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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8년 도피 교육감의 배후가 궁금하다

중앙일보 2018.11.13 00:42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준희 내셔널팀 기자

김준희 내셔널팀 기자

‘검찰, 최규호 못 잡나, 안 잡나’. 매년 9월, 전북 지역 언론사들은 이런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부정·부패의 종합판’이라 불린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확장 사업을 도와주고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이 2010년 잠적 후 생긴 ‘연례행사’다.
 
전주지검은 지난 6일 인천의 단골 식당에서 ‘혼밥’을 먹으려던 최 전 교육감을 검거·구속했다. 잠적 후 8년 2개월 만이다. 전주지검은 최 전 교육감을 놓친 ‘원죄’가 있다. 8년 전 공범들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유력 인사를 잡범 취급할 수 없다”며 소환을 미루다 놓쳤다. 그동안 전주지검은 검사장만 10명이 바뀌었다. 최재경·이창재·이영렬 등 ‘칼잡이’로 명성을 떨치거나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차관에 발탁된 유능한 검사들이 수장이었지만, 고령의 도주범을 못 잡았다. 그러는 사이 사망설·밀항설·권력비호설 등 억측이 난무했다.
 
그런데 전주지검 새 수뇌부가 전담팀을 꾸린 지 석 달 만에 최 전 교육감을 검거하자 지역 내에선 “그동안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은 것”이라는 의혹이 커졌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 사건은 2013년 5월 20일 같은 전주지검 관내에서 벌어진 도주 사건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대우(당시 만 46세)는 남원지청에서 상습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다 도주했다. 당시 검찰은 전국에 공개 수배령을 내리고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렸다.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검경이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이대우는 도주 25일 만에 부산 해운대에서 검거됐다. 검찰은 검거 후 이대우의 도주 경로 및 조력자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반면 최규호 전 교육감을 잡은 검찰은 ‘대어’를 낚고도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거물과 잡범은 검찰 대우부터 다르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최 전 교육감은 ‘도망자 신분’인데도 제3자 명의의 휴대전화·체크카드를 쓰며 수억 원대 차명 아파트에서 살았다. 취미인 테니스도 즐겼다. 친동생인 더불어민주당 3선 국회의원 출신 최규성(68)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명의로 병원도 다녔다. 최 사장은 수차례 “가족들도 연락이 안 닿는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검찰은 12일 최 사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북 첫 직선 교육감을 지낸 최 전 교육감은 각계각층과 친분이 두터워 ‘마당발’로 불린다. 검찰은 ‘거물급 수사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피하려면 최 전 교육감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번 믿어 보라”는 검찰 새 수뇌부의 말이 허언이 아니길 바란다.
 
김준희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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