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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익 몰수 피하려? 사이버 범죄 혐의 적극 부인하는 양진호

중앙일보 2018.11.13 02:30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오는 16일 검찰에 송치된다. 양 회장은 폭력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혐의를 지속해서 부인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경찰은 양 회장에게 9가지 혐의를 적용해 오는 16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양진호 9개 혐의 적용, 16일 검찰 송치
폭행은 '갑질 폭행 영상' 등 증거가 명확
사이버 범죄는 "회사 경영 관여 안한다" 부인
"범죄 수익 재산 몰수 피하려고 부인" 분석도

 
회사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회사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먼저 지난달 말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등이 공개한 '갑질·엽기·폭력 영상'과 관련된 혐의만 ▲폭행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개다. '웹하드 카르텔' 등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서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 등 3개가 적시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양 회장이 대마초를 피운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2015년 10월쯤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양 회장과 대마초를 나눠 피운 위디스크 등 임직원 7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첩보도 있는 만큼 모발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양 회장은 필로폰 투약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양 회장이 위디스크의 자금 2억8000여만 원을 임의로 소비한 것으로 확인하고 업무상 횡령 혐의도 추가했다. 
그러나 양 회장에 대한 조사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진 뉴스타파]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진 뉴스타파]

 
경찰 조사에서 양 회장은 지난달 말 공개된 '갑질·엽기·폭력 영상'과 관련된 혐의는 사실상 모두 시인했다. 영상 속에서 전직 직원의 뺨을 때리거나 직원을 시켜 닭에게 활을 쏘고 일본도를 휘두르게 하는 등 증거가 명백한 만큼 사실상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음란물 등 자료를 제공하는 헤비업로더, 불법 자료를 거르는 필터링 업체,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업체 등과 한통속이 돼 불법 영상자료를 조직적으로 유통하고 삭제하는 '웹하드 카르텔'에 관여한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2011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후부터 회사경영(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 파일노리)에서 손을 떼고 로봇개발에만 몰두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의 주범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웹하드 업체(위디스크, 파일노리)와 필터링 업체(뮤레카), 디지털 장의업체(나를 찾아줘)까지 차명 등으로 운영하면서 사실상 음란물 유통에 일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양 회장의 범죄혐의 가운데 음란물 유통에 대해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 위반은 물론 형법 제30조(공동정범)를 적용했다.  
양 회장이 음란물 유통을 방조한 것이 아니라 주도했다는 의미다.  
'공동정범'은 주로 폭력조직에 적용되는 법 논리다. 범행 계획을 수립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범행하도록 지시했지만 직접 나서지 않는 윗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모했다면 실제 범행을 한 사람과 똑같이 처벌을 받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경찰은 양 회장이 영상물을 많이 올린 업로더들에게 수익을 더 배분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음란물 등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은 양 회장과 함께 웹하드 시장을 교란한 위디스크, 파일노리, 뮤레카 대표와 이들 업체 임직원 등 14명은 물론, 각종 음란물을 유포한 헤비업로더 115명도 형사 입건했다.
이 중 헤비업로더 55명은 이미 조사를 마쳤다. 이들 중 2015년부터 최근까지의 누적 수익이 3000만원 이상인 헤비업로더만 5명이다. 경찰은 영상물을 올린 나머지 60명에 대한 조사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 등 사이버 범죄 혐의를 부인 하는 이유는 범죄로 얻은 이익은 국가가 몰수·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몰수 조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은 유죄 판결 이전에 범죄 수익금을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해놓고, 유죄 확정 시 몰수하는 '기소 전 몰수 보전'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회사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회사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양 회장은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알려지는 등 재산 규모가1000억 원대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양 회장의 재산의 상당 부분이 이런 웹하드 등을 통한 범죄 수익금인 것으로 보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한편, 범죄수익 동결을 위해 기소 전 몰수 보전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 회장이 범죄수익 몰수 등을 우려해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은 그가 주범이라는 증거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며 "양 회장의 재산 중 범죄를 통해 거둬들인 이익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현재 추산 중"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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