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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힐만 … 한동민 우승 축포

중앙일보 2018.11.13 00:32 경제 6면 지면보기
SK 와이번스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5-4로 승리, 2010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정규시즌 2위 SK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연장 13회 초 결승 솔로 홈런을 때린 한동민이 MVP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SK 와이번스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5-4로 승리, 2010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정규시즌 2위 SK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연장 13회 초 결승 솔로 홈런을 때린 한동민이 MVP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트레이 힐만(55) 감독과 아름답게 이별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 SK 5 - 4 두산
SK, 정규시즌 1위 두산 꺾고 우승
최정 동점포-한동민 연장 역전포
힐만 감독 외국인 사령탑 첫 정상
공갈포 군단 SK를 홈런 군단 바꿔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한동민의 결승 솔로포를 앞세워 두산 베어스를 5-4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시리즈 전적 4승2패. 이로써 SK는 2007년 첫 우승을 달성한 이후, 2008년, 2010년에 이어 8년 만에 네 번째 우승을 이뤘다. 힐만 감독은 외국인 감독 최초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두산 선발 이용찬이 1회부터 볼넷을 연달아 3개나 내주면서 무너졌다. 무사 만루에서 제이미 로맥이 땅볼로 선제점을 올렸다. 1이닝 만에 강판당한 이용찬 대신 이영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역부족이었다. 4회 초 2사 주자 1루에서 강승호가 이영하를 상대로 투런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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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1위 두산도 끈질겼다. 6회 말 두산 최주환·양의지의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8회 말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홈런 군단’ SK에겐 한 방이 있었다. 9회 초 2사에서 두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최정이 동점포를 날렸고, 연장 13회 초 2사에서 한동민이 투수 유희관의 직구를 받아쳐 결승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SK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13회 말 마운드에 올라왔다. 김광현은 백민기를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시켰고, 3타점을 올린 양의지와 박건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포효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SK 선수들이 트레이 힐만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뉴스1]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SK 선수들이 트레이 힐만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뉴스1]

SK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화기애애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한국시리즈가 아닌 시범경기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힐만 감독을 바라보는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이날 이긴다면 우승이라는 기쁨을 누리지만 힐만 감독과는 이별해야 했다. 힐만 감독은 지난달 13일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감독이 팀을 떠난다고 말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지난 2년간 선수단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준 힐만 감독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뜻깊은 작별을 위해 꼭 우승하자고 약속했고,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1경기 만에 우승을 이뤘다.
 
힐만 감독은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2003~07년) 감독과 미국 캔자스시티 로열스(2008~10년) 감독을 지냈다. 2016년 민경삼 전 SK 단장은 힐만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으로 날아갔다. 그의 집을 찾아간 민 전 단장은 “일본, 미국에 이어서 한국에서도 프로야구 감독을 한다면 진정한 ‘월드(world) 감독’이 된다” 며 그를 설득했다. 이 말을 들은 힐만 감독은 기꺼이 SK 감독직을 수락했다.
 
힐만 감독은 2017년 부임하면서 특유의 ‘젠틀맨 리더십’을 발휘했다. 학연·지연으로 얽힌 한국 야구는 감독과 선수 사이에 상명하복이 뚜렷하다. 아무리 감독이 “편안하게 대하라”고 해도 선수들이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힐만 감독은 지도자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스킨십을 했다.
 
경기 전 배팅볼을 직접 던져주기도 하고,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김강민·박정권 등 베테랑 타자들이 부진하자 어쩔 수 없이 2군으로 보내야 했다. 하지만 팀 내 고참인 이들의 자존심이 상할까 봐 2군 코치진에게 “그날그날 기분을 잘 살펴달라. 사소한 변화도 꼭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김강민과 박정권은 은퇴를 고민했지만, 힐만 감독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맹활약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12일·잠실)

한국시리즈 6차전(12일·잠실)

힐만 감독은 야구팬들에게는 따뜻한 행동으로 사랑을 받았다.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가발을 만드는데 기부하기 위해 1년 넘게 머리를 길렀다. 구단 수뇌부에게 힐만 감독은 ‘나이스맨(nice man)’이었다. 요구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은 주어진 전력으로 최선의 전략을 세웠다. SK는 몇 해째 ‘홈런 군단’으로 변신을 꿈꾸며 거포들을 영입했다. 힐만 감독은 부임 이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에 맞게 준비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정, 제이미 로맥 등을 비롯해 김동엽·정의윤 등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지난해까지 SK는 홈런은 많지만, 타율은 떨어지는 ‘공갈포 군단’이었다. 올해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르되 콘택트와 출루를 강조했다. 그 결과 SK는 진정한 홈런 군단으로 거듭났다.
 
김식·박소영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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