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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이 불러내고 2030이 즐긴 퀸 “위 아 더 챔피언”

중앙일보 2018.11.14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으로 끝난다. 다른 멤버를 돌아보는 사람이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레미 맬렉 분). 에이즈 합병증으로 1991년 숨진 그는 퀸에서도, 영화에서도 중심 인물이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으로 끝난다. 다른 멤버를 돌아보는 사람이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레미 맬렉 분). 에이즈 합병증으로 1991년 숨진 그는 퀸에서도, 영화에서도 중심 인물이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보헤미안 랩소디’와 함께 퀸의 음악이 다시 뜨거워졌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70~80년대를 중심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린 영국 밴드 퀸의 이야기를 숱한 히트곡과 함께 풀어낸다. 흥행 순위는 ‘완벽한 타인’에 이어 2위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관객이 늘어나는 흥행 역주행의 모양새가 뚜렷하다. 개봉 첫 주말(3·4일) 하루 20만명대였던 관객이 지난 주말(10·11일)에는 하루 30만명대로 부쩍 늘었다. 13일에는 누적관객 200만명을 넘어섰고, 일일 흥행 순위는 개봉 후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개봉 첫날 800여개였던 스크린수도 현재 1000여개로 늘어났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돌풍
뮤직비디오 1세대 극장행 줄이어
관객 200만 돌파, 스크린도 늘어
젊은이들에도 응원가 등으로 익숙

스펙터클한 콘서트 즐기는 느낌
영화음악·앨범 인기도 수직 상승

이런 흥행은 퀸의 음악을 듣고 자란 40·50대를 중심으로, 스포츠 응원가처럼 귀에 익은 ‘위 아 더 챔피언’이나 ‘위 윌 록 유’ 같은 노래가 퀸의 음악이란 걸 재발견하는 젊은 세대가 가세한 결과로 보인다. n차 관람, 즉 여러 차례 반복관람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음향이 뛰어난 메가박스 MX관, 3면에 영상이 투사되는 CGV 스크린X같은 특수관과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도 인기를 누린다.  
 
각종 음원차트에는 영화 OST앨범, 2011년 리마스터 앨범의 수록곡 ‘보헤미안 랩소디’가 새로 등장했다. 가온차트 최신 주간집계(10월 28일~11월 3일)에 따르면 OST앨범은 국외음악 앨범 차트1위,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는 국외음악 디지털·다운로드·스트리밍 차트에 각각 81위·55위·87위를 차지했다.
 
이런 새로운 인기의 바탕에 퀸이 과거 국내에서 누렸던 열광적 인기가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같은 대단한 밴드가 있었지만 대중적 인기는 퀸이 최고였다”며 “특히 90년대 에이즈로 인한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은 그 자체로 큰 화제였고, 이를 목격한 세대에게 누적된 그리움이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 말 미국 뉴욕 시사회에 참석한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왼쪽)와 로저 테일러. [AP=연합뉴스]

10월 말 미국 뉴욕 시사회에 참석한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왼쪽)와 로저 테일러. [AP=연합뉴스]

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는 “80년대 들어 뮤직비디오가 등장하면서 당시에는 지상파에서 틀어주기도 했고, 공연 영상을 비디오 테이프로 복사해 보는 경우도 많았다”며 “80년대 중반 내한공연을 한다는 강력한 소문이 돌았는데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을 극장에서 간접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영화를 보러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퀸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쉽고 신나는 멜로디 등 누가 들어도 빠져들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춰 새로운 세대에게도 전파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퀸이 실제 첫 내한 공연을 한 것은 2014년 슈퍼소닉 페스티벌에서다. 이미 한참 전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 대신 아담 램버트가 메인 보컬로 무대에 섰다.
 
그렇다고 영화의 흥행 성공이 ‘그 때 그 시절’의 향수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퀸은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비틀스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감상’이나 ‘추억’이 아니라 ‘체험’이 포인트”라고 짚었다. 아바의 음악을 뮤지컬로 만든 ‘맘마미아’와 달리 이 영화는 “퀸의 음악으로 만든 영화, 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영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장면을 통해 관객이 공연을 보는 듯한 더 깊숙한 체험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그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음악을 보러 가는 것”이라며 “이는 수퍼히어로 영화를 보러 갈 때 드라마가 아니라 극장의 환경이 줄 수 있는 스펙터클이 중점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만듦새가 다소 허술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스토리를 설명할 시간에 노래 한 곡, 공연 한 장면을 더 보여주겠다는 전략이 뚜렷하다”며 “앞으로는 레드 제플린이든 데이비드 보위든 현실에서 다시 볼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시대에 대한 체험적 영화가 새로운 장르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퀸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도 광고나 각종 대중문화 콘텐트의 삽입곡, 또 응원가로 친숙한 노래를 넘어서는 반향을 지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밴드 ‘앗싸’로 활동 중인 성기완 계원예술대학 교수는 “퀸이 등장한 70년대의 서구사회는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의 주머니가 여유로웠던 60년대와 달리 석유 파동 이후 ‘불확실성의 시대’(영국 경제학자 갤브레이스의 77년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였다”며 “이는 지금 우리 젊은 세대가 처한 상황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60년대가 ‘러브’ ‘피스’같은 이상적 이념이 뚜렷했던 것과 달리 70년대는 이념적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음악에서도 화려하고 반짝이는 꾸밈새가 등장해 내적인 결핍과 불안을 보상하는 장식적 요소로 작용한다”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웅장하고 강렬한 코러스가 바로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의 디지털 녹음 과정에서 사운드가 획일화되는 경향과 달리 아날로그 녹음 기술이 정점이던 시대의 사운드가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도 더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북미 개봉에서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첫 주말 5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전 세계 2억8000만 달러 넘는 수입을 거뒀다. 퀸의 나라 영국을 비롯한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 호평보다 혹평이 많았던  걸 감안하면, 또 촬영 막바지에 출연진·제작진과의 불화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해고되는 등 진통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큰 성공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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