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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위원장 백록담 안에 헬기로 착륙, 가능할까

중앙일보 2018.11.14 03:30
지난 2016년 9월 백록담에 내린 학술조사용 헬기. [사진 제주도]

지난 2016년 9월 백록담에 내린 학술조사용 헬기. [사진 제주도]

"한라산에 헬기장이 없어서 걱정이 많다.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헬기장을 만들면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한라산에 데려가실 것이냐"고 묻자 나온 답이었다.

백록담 분화구 가로·세로 각각 600m·380m
물도 극히 일부만 차있어 헬기 착륙 공간 충분
대통령 전용헬기보다 큰 기종 네 차례 착륙 전례
겨울 방문이어서 폭설·강풍 등 기상조건이 관건

 
한라산 백록담에 물이 찬 모습. [사진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에 물이 찬 모습. [사진 제주도]

양 정상의 한라산(1947m) 방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주도가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 검토 중인 안은 백록담 분화구 안에 헬기가 착륙하는 안, 기존에 마련된 성판악 코스 착륙장에 헬기가 내리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다.  
현재로선 백록담 분화구 안 착륙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곳에 대통령 전용 헬기보다 더 큰 헬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백록담 밑에 있는 성판악 코스의 동릉 헬기 착륙장에 내리는 경우 최소 300~400m의 거리를 걸어 올라야 하는데 김 위원장의 건강 등의 상황에 따라 북측에서 이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어서다. 양 국가 원수 경호 등의 문제도 걸림돌이다.  
 
백록담 분화구 안은 가로·세로가 각각 600m, 380m로 넓다. 백록담 물은 그 중 극히 일부에만 차있거나 때론 아예 물이 없을 때도 있다. 대형 헬기가 착륙할 공간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실제 2016년 9월 진행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지형·식생·기후 기초학술조사'에서 헬기가 분화구 내부에 네 차례 착륙해 인력과 장비를 나른 적이 있다. 당시 헬기는 S-61N 기종(28인승)이다. 대통령 전용 헬기보다 길이가 30㎝ 더 길어 17.4m에 달한다.
 
지난 2016년 9월 백록담에 내린 학술조사용 헬기. [사진 제주도]

지난 2016년 9월 백록담에 내린 학술조사용 헬기. [사진 제주도]

다만 날씨가 변수다. 학술조사 헬기는 쾌청한 가을날 착륙했지만 김 위원장 답방은 겨울철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겨울철엔 강풍과 폭설이 잦아 헬기가 착륙할 만큼 좋은 날이 많지 않다. 또 높이가 고르지 않은 분화구의 특징 상 강풍이 불 경우 순간적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는 돌풍도 방해요소다. 겨울철 많게는 수십m씩 눈이 쌓일 수 있어 헬기 운행을 위해서는 날씨 운이 있어야 한다.
 
백두산 물과 한라산 물의 합수행사 가능 여부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백록담 분화구 내부 가장 낮은 지대는 화산 퇴적물중 입자가 굵은 스코리아(송이)층과 사질(모래 성분 토양) 퇴적층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물이 고였다가도 하루쯤 지나면 분화구 내부로 빠져 버린다. 평상시에도 백록담 만수를 보려면 한라산에 폭우가 내린 다음 날 정상을 찾아야만 잠시 볼 수 있다.
 
지난 10일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 제주도]

지난 10일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 제주도]

백록담 헬기 착륙 자체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백록담 분화구 안에 헬기가 착륙하려면 임시로라도 별도 인공 시설을 설치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고 남쪽 최고봉으로 상징성도 큰 백록담에 김 위원장의 한 차례 방문을 위해 그렇게까지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0일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주도]

지난 10일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주도]

논란이 일자 원 지사는 12일 보도자료를 내 "남북 정상의 헬기 이용은 백록담에 헬기착륙장을 설치해 이를 이용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이번 남북정상의 백록담 방문 시에도 별도 인공적인 이·착륙 시설 없이 충분히 헬기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 제주도]

지난 10일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 제주도]

원 지사는 또 "남북 정상의 백록담 방문 시 헬기 이용 여부는 청와대 및 정부가 현장을 재차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며 "도지사로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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