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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맛에 푹 빠진 이 남자 "정말 섹시한 맛이에요"

중앙일보 2018.11.13 12:27
“한국의 ‘장’은 고품격입니다. 알면 알수록 더 깊은 맛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섹시해요.”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 출신 비아르네즈
샘표의 뉴욕 스튜디오 수석셰프로 활약
"일본 미소 된장은 평이, 한국 장은 고품격"

12일(현지시간) 뉴욕 다운타운에서 개관한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의 수석셰프 자우마 비아르네즈.

12일(현지시간) 뉴욕 다운타운에서 개관한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의 수석셰프 자우마 비아르네즈.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개관한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 이곳의 수석 셰프인 자우마 비아르네즈(40)는 한국의 장 맛에 푹 빠진 남자다.
 
한국의 된장과 고추장 등을 통칭하는 장에 대해 그는 “일본의 미소된장이 평이한 맛인데 비해 한국의 장은 한차원 다른 맛”이라며 “스페인과 프랑스 등 세계 어느 요리와도 튀지 않고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연두는 한국의 샘표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요리 에센스로, 샘표는 연두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뉴욕에 알리기 위해 풀턴마켓 근처에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열었다.
 
비아르네즈는 스페인의 천재 셰프 페란 아드리아가 설립한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수석셰프로 일하다 샘표와 장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다 의기투합하면서 뉴욕까지 오게됐다.
 
알리시아 연구소는 요리사뿐 아니라 과학자ㆍ영양학자ㆍ인문학자 등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식문화와 식재료, 조리법, 소스 등을 연구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샘표와 알리시아 연구소는 연두를 비롯한 우리 장을 세계 각지의 식재료와 조리법에 접목할 수 있도록 돕는 ‘장 콘셉트 맵’과 150가지 ‘장 레시피’를 개발했는데, 비아르네즈가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공동프로젝트를 끝낸 뒤 샘표가 뉴욕에 새롭게 스튜디오를 열면서 비아르네즈에게 수석셰프 자리를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바르셀로나의 생선 요리 전문점에서 시작해 빠에야와 제빵 기술을 배웠고, 어렵사리 알리시아 연구소까지 온 비아르네즈에게는 또 한번의 도전이었다.
 
비아르네즈는 “서양인들에게 된장 뚜껑을 열게하면 10중 8, 9는 특유의 향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기 마련”이라며 “처음엔 연두와 같은 에센스를 활용해 풍미를 넓히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10년 묵은 된장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동양인들이 서양의 치즈를 처음 접할 때 풍미가 약한 것부터 경험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그는 “일식이 서구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40여년이 걸린 만큼 시간과 홍보만이 한국의 장을 세계적인 클래스로 올려놓을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연두의 시장내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개관행사로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인 셰프들을 모아놓고 ‘글로벌 장 워크숍’을 진행중이었다. 여기에는 ‘아토보이’ 박정현, '정식당' 김호영 셰프 등이 참여했다.
자우마 비아르네즈 셰프가 된장을 활용한 오믈렛 조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자우마 비아르네즈 셰프가 된장을 활용한 오믈렛 조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비아르네즈는 된장 버터와 된장 쿠키 등을 선보였고, 된장을 첨가한 오믈렛 요리를 선보였다. 특히 야채로만 수프를 만들었을 때와, 연두를 첨가했을 때의 맛 차이를 느끼게 하자 셰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연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여기저기 나타나는 닌자와 같다”고 설명했다.
 
비아르네즈는 “특히 고추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품목”이라며 “일단 세계인들이 매운 맛을 즐기는 추세이고, 무엇보다 고추장은 달콤하다”고 말했다.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 수석셰프인 자우마 비아르네즈(오른쪽)가 12일(현지시간) 개관행사로 마련한 '글로벌 장 워크숍'에서 뉴욕의 한인 셰프들과 조리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 수석셰프인 자우마 비아르네즈(오른쪽)가 12일(현지시간) 개관행사로 마련한 '글로벌 장 워크숍'에서 뉴욕의 한인 셰프들과 조리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국의 장 맛에 깊이 빠져들면서 비아르네즈는 육식을 즐기다가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로 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채식만 한다는 것은 매우 따분한 일이지만, 여기에 한국의 장을 첨가하면 채식을 하는 즐거움을 알게된다”면서 “지금은 전혀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식 중에서도 특히 나물류 반찬을 제일 좋아한다며 크게 웃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비아르네즈는 음식 문화와 역사, 음악 등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최근 ‘맥앤치즈와 베토벤이 무슨 관계’라는 책을 냈는데, 고대 로마시대부터의 음식과 음악의 역사를 30가지 레시피를 통해 살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챔피언 셰프가 되는 것이다.  
 
글ㆍ사진=심재우 뉴욕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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