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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가는 광주형 일자리 … 광주시·한노총 사전합의 독 됐다

중앙일보 2018.11.16 00:31 종합 3면 지면보기
민주노총 울산본부,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울산본부,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반값 연봉을 지급하는 대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가 세 번째 마감시한도 지키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광주형 일자리 현실화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노총 “경영 참여, 특근비도 달라”
광주시에 협상 일임한다면서
현대차가 수용 못할 조건 제시
시·현대차 1박2일 협상 결론 못내

현대자동차와 광주광역시는 15일까지 1박2일 동안 광주형 일자리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이달 들어서 공식적으로 만난 것만 다섯 번째였지만 이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4일 자정쯤 광주시와 한국노총이 내놓은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이 “광주시에 현대차와의 협상을 일임하겠다”고 발표하자 광주형 일자리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4대 조건’이 문제였다. 광주광역시와 한국노총은 적정임금·적정노동시간·노사책임경영·원하청관계개선 등을 협상 일임의 조건으로 요구했다.
 
이번 협상과 관련이 있는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시가 추진하는 완성차 공장의 사업성에 의구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투자유치사업단 합의문은 ‘임금교섭과 납품단가를 연동하고, 적정 단가를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근로자 임금을 올릴 때 협력사 납품 단가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내용이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의 주주·이사회 입장에선 별개 기업인 협력사에 단가 인상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점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광주시 투자유치사업단은 또 ‘노사 책임경영’을 내걸었다. 기업 경영에 노동조합 참여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노동자이사제 운영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사회·경제 시스템이 다른 유럽 국가가 도입한 노동이사제를 문화적으로 괴리가 큰 한국에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노동자가 선임한 이사가 근로자 권익 보장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경영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노동시간이나 평균임금 등에 대해 노동계가 요구안을 바꾼 것도 걱정거리다. 애초 현대차가 투자를 검토했던 광주형 일자리 원안은 주 44시간 근무 시 근로자 초봉을 3500만원 수준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밤샘 회의에서 광주시 투자유치사업단은 주 40시간 근무 시 연봉 3500만원을 제시하면서 4시간 특근비 지급을 요구했다. 특근비는 통상임금의 150% 수준을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광주시 투자유치사업단은 5년 동안 단체협약을 유예하자는 제안도 뒤집었다. 공장은 설립 초기 수익보다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단체협약 유예는 초기 비용 지출을 축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 14일 광주시와 한국노총은 이와 같은 제안을 폐기했다. 이처럼 공장 운영의 핵심 사안이 달라지자 현대차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도 여전히 강력하게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고 있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14일 울산시청 앞에서 “우리가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고용·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겠다”고 총파업을 선언했다. 또 같은 민주노총 산하 기아차·한국GM·현대중공업 노조도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울산시청·검찰청·국회·현대차를 찾아 릴레이 항의·시위했다.
 
다만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은 법적으로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광주시와 현대차가 다시 합의점을 모색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법적으로는 노·사·민·정협의회가 추인한 투자협약서에 열거한 조항만 효력이 발생한다. 광주광역시는 이번 주말을 포함해 오는 18일까지 현대차와 실무 협의를 진행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차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은 사실상 난망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이 합의한 내용은 완성차 사업자 입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내용”이라며 “더 오래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해도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에 서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애초 국회는 15일을 정부 지원의 ‘마감시한’으로 제시했었다. 광주시는 협상 종료 시점으로 10월 31일과 11월 9일을 제시했지만 모두 지켜지지 못했다. 그러자 국회·여당은 현대차와 광주시가 15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 합의안을 제출할 경우 예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세 번째 마감시한이 지났지만 만약 광주시와 현대차가 다음주 중 합의안을 마련한다면 정부 지원을 이끌어낼 여지는 남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별심사는 이미 지난 12일 종료했지만, 각 중앙부처의 동의를 받을 경우 예산소위원회 심사를 받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일단 현대차와 합의할 경우 중앙부처 동의는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정수 조정 문제를 두고 대립하면서 예산소위원회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시간과 싸우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단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상황이다.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 예정일(11월 30일)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정부 지원 유도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정 수뇌부는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에는 노동계의 주장이 많이 녹아 있지만 신설 법인 설립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수정이 가능하다”며 “세계 최초로 추진하는 혁신적인 일자리 창출인 만큼 노사가 서로 양보하면서 대타협하자”고 제안했다.
 
◆광주형 일자리
광주광역시가 제안한 노사 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지방자치단체는 근로자의 주거·복지 등을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한다. 광주형 일자리의 최초 모델로 광주시는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완성차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1일 이 프로젝트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문희철·윤정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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