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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중앙일보 2018.11.15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삼성바이오 거래 정지] 후폭풍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내고 검찰 고발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2015년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이 또다시 주목받게 됐다. 특히 이 사안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도 연결돼 있어 경우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 가치 높게 평가받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반영
그룹 지배구조와 연결되면 파장
합병 무효 소송 2심 영향 줄 수도

 
정의당이나 참여연대, 옛 삼성물산 주주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기본적으로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제일모직 주식 한 주당 삼성물산 주식 3주로 교환됐다는 얘기다. 당시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 평가를 받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은 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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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여주기 위해, 다시 말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런 조처를 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1, 2대 주주다. 이 부회장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 삼성전자 지분율이 0.57%에 불과했지만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확실하게 지배하면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었다. 삼성생명 지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 부회장이 당시 삼성생명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지분 23.2%)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축인 삼성물산 주식은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덕택에 이 부회장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확고해졌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당시 제일모직의 상대적 고평가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됐던 게 제일모직이 최대주주로 있었던 삼성바이오였다. 기업가치 반영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2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는 우량 회사로 평가 받으면서 모기업인 제일모직 가치도 덩달아 뛰어오르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증선위 결론에 따르면 결국 당시 제일모직의 가치도 부풀려졌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따라서 검찰이 수사 대상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배경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감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증선위의 감리 요청이나 외부 고발 또는 특별감리 요청이 있을 경우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감리에 착수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리 역시 이런 형태로 진행됐다.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은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0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증선위 판단을 참고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어진다. 만일 합병 무효 판결이 나오면 삼성그룹은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치러야 하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에도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다만 삼성 측에도 반격 카드는 있다. 행정소송에서 삼성바이오가 승리할 경우, 다시 말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증선위 판단이 뒤집어질 경우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해소된다.  
 
박진석·강기헌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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