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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은 다 나쁘고 유산균은 다 좋다? 그건 아니죠

중앙일보 2018.11.13 07:01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20)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식약처 발표로 회수된 ‘청정원 런천미트’ 제품. [사진 식약처]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식약처 발표로 회수된 ‘청정원 런천미트’ 제품. [사진 식약처]

 
요즘 대장균 오염문제로 시끄럽다. 대장균 하면 우리의 대장에 서식하는 미생물군을 총칭한다. 대장균이 검출되면 왜 나쁜가. 대장균이 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물론 특수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장균은 대개 인체에 무해하다. 그런데 음식에 대장균이 검출되면 안 되는 이유는 왜일까.
 
우리의 대장에 서식하는 대장균의 종류는 400개 넘고 숫자로는 수십 조에 달한다. 이들은 인체에 유익한 것, 있으나 없으나 관계없는 것, 보통 때는 무해하다가도 장내 환경이 달라지면 해롭게 작용하는 것 등으로 구분된다. 이상한 음식이 유입되거나 외부의 자극이 있으면 무해하던 균이 이상 증식하게 되고, 균형이 깨져 가스나 독소 같은 유해물질을 내뿜고 설사·통증·식중독을 유발하는 것이다.
 
유산균도 일종의 대장균
우리가 좋아하는 유산균도 일종의 대장균이라 볼 수 있다. 유산균은 장내 미생물균총(microflora)의 상태를 좋게 유지하도록 정장작용을 하고 유익한 물질도 만들어 인체에 이롭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동시에 유해균이나 병원균의 생육을 억제하고 인체의 면역을 활성화한다는 연구보고도 있어 유익균으로 친다. 그런데 유산균에도 그 종류가 수십 종에 달하며 유해한 것도 있다. 충치의 원인균인 뮤탄스균도 유산균의 일종이다.
 
보통 대장균이 식수나 음식에서 검출되면 못 먹을 음식으로 취급하고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데 그 많은 대장균을 다 시험할 수 없으니 대표적인 지표 균을 정해 오염 정도를 판별한다. 그 지표 균이 바로 ‘이콜라이(E. coli)’라는 거다. 그런데 지표 균으로 사용하는 이콜라이가 인체에 무해하다면서 왜 식품에서 검출되면 안 되는 걸까.
 
올바른 손씻기 방법.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많은 수인성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올바른 손씻기 방법.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많은 수인성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많은 종류의 전염병은 수인성으로 대변을 통해 전파된다. 음식에서 대장균이 발견됐다고 하는 것은 그 음식이 대변과 직간접으로 접촉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식품에는 전염성 유해균이 존재할 기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온다.
 
대장균 이콜라이가 지표 균이 된 것은 가장 연구가 잘 되어 있고 배양과 검출이 편리해서다. 그런데 음식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 해서 반드시 유해균이 존재한다고는 할 수가 없다. 보균자의 대변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콜라이 등 대장균군이 항상 득실거린다. 배변하고 손을 씻지 않을 경우, 정화조 물이 강이나 냇물로 흘러들 경우에는 식수나 음식이 오염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음식에 발견되는 일반 세균은 허용치가 있으나 대장균은 그런 게 없다. 대변으로 옮길 수 있는 질병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오염된 식품이 이미 유통돼 소비가 많이 됐음에도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건 거기에 대장균은 있어도 유해균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전염병 등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균의 보균자로부터 오염됐다면 아마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대장균의 유입경로를 생각하면 비위생적이긴 하지만 보통은 대장균이 검출돼도 안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대변이 매개하는 어떤 질병이 유행했을 시엔 위험신호의 지표로 삼을 뿐이다.
 
장염 환자나 고도 비만자에 대변 이식
병원성 대장균 `O-157`. 이 균은 장염과 설사, 점액성 변을 동반하는 이질균과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 [중앙포토]

병원성 대장균 `O-157`. 이 균은 장염과 설사, 점액성 변을 동반하는 이질균과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 [중앙포토]

 
대장균은 보통 무해한데 특수한 대장균인 ‘이콜라이 O-157’ 균을 비롯한 몇몇은 예외다. 이 균도 처음에는 병원성이 없는 무해한 균이었으나 어떤 경로에 의해 이질의 원인균(시겔라)으로부터 독성 유전자를 전달받아 그렇게 됐다는 설이 있다. 소위 이종 간에 ‘외도’를 해 새로운 형질이 생겼다고 추측한다. 이 균은 장염과 설사, 점액성 변을 동반하는 이질균과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 한국인은 일본인과는 달리 이질에 강한 체질을 타고나 비교적 가볍게 넘어간다. 이전에 유행했을 때도 일본에서는 사망자가 많았으나 한국에서는 전무했다. 옛날에는 이질이 걸리면 생부추와 고춧가루를 넣고 밥을 비벼 먹는 게 우리의 민간요법이었다.
 
대장균이 유해하지 않다는 증거는 또 있다. 대변 이식이다. 건강한 사람의 장 속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심어 주는 작업이다. 장염 등이 심한 사람에게 건강한 사람의 똥을, 고도 비만자에 홀쭉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면 효과가 좋다는 것이 증명됐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리도 지난해부터 대변 이식 클리닉이 문을 열었다. 똥이 약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무해한 대장균도 신체의 다른 부위에 감염되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방광염의 대부분은 이콜라이가 원인이다. 장 속에서는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지만 장 이외의 부위에 들어가면 방광염·신우염·복막염·패혈증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기회감염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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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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