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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돌고난 뒤 민주당에 주어진 숙제, ‘이해찬 공약’

중앙일보 2018.11.13 06: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8월 25일 취임 직후부터 전국을 돌았다. 여당 대표로서 지역의 현안을 듣고 정책이나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9월 초 전남에서 시작해 12일 울산을 마지막으로 13개 광역단체와 예산정책협의를 마쳤다. 그런데 당 안팎에서 “의도는 선했지만, 되려 만만찮은 숙제를 떠안게 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역 순회 기간 중에 가장 첨예한 갈등 이슈로 부상한 게 KTX 세종역 신설 문제다.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 대표의 지난 총선 공약이다. 행정도시 건설로 인구가 많이 증가한 세종시의 숙원 사업 중 하나지만, 2016년 정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아 그동안 진척되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충청권 지자체의 합의에 따를 것”이라고 정리하면서 잠시 가라앉았던 이 이슈가 다시 떠오른 건 지난 9월 10일이다. 세종시에서 열린 세종 예산정책협의회 때 세종시 관계자들은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 등과 함께 “세종역 신설을 당이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8일 오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8일 오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사실상의 ‘세종역’ 역할을 하는 오송역을 둔 충북이 곧바로 발끈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충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이 대표 면전에서 “사업 논의를 중단해 달라”고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다. 이 지사는 “충청권 상생 차원에서 더는 (이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당에서 노력해 달라”고도 했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15㎞ 거리에 있는 청주 오송역이 직격탄을 맞는 데다, KTX의 저속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 대표는 이 지사의 세종역 신설 반대 입장에 특별한 반응은 없었지만, “한반도를 X축으로 봤을 때 충북에서 강원으로 연결되는 선이 일종의 사각지대다. 그것을 이어서 전체적으로 사통팔달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충북의 숙원사업인 ‘강호선 고속화’를 꺼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세종역 설치를 반대하는 충북에 일종의 당근을 제시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당에선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공개적인 논의를 자제해왔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세종역 신설이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것은 맞지만, 그걸 반드시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쁘게 나온 만큼 향후 타당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찾는 게 먼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당장 해결되기 어려운 지역 이슈를 표면화해봐야 좋을 것 없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시도지사들이 1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당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이해찬 대표,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두관 의원, 윤호중 사무총장, 조정식 예결위 간사, 김성환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시도지사들이 1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당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이해찬 대표,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두관 의원, 윤호중 사무총장, 조정식 예결위 간사, 김성환 의원. [연합뉴스]

이때 난데없이 호남권 의원들이 “세종역 신설을 찬성한다”고 가세하면서 정치 쟁점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 송갑석, 바른미래당 김동철, 민주평화당 정동영, 박지원, 무소속 이용호 등 호남권 의원 17명이 지난 1일 “세종역을 경유하는 KTX 호남선의 직선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 변재일ㆍ오제세ㆍ이후삼 등 충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세종역 신설과 호남선 직선화 논란과 관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세종역 신설은 현재 상황에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쳤지만 타당하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8일 세종시청 정음실에 연 정례 브리핑에서 내년도 시 예산안을 설명하며 KTX 세종역 신설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 용역비 1억5천만원 편성 등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8일 세종시청 정음실에 연 정례 브리핑에서 내년도 시 예산안을 설명하며 KTX 세종역 신설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 용역비 1억5천만원 편성 등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세종시가 12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기반 구축 사업’으로 세종-청주 고속도로 사업과 세종역 신설을 신청하면서 '예산 정국' 내도록 갈등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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