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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또 … 아파트 분양원가 깨알 공개 논란

중앙일보 2018.11.16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10여년 만에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다. 분양가와 집값 거품을 빼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원가 공개가 분양가 인하보다 주택 공급 감소 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토부, 공개 확대안 입법예고
공공택지 내 공공·민간주택 대상
공시항목 12개 → 62개로 규제 강화
“분양가 거품 빠져 집값 안정 기대”
일각 “주택 공급 감소 부를 우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공공·민간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리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6일 입법 예고한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공개되는 분양가 정보는 택지비·공사비·간접비·기타 비용 등 4개 부문 12개 항목인데, 이를 세분화해 62개로 늘린다는 것이다. 공사비의 경우 토목 분야를 토공사, 흙막이공사 등 13개로 늘리는 등 총 51개로 확대한다. 바뀐 법은 내년 1월 중 시행된다. 앞서 서울시와 경기도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원가공개 항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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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도입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총 61개)로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 인하 등을 기대하고 원가 공개를 추진했지만, 불과 5년 후인 2012년 12개로 공개 대상을 줄였다. 기업활동 자율성 침해, 주택 수급 악영향 등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은 사실상의 제도 부활로 볼 수 있다. 공개 항목도 노무현 정부 때보다 1개 더 늘어났다. 공사비 중 ‘오배수 및 통기설비’ 항목을 ‘오배수설비’와 ‘공조설비공사’로 나눈 영향이다.
 
정부가 원가공개 항목을 다시 늘리는 이유는 분양가와 집값 거품을 빼기 위해서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건설업체가 분양가에 과다한 이윤을 반영하기 힘들 것”이라며 “주택이 적정 가격으로 공급되면 국민의 주거 안정은 물론 전반적인 집값 안정 효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가공개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민주평화당 등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도 이런 입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뒤늦게나마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공사에 투입되는 공사비 내역서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된 처방”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주택·건설 관련 협회 관계자는 “분양원가를 밝히라는 건 휴대폰의 부품별 가격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아예 집을 짓지 말라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영업기밀이나 노하우가 노출돼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 건설 의욕이 떨어지고, 공급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안정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시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인하 효과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은 “인기 지역의 경우 ‘로또 아파트’만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 후 가격이 뛰면서 분양받는 사람만 시세차익을 얻는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부작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의 주택담당 임원은 “분양가 상승의 원인은 치솟는 땅값”이라며 “정부가 땅을 비싸게 팔아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게 해놓고, 이제 그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에서 땅값과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4년 전에는 3대 7 정도였지만, 지금은 6대 4 수준으로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원가가 공개되더라도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검증할지도 논란거리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 공사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항목이 많아 자칫하다가는 시공사와 입주자 간 소송만 남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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