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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바둑둘 수 있어요" 전국 장애인 바둑대회 열려

중앙일보 2018.11.13 01:59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에 출전한 이동근 시각장애인 선수.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에 출전한 이동근 시각장애인 선수.

선수들이 바둑판을 손으로 더듬는다. 상대가 어디에 돌을 놓았는지를 손으로 확인한 뒤에야 다음 수를 놓는다. 그 옆에는 휠체어를 탄 선수가 수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일반 바둑대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11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제20회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청각 장애인, 지체장애인, 뇌병변 장애인 등 장애인 300여명이 참가해 대국을 벌였다. 장애인 등록증이 있는 애기가들이 한 곳에 모였다.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이한 이 대회는 전국 장애인 바둑대회 가운데 가장 역사가 길다. 전국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은 "1999년 박문여고에서 1회 대회를 개최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기관·단체의 후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20회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제20회를 맞이한 미추홀배 전국 장애인 바둑대회 현장.

제20회를 맞이한 미추홀배 전국 장애인 바둑대회 현장.

 제20회를 맞이한 미추홀배 전국 장애인 바둑대회 현장.

제20회를 맞이한 미추홀배 전국 장애인 바둑대회 현장.

장애인 대회라 일반 아마추어 대회보다 선수들의 기력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김동섭(58) 아마 7단은 "장애인이라는 조건 때문에 장애인 대회가 일반 대회보다는 참가 인원이 적지만, 입상하는 선수들의 실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섭 아마 7단은 과거 여러 아마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아마 강자다. 신장 투석을 받게 되면서 몇 년 전에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김 아마 7단은 "체력이 안 좋아져서 예전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지만, 바둑을 즐기는 마음만큼은 여전하다. 앞으로도 장애인 바둑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강부 준우승은 최욱관(65) 아마 7단이 차지했다. 그는 과거 프로기사로 활동했는데,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고 프로기사직을 은퇴, 현재는 아마추어 기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송중택 아마 6단.

미추홀배 전국장애인바둑대회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송중택 아마 6단.

 
이날 대회에는 시각장애인 세계챔피언인 송중택(58) 아마 6단도 출전했다. 그는 프로기사 송상훈(23) 4단의 아버지다. 
 
송중택 아마 6단은 "오랜만에 대회에 출전했는데 입상하지 못했다. 오는 22일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 시각장애인 바둑대회에 참가해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에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30년 넘게 점자 바둑판을 써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다만, 대회장 주변이 어수선해 상대가 돌을 놓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것만 제외하면, 기력을 쌓고 바둑을 즐기는 데는 시각장애인과 일반인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송중택 아마 6단 등 시각장애인들은 특수하게 제작된 점자 바둑판과 바둑알로 대국을 펼쳐다. 바둑판은 가로·세로줄이 튀어나오거나 들어가 있어 손으로 감지할 수 있고, 바둑알은 바둑판에 꽂을 수 있었다. 또한 검은돌 위에는 볼록한 점이 튀어나와 흰돌과 구분이 가능했다. 선수들은 상대가 돌을 놓으면 소리를 듣고, 바둑판을 촉지해 어느 곳에 뒀는지 가늠해 수를 놓았다.
이동근 시각장애인 선수가 점자 바둑판을 사용해 바둑을 두고 있다.

이동근 시각장애인 선수가 점자 바둑판을 사용해 바둑을 두고 있다.

 
한편, 최강부 외에 나머지 조의 우승자는 ▲갑조=권오학 ▲을조=유창우 ▲병조=이창현 ▲정조=윤지영 ▲초급부=임무혁 ▲여성부A=이지숙 ▲여성부B=최진숙 ▲실버부A=한상욱 ▲실버부B=김영기 ▲골드부=이상문 ▲오목=고재원 등이다. 
 
전국장애인바둑협회 현명덕 회장은 "바둑은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하지만, 특히 장애인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종목이다. 하지만, 아직 전국 장애인 체전에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한 점 등 아쉬움이 많다.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바둑을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인천시치과의사회, 전국장애인바둑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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