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장에서 감독으로, 돌아온 염갈량

중앙일보 2018.11.14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힐만 감독을 도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염경엽 SK 단장. 내년엔 감독으로 팀을 이끈다. [연합뉴스]

힐만 감독을 도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염경엽 SK 단장. 내년엔 감독으로 팀을 이끈다. [연합뉴스]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 3년 만에 돌아왔다.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챔피언 SK 와이번스가 트레이 힐만(55·미국) 감독 후임 사령탑에 염경엽 단장을 선임했다.
 

SK,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발표
3년간 총액 25억원 최고 연봉 감독
백업선수로 은퇴, 지도자로는 성공
“프로 시작한 인천 연고팀 맡아 감회”

SK 구단은 13일 “염경엽 현 단장을 제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 금액은 총 25억원(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이다. 프로야구 10개 팀 감독 중 최고 금액이다. 그 전까지 KBO리그 최고 연봉 감독은 힐만 감독(60만 달러·약 6억8000만원)이었다. 총액 기준 역대 최고액 계약은 2010년 선동열 전 감독이 삼성과 했던 5년 27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3억8000만원)이다. 염 감독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단장으로서 마무리 잘하고 시즌이 끝나 다행”이라며 “구단에서 좋게 평가해줘 감사하다. 힐만 감독님 덕을 본 것 같다. 연봉 책정은 전적으로 구단에 맡겼다”고 말했다.
 
2017년 SK 지휘봉을 잡은 힐만 감독은 포스트시즌 시작 전 일찌감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SK는 새 사령탑 후보로 여러 사람을 물망에 올렸으나 팀을 가장 잘 아는 염 단장이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SK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 날 곧바로 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단장으로 일하다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건 양상문 감독(LG 단장→롯데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한 염경엽 감독은 태평양(1996년부터 현대) 시절 타격은 약해도 수비가 좋은 유격수였다. 그러다가 박진만이 입단하면서 백업으로 밀려났다. 자존심이 상한 그는 2000년 은퇴와 함께 캐나다 이민을 결심했다. 하지만 행정 오류로 이민이 무산되면서 현대 프런트로 일하게 됐다. 2007년 그토록 원하던 코치가 된 염경엽은 이후 LG와 넥센 코치를 거쳐 2013년 넥센 히어로즈 2대 감독에 선임됐다.
 
선수 시절과 대조적으로 지도자가 된 뒤엔 승승장구했다. 2008년 창단 이후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맡자마자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2년째인 2014년엔 한국시리즈(준우승)에도 진출했다.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고, 통산 544경기에서 305승 233패 6무(승률 0.567)를 기록했다. 짜임새 있고 세밀한 야구를 펼쳐 ‘염갈량’이란 별명도 얻었다.
 
프로야구 감독 연봉 TOP 3

프로야구 감독 연봉 TOP 3

염경엽 감독은 2016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자진해서 사퇴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장석 대표와 갈등이 불씨였다. 항간에선 ‘SK 감독 부임설’이 나돌았지만 2017년 1월 감독이 아닌 단장으로 SK에 갔다. 염 단장은 당시 “감독과 프런트를 모두 해봤다. 프런트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잘 안다”고 했다. 선수 기용 등에 관해선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맡기고, 자신은 프런트로서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자신의 말대로 제 역할을 충실했다. 넥센 시절 함께 했던 손혁 투수코치를 영입했고, SK는 팀 평균자책점 1위(4.68)에 올랐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노수광, 김택형, 강승호 등도 기대 이상을 했다. 우승 경력이 없는 염경엽 감독에게 SK가 파격적인 연봉을 준 이유다. 최창원 SK 구단주도 축승회에서 염 감독 이름을 직접 거론할 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염 감독은 “솔직히 우승팀을 맡았으니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라며 “힐만 감독님이 잘 다진 팀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SK 연고지인 인천은 염경엽 감독에게도 의미가 있다. 1991년 태평양에 입단한 그는 2000년 현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10년 동안 인천 연고 팀에서 뛰었다. 염 감독은 “인천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감독으로 인천팀을 맡게 돼 감회가 새롭다. 구단, 선수단, 팬들의 신뢰를 받는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K는 1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감독 이·취임식을 연다. 염경엽 신임 감독과 16일 출국하는 힐만 감독 모두 참석한다. 염 감독은 취임식 다음 날인 16일 일본 가고시마의 마무리 훈련지로 넘어가 팀을 지휘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