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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서 ‘해양 실크로드’ 중국 vs. ‘미국 대리’ 호주 각축전

중앙일보 2018.11.13 17:30
17일 개막하는 파푸아뉴기니 APEC 회담장 앞에 ‘국제회의중심’이라 적힌 중국어가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오른쪽으로 ‘중국원조’ 표기도 선명하다. [명보]

17일 개막하는 파푸아뉴기니 APEC 회담장 앞에 ‘국제회의중심’이라 적힌 중국어가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오른쪽으로 ‘중국원조’ 표기도 선명하다. [명보]

오는 17~18일 양일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를 둘러싼 중국과 호주의 원조 경쟁이 치열하다.
파푸아뉴기니는 APEC 회원국 중 가장 빈곤하지만,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과 호주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13일 보도했다.  

중국, 건물·도로·차량 지원, 호주, 군함·전투기·군대 파견
행사장 표지석에 “중국원조” 선명…호화차량 수입 반발도

중국은 해양 실크로드 전략에 따라 파푸아뉴기니에 대규모 물자를 지원하며 매력 공세를 펼치고 있다. APEC 회담 전 15~16일 양일간 파푸아뉴기니 국빈방문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태평양 도서국 가운데 중국과 수교한 8개국과 양자 및 공동 정상회담을 개최해 새로운 추가 원조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반면 호주는 미국의 협조 아래 육·해·공 부대를 회담장에 파견해 각국 정상 경호와 보안을 맡았다. 이를 위해 지원한 액수는 1억2000만 호주 달러(979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 호주가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비용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파푸아뉴기니는 인도네시아 동쪽, 필리핀과 호주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중국은 지난해 초 일찍부터 APEC 정상 회담장 관련 인프라 건설을 약속했다. 회담에 사용할 의전 차량과 대형 버스 및 소방차, 회의장 개보수와 주요 도로 건설까지 자금을 지원했다. 회의장으로 사용될 국제컨벤션센터 앞에 놓인 대형 표지석에는 영문과 함께 중국어가 새겨졌으며 ‘중국원조(China aid)’가 선명하게 각인됐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회담장 내부의 탁자와 의자 시설 대부분에 ‘중국(中國)’이 새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사진(위)과 올해 10월 9일 찍은 파푸아뉴기니 위성사진(아래). APEC이 열리는 수도 포트모레스비의 회담장 앞으로 1년만에 직선 도로가 개설됐다. 도로 개설은 중국이 지원한 자금으로 건설됐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11월 사진(위)과 올해 10월 9일 찍은 파푸아뉴기니 위성사진(아래). APEC이 열리는 수도 포트모레스비의 회담장 앞으로 1년만에 직선 도로가 개설됐다. 도로 개설은 중국이 지원한 자금으로 건설됐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해양 실크로드 공세 직전까지 파푸아뉴기니 최대 원조국이었던 호주의 반격도 강화됐다. 호주는 안보·첩보·인터넷·기초시설·숙박 등 전방위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군함과 전투기, 1500명 규모의 군대가 파견돼 경호를 담당한다. 20억 호주 달러(1조6329억원)의 새로운 경제 원조 계획도 발표했다. 파푸아뉴기니는 북부 마누스 섬에 해군기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4일 허드슨 연구소 강연에서 “APEC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지원할 새로운 수단과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헌신을 더욱 강화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APEC 참석 기간 중국 진영과 미국-호주-일본-인도로 대표되는 ‘인도-태평양 전략’ 진영이 대만과 남태평양 문제를 놓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장쥔(張軍) 외교부 부장조리는 시진핑 주석과 펜스 부통령의 양자 회담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태평양 도서국은 중국과 대만의 치열한 외교 전쟁터이기도 하다. 13일 중국 외교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태평양 섬나라 지역은 특정 나라의 세력 범위가 아니다”며 “냉전 시대의 사고와 제로섬 관념을 버리고 섬나라와 중국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태평양 일대에는 팔라우·나우루·마셜제도·솔로몬제도·투발루·키리바시 등 남아있는 대만 수교국 17개 나라 가운데 7개국이 분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팔라우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이 대만과 단교를 압박하며 단체 관광객 송출을 중단했다.  
파푸아뉴기니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탈리아산 호화차량 마제라티. APEC 회원국 중 극빈국인 파푸아뉴기니가 APEC 정상회담 개최를 이유로 대량의 호화차량을 수입해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진=로이터]

파푸아뉴기니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탈리아산 호화차량 마제라티. APEC 회원국 중 극빈국인 파푸아뉴기니가 APEC 정상회담 개최를 이유로 대량의 호화차량을 수입해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진=로이터]

한편, 국내총생산(GDP) 순위 130위, 전인구의 3분의 1이 빈곤선 아래에 놓인 파푸아뉴기니는 이번 행사의 숙박 문제 해결을 위해 호주로부터 세 척의 크루즈 유람선을 임대했다. 부패지수도 높은 파푸아뉴기니는 외빈 의전을 이유로 대당 15만 달러의 이탈리아 고급차량 마세라티 40대와 벤틀리 3대를 구매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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