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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콘텐트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2018.11.16 00:37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지난 추석,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난리’가 났던 글이 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가 모 신문에 기고한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란 칼럼이었다.
 
김 교수는 그간 ‘정체성’을 화두로 촌철살인의 글을 써 왔다. 해당 칼럼에서도 추석에 친척들이 취직·결혼 같은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 질문을 하면 “추석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으로 답하라고 조언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NS에선 김 교수의 이전 칼럼을 찾아 다시 읽는 ‘정주행’ 현상이 벌어졌다. 칼럼 제목을 패러디한 ‘○○이란 무엇인가’란 포스팅이 봇물을 이뤘다. 가위 아이돌 팬덤 수준이었다. 햇수로 20년 ‘글밥’을 먹고 살아온 나도 쑥스럽지만 팬이 됐다. 3년 전부터 데이터저널리즘과 디지털 인터랙티브 콘텐트를 만들며 ‘콘텐트란 무엇인가’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은 신규 유튜브 채널 ‘씀’을 오픈했다. “민주당을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우리의 콘텐트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민주당은 이미 당명을 딴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독자 9300명에 누적 조회 수 407만 건으로, 자유한국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구독자 3만 명, 누적 조회수 1100만 건)에 뒤진다(15일 현재). 당 홍보소통위원장인 권칠승 의원은 기존 채널은 “편집이 안 돼 있고, 있는 그대로 하다 보니 가독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씀’으로 “‘오른소리’를 따라잡겠다”는 거다. 한데 궁금하다. 편집해 가독성만 높이면 충분한 걸까.
 
현재 ‘씀’에는 이해찬 대표의 ‘먹방’ 티저, 서울대 출신 의원 3인방의 ‘수능 꿀팁’ 등 영상 5개가 올라와 있다. 권 의원 말대로 편집에 품을 들인 티가 난다. ‘먹방’이나 ‘○○ 꿀팁’ 같은 영상이 젊은층에 인기가 있는 것도 맞다. 문제는 그래서 SNS 마케팅 좀 한다는 유튜버나 공공기관 태반이 이미 그런 류의 영상을 숱하게 만들어 왔다는 거다. 그들은 다 ‘대박’이 났을까.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중요한 건 콘텐트 그 자체가 아니라 ‘연결’이라고 강조한다. 콘텐트 사용자와 사용자, 제품과 제품, 기능과 기능을 연결하지 못하면 콘텐트에만 공들여 봤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거다. “콘텐츠는 귀신입니다. 콘텐츠는 당신이 고객들을 즐겁게 해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사용자가 기여하는 부분을 무시하게 만들죠.” (『콘텐츠의 미래』)
 
민주당은 ‘씀’과 국민을 어떻게 연결할까. 여당 대표의 ‘먹방’과 민생정책은 어떻게 연결될까. 콘텐트란 무엇인가.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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