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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계열사 고의 누락…공정위, 이건희 삼성 회장 고발

중앙일보 2018.11.14 12:00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기업집단 삼성의 전 동일인(총수)인 이 회장이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차명으로 보유하던 2개 회사를 누락한 행위를 적발하고서다. 이들 회사는 삼성과 인사 교류를 하고, 내부 거래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연합뉴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등의 자료를 제출받는다. 공정위는 삼성이 2014년 차명으로 보유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 등 2개 회사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삼우는 설계 전문회사로 지난해 매출 규모는 2126억원이다.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다.
 
1979년 설립한 삼우는 2014년 8월 분할 전까지 삼성그룹 소속회사인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실질 소유주였지만 외형상으로는 차명주주인 삼우 임원의 소유로 위장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삼우 내부자료 등에 삼성종합건설이 실질 소유주로 명기된 점, 차명주주들이 삼성의 결정에 따라 지분의 명의자가 됐지만, 지분 매입 자금을 삼성에서 지원받은 점 등이 근거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식 증서를 소유하지 않고, 배당도 요구하지 않는 등 실질 주주로서 재산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2014년 삼우를 설계부문과 감리부문으로 분할한 후 설계부문을 삼성물산이 인수할 때도 전 과정을 삼성물산이 주도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과 삼우 간에는 인사 교류도 이뤄졌다. 사실상 계열사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삼우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삼성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에서 얻으며 높은 이익을 거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삼우는 타워팰리스나 서초동 삼성사옥 등 삼성이 지은 대형 유명 건축물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의 설계를 전담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매출액 중 삼성 계열사와 관계된 게 45.9%에 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1년∼13년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얻은 매출 이익률은 19∼25%로 비계열사 매출이익률(-4.9∼15%)보다 현저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9일 제1소위원회를 열고, 삼성이 2000년 이후 세 차례나 허위 자료 제출로 제재를 받은 점을 고려해 이 회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삼우와 서영이 삼성의 소속회사에서 제외되면서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를 피하고, 다른 법령상 혜택을 누렸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고발과 함께 두 회사가 소속회사에서 제외된 동안 부당하게 받았던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차명주주 명의로 은폐된 대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를 적발해 제재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다른 대기업집단에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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