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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살해' 빈 살만 손발 묶는다…美 급유 일부 중단

중앙일보 2018.11.13 14:25
서방관료들로부터 '위험한 인물'로 평가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서방관료들로부터 '위험한 인물'로 평가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잔혹한 피살극이 백일 하에 드러나면서 차기 국왕 계승자 무함마드 빈 살만(33) 왕세자의 탄탄대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당장 왕위 계승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이제까지 '전횡'에 가까웠던 권력 행사에는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카슈끄지 살해 계기로 국제사회 "위험인물" 평가
"살만 국왕, 빈살만 권한 줄이고 측근 영향 축소"
트럼프 정부,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도 '제동'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카슈끄지 사망을 계기로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무함마드 왕세자의 권한을 줄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FT 등 미국 등 서방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살만 국왕은 이미 빈 살만 왕세자가 미 백악관의 중동평화계획에 간여하는 것을 자제시켰다”면서 “사우디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범위도 왕세자 측근에서 기타 인물들로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국왕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발생한 카슈끄지 살해 사건 수습 차원으로 해석된다. 카슈끄지 사망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국제 사회는 한목소리로 사우디 왕가를 비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왕실 자체의 생존을 위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권한을 일부 내려놓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해화 카슈끄지 살해 관련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해화 카슈끄지 살해 관련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11일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고, 사우디아라비아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9일 예멘 내전과 관련해 “사우디가 속한 아랍동맹군에 급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군은 예멘으로 출격하는 아랍동맹군 군용기에 급유 5분의 1를 지원해왔지만 이를 중단함으로써 사우디의 예멘 공습을 제한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5년 국방장관에 취임한 직후 이란을 겨냥한 무력 과시 차원에서 예멘 내전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빈 살만 힘빼기’로 해석되는 이유다. 독일과 캐나다는 이미 대사우디 무기 수출 중단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경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패널토의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

지난 10월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경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패널토의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

FT에 따르면 서방 관료들은 빈 살만에 대해 ‘권력에 굶주린 무모한 젊은 청년’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를 방문했던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를 억류시켜 ‘사임 번복’ 해프닝을 벌인 것도 무함마드 왕세자의 충동적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앞장 선 것으로 알려진 걸프국가들의 카타르 봉쇄도 서방국이 그를 ‘위험인물’로 여기게 하는 이유다. 왕가의 측근이라고 밝힌 한 익명의 인물은 FT에 “왕실 내엔 반(反) 빈 살만 왕세자 모임이 있다”며 “몇몇 친척들은 그가 왕위에 오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당장 빈 살만을 대체할 인물은 없다는 게 사우디 안팎의 평가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개발계획 ‘비전 2030’을 주도하면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개혁군주의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자유주의 엘리트들의 사회 개혁으로 지지를 받아 온 무함마드 왕세자를 대신할 명백한 후보는 현재 없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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