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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칼자루를 쥐여 준 자

중앙일보 2018.11.15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한국당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전원책 해촉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비상대책위가 인적 쇄신의 동력을 잃었다는 우려 속에 계파 갈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둘러싸고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누가 누구에게 칼자루를 쥐게 하다는 표현이다. 이를 “칼자루를 쥐어 주다”라고 쓰는 사람도 있고, “칼자루를 쥐여 주다”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에게 인적 청산의 칼자루를 쥐어 줬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원책 변호사에게 전례 없는 권한을 주겠다며 그의 손에 칼자루를 쥐어 줬다”와 같이 사용하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
 
김 위원장이 전 위원에게 칼자루를 쥐게 하는 것이므로 ‘쥐다’ 대신 ‘쥐이다’가 와야 한다. ‘쥐어 줬던’ ‘쥐어 줬다’를 각각 ‘쥐여 줬던’ ‘쥐여 줬다’로 고쳐야 바르다. ‘쥐여(←쥐이어) 주다’는 ‘쥐다’의 사동사 ‘쥐이다’에 앞 동사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영향을 미침을 나타내는 보조동사 ‘주다’가 연결된 형태다.
 
사동사는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낸다. ‘먹다’의 사동사는 ‘먹이다’이다. “동생이 싫어하는 완두콩을 먹어 주었다”는 내가 완두콩을 먹는 주체다. “동생에게 완두콩을 먹여(←먹이어) 주었다”는 동생이 완두콩을 먹도록 하는 것이다. ‘먹다’는 주체가 직접 먹는 행위를 나타내고 ‘먹이다’는 다른 사람이 먹게끔 하는 주체의 행위를 나타낸다.
 
‘쥐여 주다’도 ‘쥐어 주다’와 구분해 써야 한다. “그는 등산 가는 친구의 손에 나침반을 쥐여(←쥐이어) 주었다” “그는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쥐여(←쥐이어) 주며 달래었다”의 경우 그가 직접 나침반과 사탕을 쥐는 행위를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친구와 아이)이 쥐도록 하는 것이므로 ‘쥐어 주다’가 아닌 ‘쥐여 주다’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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