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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 고가구 절제의 미

중앙일보 2018.11.14 00:24 종합 27면 지면보기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대학에서 이제 막 은퇴한 유명한 현대무용수의 강연을 들을 일이 있었다. 30년간 발레와 현대무용을 해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사는 강의 막바지에 “제가 직접 안무를 짠 마지막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영상을 보던 관객은 모두 깜짝 놀랐다. 공연이 진행되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팔만 살짝 우아하게 움직이는 것 외에는 대부분 거의 움직임 없이 의자에만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무용의 모든 움직임과 기술을 터득한 그녀가 거의 부동의 자세로 공연을 했다. 우리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녀는 “이해가 되세요? 무용을 30년간 업으로 한 결과 이런 공연을 할 자격을 얻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온 후 이 이야기를 한참을 되뇌었다. 특히 한국 고가구의 단순한 미에 매료된 이후로 그 무용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사는 한옥 속 조선시대 책장, 먹감나무 반닫이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유럽이나 중국의 가구를 뒤덮고 있는 화려한 조각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고가구는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할 뿐이다. 오동나무의 풍부한 결, 혹은 먹감나무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옅은 검은빛이 그 본연의 아름다운 무늬를 뽐낸다.
 
비정상의 눈 11/14

비정상의 눈 11/14

한 친구가 이렇게 설명했다. “마크, 이건 ‘절제’라고 합니다. 혹자는 이게 그냥 단순한 모양의 가구라고 생각하며, 장인은 장식을 달 기술이나 역량이 없었을 거라고 잘못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화려한 장식을 만들 능력과 선택권이 있는 장인이 의도적으로 더 단순한 예술품을 만드는 행위를 ‘절제’라고 부릅니다. 나무를 화려한 장식으로 뒤덮지 않겠다는 결정을 통해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겠다는 선택을 하는 거죠.”
 
이 말 상당히 깊이가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 더 많은 것을 할 능력이 있음에도 절제하기로 하는 행위에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제야 그 무용수가 왜 절제를 택했는지 이해가 된다.
 
한국의 절제를 살펴보면 삶에 대한 깊은 교훈을 전해주는 듯하다. 우리가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모든 걸 다 하는 것이 꼭 현명한 일은 아닌 듯하다. 이러한 자제,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그 가능성의 문을 일정 부분 닫아두는 자제력에는 깊은 지혜가 숨어 있다. 
 
마트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의 눈’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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