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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글에 ‘디지털 서비스세’ 물리려면

중앙일보 2018.11.13 00:41 종합 29면 지면보기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조세 분야 올림픽’인 국제조세협회(IFA) 연차 총회가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GAFA’로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테크 컴퍼니에 대한 과세 논의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는 4000억원이 넘는 법인세를 낸 데 비해 구글은 한국에 현저히 낮은 세금을 내는 것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글로벌 규범과 전문성에 근거한 검증에서 나온다.
 

글로벌 기술기업에 대한 과세 논의
EU도 ‘디지털 서비스세’ 신설 추진
테크 컴퍼니 원천지 과세 회피 가능
형평성·정당성 갖춘 과세 추진해야

경영 활동을 위해 자본 투자가 선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경제에서는 디지털 투자를 통해 플랫폼을 만들고 참여자들의 정보를 자산으로 축적한다. 디지털 정보는 놔두면 버려지는 것이지만 모으고 분류하면 경제적 효익을 지닌 자산이 된다. 다양한 플랫폼 참여자가 증가할수록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가치는 급등한다. 글로벌 테크 컴퍼니들이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참여자들에게는 무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가 디지털 자산의 정보가치에 있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 원칙을 간단히 말하면, 본사가 있는 거주지국 과세 당국은 전 세계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갖는다. 진출한 현지국 과세당국은 원천지국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갖는다. 한국이 거주지국인 네이버와 한국이 원천지국인 구글코리아가 부담하는 세금의 차이를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유럽연합(EU)에서도 일반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23.2%인데, 글로벌 테크 컴퍼니의 세율은 9.5%다. 이 때문에 과세 형평성을 위해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으로 원천지국 과세권을 강화하자고 하면서도 아직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컴퍼니들에 대한 과세 논란의 중심에는 ‘고정사업장(PE)’이 있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본격적 경영 활동을 하려면 해외투자를 통해 물리적인 장소인 고정사업장을 운영하게 된다. 현지의 사회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를 이용한 대가로 원천지국은 과세의 정당성을 얻는다. 그런데 디지털 플랫폼이 고정사업장을 보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 테크 컴퍼니들은 고정사업장이 없어도 고객을 상대하는 경영 활동이 가능하기에 원천지국의 과세를 회피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마다 다른 조세 체계를 이용해 무과세 또는 과소 과세 혜택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시론 11/13

시론 11/13

이처럼 OECD가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는 이유는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과세 형평성 못지않게 과세 정당성의 확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가치창출 능력이지 조세 부담 절감 능력이 아니다. 따라서 조세 형평성의 관점에서 디지털세 도입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어떻게 디지털세를 도입할지에 대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과세 대상의 범위에 따라 무차별 조항 문제나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외국 법인과 내국법인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경우엔 내국법인에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으로 한정하면 무차별 조항 문제로 통상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둘째, 과세기준의 선정 시 ‘중요한 디지털 존재(SDP)’를 판단하기 위한 요소로 매출액, 플랫폼 이용자 수, 신규 디지털 서비스 관련 사업계약 건수 등이 제안됐으나 합리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정보 제공 동의 등 행정적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과세율 산정의 어려움이 있다. EU의 디지털 서비스세는 매출액에 과세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단지 EU의 한시적 조치를 따라서 적정 과세율을 산정하는 것은 무리다. 넷째, 조세 부담의 전가 가능성이다. 디지털 서비스세의 경우 최종 소득금액이 아닌 거래금액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에 부과된 세금이 거래금액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논의를 통해 과세 형평성 확립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주면서 동시에 방법론 면에서 글로벌 테크 컴퍼니들에게 과세 정당성을 입증하고, 유능한 납세자를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실력이고, 시장은 실력 있는 정책당국을 신뢰하고 모인다. 한국 사회가 실력이 아닌 강제력에 의존해 이기겠다는 데에만 집착하면 결국은 유능하지 못한 납세자만을 상대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과세당국 간 국제적 협력에 근거한 디지털 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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