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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제재, 일본과 과거사 갈등…한·미·일 대북공조 빨간불

중앙일보 2018.11.13 01:01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제정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제정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다자외교 무대가 이번 주 잇따라 마련된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다. 이런 ‘북핵 위크’를 맞아 한·미·일 공조에 묘한 이상 기류가 노출되고 있다.

아세안+3, APEC 등 '북핵 위크'
미국은 일본과 대북제재 찰떡공조
펜스, 한국 안 오고 아베부터 만나

한·일 관계는 징용 판결 뒤 악화
"비핵화엔 한·미·일 공조 필수"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3일 출국한다. 하루 전인 12일 문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도 생략하고 순방 기간 동안 있을 다자회의와 양자회담 준비 상황 등을 막판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 오찬 회동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신남방정책의 주요 파트너인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전망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EAS·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동선이 예사롭지 않다. 아세안 관련 행사가 열리는 싱가포르에 가기 전 일본부터 방문한다. 다자정상회의에 앞서 대북 압박을 고수해 온 일본과 사전 작전회의를 하는 셈이다. 펜스 부통령은 일본으로 향하던 11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미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준 압박 캠페인을 유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에게서 북한 비핵화 이전에 북·미가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엔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한·미·일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실히 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P=연합]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P=연합]

 
펜스 부통령은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함께 기자회견을 한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언론 앞에서 발언하는 장면은 아시아 순방을 시작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일이 대북 압박을 놓고 찰떡 공조를 보여준 뒤 국제 사회를 견인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은 펜스 부통령의 방문국에서 빠져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일본에 이어 싱가포르(EAS)-호주-파푸아뉴기니(APEC 정상회의) 순으로 방문한다. 물론 다자 정상회의 기간에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같은 공간에 있게 된다. 그러나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에 우호적인 성향의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 때처럼 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론했는데, 펜스 부통령은 철저한 제재 이행을 요구한다면 한·미 간 공개적 엇박자로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일 공조의 또 다른 축인 한·일은 갈등 상황에서 만난다. 지난달 31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뒤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다. 여기에 북한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한국을 상대로 표출하고 있다. 북한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9일 개인 명의 논평에서 한·미 간 비핵화 워킹그룹 출범을 비판하며 “문제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행위에 맹종맹동하는 남조선 당국의 수치스러운 처사”라고 비난했다. 한국은 북·미 사이에 낀 난감한 형국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한·미·일이 한편에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러까지 끌고 와 5대1 구도를 만들어야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일 간 껄끄러운 양자 관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구상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강제징용 문제는 북·일 국교 정상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고, 그러면 북한 경제 발전 지원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시한에 쫓기지 말고 차분히 앉아서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지혜·위문희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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