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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식회계 논란 속 바이오 미래 싹까지 자르면 안 된다

중앙일보 2018.11.16 00:32 종합 30면 지면보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고의적 분식이었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시가총액 22조원의 코스피 시장 6위 기업 삼성바이오는 당장 매매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게 됐다.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결론이 날 때까지 투자자들의 돈은 묶이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자들의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인도 하락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도 우려스럽다. 최근 바이오 기업의 주요 고객인 글로벌 제약사들이 윤리성을 중시하는 추세여서 ‘분식회계’ 낙인이 해외 수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 일파만파
‘황우석 사태’ 와중에 주도권 뺏긴
줄기세포 잘못 되풀이하면 안 돼

삼성바이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처리였다”며 행정소송에 들어가기로 해 최종 결론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분식회계 여부는 논쟁거리지만 금융 당국의 행보에 대해서도 뒷맛이 개운찮다. 2016년 말 참여연대 등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을 때는 ‘문제없다’고 결론 낸 금융감독원이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는 대선 직전 특별감리에 착수해 결론을 뒤집었다. 180도 뒤바뀐 판단에 정치적 압력이나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제 막 자리 잡은 바이오산업의 위축 가능성이다. 바이오는 특성상 초기에 큰 리스크를 안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대규모 장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모험산업이다. 장기간 돈만 쏟아붓다 성공적 개발 하나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의 진폭이 크고, 자산 가치 책정이 어려워 종종 거품 논란이 일기도 한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각종 옵션 계약 같은 다양한 투자 기법이 동원되는 이유다. 이를 둘러싼 회계 처리도 애매하고 복잡해졌다.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경직된 회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초기 모험산업의 싹을 자르는 우(愚)가 될 수 있다. 보수적 회계 처리가 연구개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회계의 투명성 원칙을 지키면서도 산업 특성을 고려하는 회계·감리 운용의 묘를 기대해 본다. 국제회계기준도 여러 각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기업에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2005년 ‘황우석 사태’로 10년 가까이 암흑기에 빠졌었다. 규제가 강화되고, 투자와 산업 육성 정책이 대폭 줄며 줄기세포 주도권마저 미국·영국·일본에 넘겨준 아픈 기억이 있다. 이를 극복한 힘은 국내 기업의 적극적 기술 개발과 투자자들의 관심이었다. 지금은 삼성·SK·LG 같은 대기업까지 뛰어들며 바이오·제약산업이 국가 신성장 모델로 떠올랐다. 정부도 바이오 헬스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선언하며 한국의 세계 바이오 시장 점유율을 현재 2%대에서 2025년 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그러나 아직은 척박한 환경에서 겨우 싹을 틔우는 단계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싹이 결실도 보기 전에 분식회계 논란으로 시들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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