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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다 드레스로…100년된 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중앙일보 2018.11.13 10:10
대구 자갈마당 풍경. [연합뉴스]

대구 자갈마당 풍경. [연합뉴스]

대구시가 이달 말부터 도심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영업장 강제 폐쇄 절차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는 민간업체가 주상복합아파트와 공원을 짓는다. 현재 토지 매매 동의율이 90%에 달해 토지 완전 수용이 눈앞이다.
 
시행사인 D개발에 따르면 전체 67필지(1만8222㎡) 중 85%인 57필지(1만6411㎡)의 토지 소유주들에게 매매 동의를 받았다. 일부 토지 소유주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땅값을 요구하는 등 동의하지 않았지만 전체 개발면적 중 95% 이상의 토지에 대한 매매 동의를 받으면 강제 수용이 가능하다. 현재 95%를 넘기기 위해선 911㎡만 더 매입하면 된다.
 
한때 1000명 여성 종사하던 '자갈마당' 곧 강제폐쇄  
현재 자갈마당에선 10여 개 업소에서 50여 명의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제정됐을 당시만 해도 59개 업소에서 350여 명이 일했지만 단속이 심해지자 그 수가 급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2014년 초선 당선 자갈마당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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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의 역사는 100년에 이른다. 1908년 일제강점기 직전 일본인들이 만든 유곽이 자갈마당의 시초다.
조선 후기 대구는 서문시장을 필두로 거대 상권을 이루고 있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조선이 개항하면서 서울·부산에 이어 대구에도 일본 상인들이 대거 진출했다. 1903년 경부선 철도 부설이 이뤄지며 대구에 거주하는 일본인들도 급증해 읍성 북쪽을 중심으로 집단 거주지를 이뤘다.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풍경. [사진 대구시]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풍경. [사진 대구시]

 
홍성철 작가의 『유곽의 역사』에 따르면, 자갈마당의 시작은 1908년 야에가키초(八重垣町) 유곽이다. 야에카키초는 줄임말인 '야에' 유곽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당시에도 '자갈마당'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자갈마당은 일대에 자갈이 많아 유래된 이름이다. 유곽을 만들면서 복숭아나무를 베어내고 황해도에서 가져온 자갈을 깔아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기생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걸을 때 소리가 나는 자갈을 깔았다는 설이 있다.
자갈마당은 해방 전까지 성업하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떠나고 침체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 번 운영되기 시작한 유곽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47년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당국의 묵인 속에 자갈마당의 운영은 계속됐다.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위치도. 자료:네이버지도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위치도. 자료:네이버지도

 
시대 따라 변한 자갈마당…온돌방서 유리방으로 
자갈마당의 여성들은 70~80년대엔 한복을 입고 앉아 남성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자갈마당 업소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온돌방을 치우고 여성들이 의자에 앉거나 선 채로 남성들을 유혹하는 유리방으로 바뀌었다. 자갈마당은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이후 급속도로 침체됐다. 88년 올림픽을 전후해 자갈마당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1000명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10여 개 업소에서 한 업소당 2~6명이 종사하고 있다.
 
자갈마당의 축소에는 대구시가 펼친 '고사작전'도 한몫했다. 대구시는 자갈마당 출입로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가로등을 추가로 세우는 방식으로 성매수자들의 접근을 꺼리게 만들었다. 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이 자갈마당 내에 문화예술 전문전시 공간인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를 조성해 자갈마당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내 위치한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전경. [사진 대구 중구]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내 위치한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전경. [사진 대구 중구]

 
대구시와 대구 중구는 토지 매입에 속도를 내는 한편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상담을 위해 매월 2회 이상 성매매피해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개별 상담과 직업훈련, 주거 이전, 생계 유지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여성단체협의회 정기은(52·여) 회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시도한다는 것은 찬성할 일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성매매 집결지를 없애서 그곳을 다른 공간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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