAR 1승을 올리는데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건 한화 투수 송은범이다. 금액이 높을수록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송은범은 16시즌 동안 WAR 17.28승을 기록하면서 연봉 35억원을 받았다. 1승을 더 올리기 위해 구단에서 송은범에게 지불한 연봉은 2억200만원이다. 정우람(1억8600만원)-조인성(1억8300만원)-김태균(1억8000만원)-윤석민(1억7700만원)이 뒤를 잇고 있다. 
 
화폐가치를 반영해 환산한 연봉을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계약금을 포함한 총액을 적용하면 차우찬(4억1600만원)-정우람(3억2200만원)-손승락(2억9900만원) 순으로 가성비가 떨어진다. 반면 양준혁(은퇴)-박석민(NC)-김현수(LG) 등은 1승을 올리는데 비교적 적은 연봉을 받았다. 양준혁은 환산 연봉을 기준으로 1승당 8000만원을 받았다. 박석민은 8400만원, 김현수는 89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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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FA 시장, 연봉상한제는 어떤 영향 미칠까 
 
1982년 최고 연봉은 박철순(OB)과 백인천(MBC)이 받았던 2400만원이었다. 90년까지는 연봉 상승률 상한제(25%)도 있어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 85년 데뷔한 선동열(해태)의 11년 누적 연봉은 8억9700만원에 그쳤다. KBO리그가 2000년 FA 제도를 도입하면서 선수 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FA 선수들 덕에 성적이 올라가면서 선수 영입 경쟁도 치열해졌다. KBO리그에서 계약금을 포함한 연봉 총액이 100억원 이상인 선수는 6명이다. 총액 100억원이 넘는 FA 계약을 맺은 선수도 3명(이대호 150억원, 김현수 115억원, 최형우 1000억원)이나 된다. 그동안 기량과 상품성이 뛰어난 스타들의 몸값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하방 경직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단들은 늘어나는 선수 몸값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각 구단의 선수단 운영비는 200억~400억원 수준이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선수단 운영비로 435억원을 지출했는데, 매출액 502억원의 86% 규모다. 결국 각 구단은 최근 '선수 몸값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과열 경쟁 양상을 띠던 FA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2015년 720억6000만원이던 FA 계약 총액(계약금+보장 연봉) 규모는 2016년 역대 최고인 766억2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703억원으로 한풀 꺾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631억5000만원으로 더 떨어졌다. 이미 KBO는 시즌 중에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액을 100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FA 계약 총액도 80억원으로 조정할 계획이었다. 선수들의 반대에 부딪혀 잠시 보류된 상황이지만 실행 의지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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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고액 연봉자, 그들은 누구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우승으로 이대호, 강민호, 김광현 등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중앙포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우승으로 이대호, 강민호, 김광현 등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중앙포토]

 
누적 연봉 30억원을 넘긴 선수는 지금까지 총 54명이다. 평균 49억8200만원을 연봉으로 벌었다. 신인 시절부터 거액 계약금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한 유망주 출신이 많다. 고졸이 33명, 대졸이 21명이다. 이들의 평균 신인 계약금은 2억1850만원이다. 대개 1차지명 또는 2차 1~2라운드 지명자가 받는 금액이다. 연습생(육성선수) 출신은 박경완(은퇴·52억300만원), 김현수(LG·39억4000만원), 손시헌(NC·32억3100만원) 3명 뿐이다. 
 
이들은 2000년 시행된 자유계약선수(FA) 제도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FA 계약금 평균이 24억7400만원이다. FA 계약을 3번 맺은 선수도 4명(조인성, 박경완, 정성훈, 양준혁)이나 된다. 
 
전체 54명 중 40명은 병역 면제를 받았다. 군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간 것이 고액 연봉자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된 것이다. 병역면제자 중 33명은 국제대회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병역 혜택을 받았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로 뛰며 혜택을 받은 선수가 10명씩으로 가장 많다. 
 
평균 활동 기간은 15.8년이다. 이호준(60억2700만원)이 23년으로 가장 길고, 박병호(31억3000만원)가 10년으로 가장 짧다. 연봉 1억원을 넘기는데는 평균 4.6년이 소요됐다. 13명은 일본 및 미국 프로야구 경험이 있다. 이승엽이 8년(일본)으로 가장 길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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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그래픽=임해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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