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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0원→15원 주가 '뚝'···회계 꼼수로 8800명 울렸다

중앙일보 2018.11.13 12:00
임직원이 로비를 지시한 대화 내용.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임직원이 로비를 지시한 대화 내용.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부실한 회사 상황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핸드폰 터치스크린 모듈 제조업체 대표와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준 전·현직 세무 공무원 등 2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통장 입출금 내역을 조작하거나, 채권채무조회서를 위조하는 등 수법으로 67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상장사 대표 이모(45)씨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회사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자 분식 회계를 통해 장부상으로는 흑자를 만들었고, 가짜 회계장부를 토대로 은행 2군데에서 228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이씨는 그 중 31억원을 횡령해 세무서 로비, 개인 유흥 등에 사용해 특경법상 사기, 횡령, 제3자 뇌물교부 혐의도 추가됐다. 
 
부실한 회사 재정, 분식회계로 감춰...거래정지, 상장폐지까지
임직원이 로비 및 세무조사 무마를 지시한 대화 내용.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임직원이 로비 및 세무조사 무마를 지시한 대화 내용.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2001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 업체는 2017년 기준 자본금 267억 9387만원, 매출액 31억 5601만원인 제조업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거절’ 의견을 받아 지난 3월 23일부터 거래가 정지되며 주주들이 패닉에 빠진 바 있다. 2009년 한 때 최고가 1만77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올해 최고 2360원에 불과했고, 3월 이후 계속 떨어지며 상장폐지 직전인 지난달 10일에는 종가 1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폐지로 피해를 입은 주주는 약 8800명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부실한 회사 상황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세무사와 공무원들에게 3억원이 넘는 뇌물을 뿌렸다.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B(54)씨와 C(59)씨에게 전달된 3억7700만원 중 2억2000만원이 세무서 공무원 7명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소명자료 미제출을 묵인하는 식으로 세무조사를 무마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탈세액 규모는 현재 국세청에서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쟈는 "적자가 3년 쌓이면 상장폐지되는데, 이를 막으려고 온갖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뇌물을 받은 사람 중 전직 세무공무원 황모(54)씨는 1억7000만원을 현금으로 수수해 특경법 위반(뇌물)혐의로 지난 8월 징역 5년, 추징금 1억7000만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나머지 6명은 국세청 내 세무서 등에서 여전히 근무 중이다. 국세청은 현직 9명 중 일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 기소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뇌물수수가 인정되면 파면 등 중징계 대상이 된다. 

 
분식회계에 사용된 가짜 통장들. 확인된 허위 계좌만 160개, 확인되지 않은 계좌를 포함하면 400여개의 유령회사 계좌가 이용됐다. 김정연 기자.

분식회계에 사용된 가짜 통장들. 확인된 허위 계좌만 160개, 확인되지 않은 계좌를 포함하면 400여개의 유령회사 계좌가 이용됐다. 김정연 기자.

 
분식회계에 사용된 가짜 도장들. 김정연 기자

분식회계에 사용된 가짜 도장들. 김정연 기자

 
경찰은 이 대표 외 임원 8명도 공범으로 입건하고,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2명은 뇌물공여 및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현직 세무공무원 9명은 뇌물수수(6명)‧직무유기(2명)‧전자금융거래법 위반(1명) 등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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