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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 “양진호, 경찰 압수수색 이미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2018.11.13 22:21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뉴스타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허위진술을 강요하며 돈봉투를 건냈다'며 비닐 봉투에 담긴 돈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뉴스타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허위진술을 강요하며 돈봉투를 건냈다'며 비닐 봉투에 담긴 돈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직원 폭행과 도청,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포 방조 등의 혐의를 받는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이 경찰 압수수색 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익신고자 A씨는 양 회장이 관련 증거를 치밀하게 은폐하려는 것을 보고 내부고발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압수수색 일정, 임원들 다 알았다”
양 회장 소유 회사에서 임원으로 재직 중인 A씨는 13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9월 4일 압수수색이 들어온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 모르지만, 임원에게 모두 전달됐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가 쉽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내부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수사 후에도 양 회장이 지속해서 직원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이뤄지기 전인 8월부터 허위진술을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협박 행위가 지속했다”며 “양 회장이 이 사건으로 구속되는 직원에게 3억원, 집행유예는 1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벌금이 나오면 두 배로 보상하고, 소환조사를 당할 경우 1회당 100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실제 소환조사에 임했던 직원들은 50만원씩 받았고, 한 임원에게는 500만원이 건네졌다. A씨는 현장에서 오만원권 100장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핵심 임원에게 ‘내가 구속되면 너희가 무사할 줄 아나, 너만 살겠다고 배신할 거냐’고 협박했고 협박당한 임원 중 한 명은 심장박동 이상으로 수술을 받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도청 프로그램으로 직원들 감시”
스마트폰 도청 프로그램 '아이지기' 관리자 화면. [사진 뉴스타파=연합뉴스]

스마트폰 도청 프로그램 '아이지기' 관리자 화면. [사진 뉴스타파=연합뉴스]

A씨는 이 자리에서 ‘아이지기’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도청 프로그램과 노트북용 도청 프로그램 ‘블랙박스’를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앱이 스마트폰에 설치되면 기기 내 모든 정보가 서버에 저장된다. 관리자 페이지 권한을 가진 사람은 서버를 통해 전화번호, 통화내용, 문자메시지 내역뿐 아니라 어떤 앱에 접속했는지까지 알 수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기자는 “이 프로그램을 깐 직원이 70명 정도 된다. 이분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했던 사람들이 전부 피해자로 묶일 수 있다”며 큰 파장이 일어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지금도 양 회장 측에서 계속 ‘만나자’ ‘도와달라’는 카톡과 전화가 오고 있다. 사과문 발표 후에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책임, 나도 벗어날 수 없다”
앞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녹색당,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 단체들은 A씨 역시 양 회장과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지주회사 법무팀 이사로 전 계열사 법무 업무를 총괄하면서 성범죄 영상 유통을 나름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그렇게 못한 책임에서 저도 벗어날 수 없다”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내부 고발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 대한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이라며 “이번 내부 고발이 웹하드 업계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완전히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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