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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줬지만 불법은 아냐"… 위장 예선업체 운영한 GS칼텍스

중앙일보 2018.11.13 11:51
차명으로 예선업체를 운영하며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특혜를 제공한 GS칼텍스와 임·직원이 해양경찰에 적발됐다.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국내 대형정유사 GS칼텍스 관련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국내 대형정유사 GS칼텍스 관련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해경, 예선업체 차명운영한 GS칼텍스·임직원 입건
'정유사 예선업 등록할 수 없다' 법 위반 특혜 제공
GS칼텍스 공장, 예선업체에 연료 불법 공급하기도

해양경찰청은 차명으로 예선업체를 보유하고 주식을 소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신고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대한 법률 위반)로 대형 정유사인 GS칼텍스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예선업체를 허위로 등록한 뒤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특혜를 제공한 GS칼텍스 전 본부장 A씨(64)와 전 수송팀장 B씨(53), 예선업체 대표 C씨(64) 등 10명은 선박출입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GS칼텍스 법인은 같은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GS칼텍스 임직원이던 A씨 등은 예선업체 대표인 C씨 등과 공모해 예선업을 등록하고 2014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여수항에서 예선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대형 정유사 관련 범죄 개요도. [사진 해양경찰청]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대형 정유사 관련 범죄 개요도.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은 GS칼텍스가 관련 법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시효를 넘겨 법 적용을 하지 못했지만, GS칼텍스가 1992년부터 이런 수법으로 위장 자회사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선박입출항법(25조·예선업의등록제한 시행 규칙)에 따르면 원유·액화가스류·제철원료·발전용 석탄의 화주(貨主)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은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없다.
 
해경에 따르면 유조선 1척이 입항할 때 통상 4~6척의 예인선이 필요한 데 GS칼텍스는 자신들이 내세운 예선업체에 2~4척을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를 다른 예선업체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국내 대형정유사 GS칼텍스 관련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국내 대형정유사 GS칼텍스 관련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GS칼텍스는 자회사인 해운업체를 통해 사실상 예인업체를 보유하고도 서류상으로는 선박임대회사인 차명회사 2곳이 B 예인업체의 주식 50%씩을 가진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GS칼텍스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으로 매년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A씨는 본부장 재직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예선업체 주식은 빼고 자산 규모를 허위로 신고했다.
 
A씨 등은 예선업체가 금융권에서 과대한 대출을 받아 담보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사자금 7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을 빌려주면서 담보도 받지 않고 특혜를 제공했다.
 
현금 융자 10억원 초과 시 이사회 승인을 받게 돼 있는 회사 여신관리 규정도 따르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무담보로 지원한 것이다. 예선업체는 이 돈으로 선박 건조자금을 조달했다.
해양경찰청이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대형 정유사와 임직원, 금품을 수수한 관련업체를 수사한 자료. 신진호 기자

해양경찰청이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대형 정유사와 임직원, 금품을 수수한 관련업체를 수사한 자료. 신진호 기자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예선업체가 운영하는 예인선과 자사가 운영하는 석유제품 운반선 등에 340억원가량의 유류를 공급한 사실도 밝혀졌다.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선 관할 기관에 선박연료공급업을 등록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해경은 여수지역 예선업체들로부터 청탁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증재)로 해운대리점 대표 2명과 예선업체 대표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주고받은 리베이트는 44억원에 달한다.
 
해경은 지난 3월 GS칼텍스와 예선업체 사이 의혹을 첩보로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차명주식 매입 각서와 예선비용 청구서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해 관련자 30여 명을 조사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국내 대형정유사 GS칼텍스 관련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위장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한 국내 대형정유사 GS칼텍스 관련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해경 관계자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해운·항만업계와 관련 종사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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