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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장 “檢지휘권 폐지한 경찰의 수사권 인정은 중국 제도와 같아”

중앙일보 2018.11.13 17:39
현직 검사장이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공안 중심의 중국 사법제도와 흡사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윤웅걸(52·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 [중앙포토]

윤웅걸(52·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 [중앙포토]

윤웅걸(52·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은 13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검찰개혁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법무부의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했다. 윤 검사장은 A4용지 5쪽 분량의 글을 통해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은 중국의 공안-검찰 관계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며 “검찰개혁이 엉뚱하게도 검사의 사법통제 없는 경찰의 독점적 수사권 인정 등 경찰력 강화로 가는 것은 사법제도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검사장은 서구 국가들의 사법제도를 예로 들며 "직접수사권은 내려놓더라도 수사지휘권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윤 검사장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듯 포장되어 있다”면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이뤄졌을 때는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검사의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검사장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읽는 원인으로 과도한 직접수사를 꼽으며 검찰개혁 자체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들은 직접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전직 대통령을 2명이나 구속하였음에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계속 커지고 있다”며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비치게 된 것도 과도한 직접수사권 행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봤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는 잘 드는 칼로서 정치권력이 항상 이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갖게 만든다”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도 흔들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적 권한을 행사하는 수사권보다는 간접적 권한인 수사지휘권에 집중함으로써 ‘팔 없는 머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검사장은 꾸준히 검찰 수사권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제주지검장으로 취임하면서는 “우리나라는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며 “제주지검은 고도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정말 중요한 사건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만 직접 수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내용과 흡사하다. 당시 문 총장은 “검사의 사법통제가 폐지되면 경찰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나 수사상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어렵게 된다”며 “(수사권조정안에 대해)동의하지 못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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