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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오래오래 씹으면 몸이 달라진다, 어떻게?

중앙일보 2018.11.13 11:01
[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2)

입안에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 신비한 조화와 자연미를 찾아내 미적 감각으로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들려주는 힘을 빼는 삶의 이야기. 힘을 빼면 치과 치료가 쉬워지는 건 물론 가족, 친구 사이, 비즈니스도 잘 풀려간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치과의사가 힘을 뺀 인생이 더 멋진 이유를 들려준다. <편집자>

 
'씹다' 라는 단어는 몇 가지 뜻을 갖고 있다. 음식을 저작하는 행위, 사람을 헐뜯는 행위, 여러번 생각하는 행위. 씹는 행위는 우리에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꼭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씹다' 라는 단어는 몇 가지 뜻을 갖고 있다. 음식을 저작하는 행위, 사람을 헐뜯는 행위, 여러번 생각하는 행위. 씹는 행위는 우리에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꼭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씹다. 씹는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이 단어는 몇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음식을 저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람이나 모든 동물은 씹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 씹는다는 행위는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생존수단인 셈이다. 음식을 입에 넣고 윗니와 아랫니를 사용하여 잘게 부수거나 자르는 것인데 입에서 나오는 침과 섞여 우리 몸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첫 번째 행위이다.
 
두 번째는 사람을 헐뜯을 때 이 말을 쓴다. 주위 사람을 씹는 것을 좋아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신적 저작행위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의도적으로 꼬집거나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씹는 걸 좋아한다.
 
교편지마(嚙鞭之馬)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말이 제 고삐를 씹는다는 뜻인데 자기 친척을 헐뜯으면 결국 자기에게 해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말에 누워서 침 뱉기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남을 험담하면 결국 자기에게 되돌아오는 데도 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카톡 같은 SNS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 세상은 좁다. 조심해야 한다.
 
‘씹는다’의 세 번째 의미는 다른 사람이 한 말의 뜻을 곰곰이 여러 번 생각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에 보면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껌을 씹는 게 아니라 생각을 씹는 거였다.” (박완서 『도시의 흉년』 중)

 
그러고 보면 육체적인 씹는 행위와 생각의 씹는 행위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살아가는 힘이다. 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치아 주변의 근육은 우리 몸에서도 가장 강인한 근육이다. 그만큼 우리 치아는 씹는 힘이 강하고 씹는 행위가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
 
너무 많이 씹거나 잘못 십으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양쪽 골고루 씹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너무 많이 씹거나 잘못 십으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양쪽 골고루 씹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물론 너무 많이 씹거나 잘못 씹으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오징어같이 딱딱한 것을 너무 많이 씹어서 사각 턱이 된 여자환자를 보기도 한다. 너무 많이 씹는 것도 문제지만 한쪽으로 씹어도 좋지 않다. 저작행위도 밸런스가 중요하다. 양쪽으로 골고루 씹는 것이 좋다. 음악도 스테레오로 들어야 제맛이듯이 양쪽으로 잘 씹어야 음식도 제맛이 난다.
 
농경시대에는 빨리 먹고 일해야 하므로 빨리 씹었다. 맛을 즐기기보다는 배를 채우는 행위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음식 보관 기술도 발달하고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기 때문에 천천히 잘 씹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서 발달한 햄버거도 빨리 먹어야 하는 필요에서 나왔다. 그래서 인스턴트라고 하지 않는가. 요리하는 것도 먹는 것도 인스턴트에서 벗어나 잘 씹고 즐기는 것이 무척 중요해졌다.
 
흔히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관상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의 인생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치과의사는 누가 먹는 모습이나 씹는 방법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상태와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빨리 씹는데 이는 삶을 단축하는 것과 같다. 빨리 씹는 것은 치아건강에도 좋지 않다.
 
밥을 떠서 입에 넣고는 천천히 오래오래 씹고 목으로 넘긴 후 다시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어보자. 적어도 서른 번은 씹고 넘기는 습관을 들이면 한결 느긋해지고 판단력이 생기면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중앙포토]

밥을 떠서 입에 넣고는 천천히 오래오래 씹고 목으로 넘긴 후 다시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어보자. 적어도 서른 번은 씹고 넘기는 습관을 들이면 한결 느긋해지고 판단력이 생기면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중앙포토]

 
이렇게 해보자.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에 넣고는 숟가락을 놓자. 반찬을 먹고 젓가락도 놓자. 그리고 천천히 오래오래 씹고 목으로 넘긴 후 다시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자. 적어도 서른 번은 씹고 넘기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우리 속담에 밥은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단맛이 나면 식욕도 좋아진다. 음식이 가진 영양분도 잘 흡수하고 소화도 잘될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한결 느긋해지고 판단력이 생기면서 인생이 달라질 수가 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오래 살 수 있다.
 
초조해지면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 여자들이 있다. 왜 그럴까? 뭔가를 씹는 행위는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하루 세 끼를 먹을 때 느긋하게 잘근잘근 씹어서 먹으면 인생이 한결 편안하고 잘살게 된다.
 
밥은 잘 씹고 사랑하는 사람의 문자는 씹지 말자.
 
유원희 WY 치과 원장 whyo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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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희 유원희 WY 치과 원장 필진

[유원희의 힘 빼세요] 입안에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 신비한 조화와 자연미를 찾아내 미적 감각으로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들려주는 힘을 빼는 삶의 이야기. 힘을 빼면 치과 치료가 쉬워지는 건 물론 가족, 친구 사이, 비즈니스도 잘 풀려간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치과의사가 힘을 뺀 인생이 더 멋진 이유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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