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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2억 투입 ‘취성패’ 일자리 절반이 월 180만원 미만

중앙일보 2018.11.13 00:19 종합 2면 지면보기
2019 예산안 470조 … 내돈 어디가②
‘취업성공 패키지’(이하 취성패)라는 게 있습니다. 노량진에 있는 취업 학원의 프로그램 이름 같다고요? 취업 프로그램은 맞는데, 그 운영 주체는 고용노동부입니다. ‘취업상담-직업훈련-취업알선’ 3단계로 구성돼 있고, 2009년부터 시작돼 나름대로 역사도 있습니다. 도입 후 정권이 두 번 바뀌었는데도 살아남은 걸 보면 정부 내에선 나름대로 ‘괜찮다’고 평가받는 모양입니다.

적성 안 맞아 51%가 1년 내 퇴직
“정부 실적 올리기용 대상자 취급”

일자리 예산 22% 늘어난 23조
내 돈 58만원 일자리에 쓰여
야당 “가짜 일자리사업 8조 삭감”

 
그런데 내막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김모(27)씨는 취성패를 통해 지난 7월 작은 웹 개발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그런데 내년에도 이 회사를 다녀야 할지 고민이랍니다. 그가 한 달 받는 돈은 200만원이 채 안 되는데요,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 일자리에서 주 52시간씩 일할 때 손에 쥘 수 있는 돈 173만여원과 별 차이가 안 납니다. 취성패를 통해 취업한 근로자 가운데 월 200만원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62.9%(2017년 기준)로 절반이 넘습니다. 월 급여가 180만원 미만인 경우도 50.5%였습니다.
 
원하던 분야에 취업한 김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간호조무사를 하고 싶은데, 원하는 시기에 교육을 못 받아 어쩔 수 없이 회계 공부 중”이라는 최모(33)씨의 경우처럼 적성이나 선호와 관계없는 교육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취성패 취업자의 과반(51.4%)이 근속 기간 1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관둡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왜 이런 걸까요. 시중엔 국비 지원 강의로 연명하는 학원이나 건당 20만~150만원인 취업 알선 수수료를 노리는 민간 위탁업체가 취성패 예산 4122억원(2019년도) 중에서 ‘자기 몫’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익명을 원한 한 직업상담사는 “근본적으로 현장에 대한 평가보다 취업률 중심으로만 평가하다 보니 ‘일단 보내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등장한 김씨도 “교육기관도, 기업도 나를 실적 올리기용 대상자로 취급했다”고 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운영돼 왔고, 그나마 성과가 있다고 자체 평가 중인 ‘취성패’가 이럴진대 다른 일자리 예산은 어떨까요.
 
정부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으로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5000억원(전체 예산의 5.0%)을 책정했습니다. 100대 기업 근로자는 연평균 58만원의 세금을 일자리 예산 명목으로 내는 셈입니다.(100대 기업 평균 연봉 5400만원×연간 조세부담률(21.6%)×일자리 예산 비중(5.0%)=58만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자리 예산은 크게 실직자 임금 보전(8조1142억원), 고용장려금(5조9204억원), 직접일자리(3조7800억원), 창업지원(2조5741억원), 직업훈련(1조9711억원), 고용서비스(1조705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취성패는 고용서비스 중 하나고요.
 
이 가운데 예산을 심사 중인 올해 국회에선 3조7800억원이 책정된 ‘직접 일자리 예산’(정부가 직접 인력을 고용해 임금을 지급하는 예산)을 놓고 여야가 한창 갑론을박 중입니다. 올해보다 5849억원(18.3%) 늘어난 금액인데요, 이를 놓고 자유한국당은 “통계분식용 일자리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 종합정책질의 첫날부터 “땜질용 가짜일자리 예산 8조원을 삭감하겠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통계분식용 단기일자리 1500억원을 삭감하겠다”(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국당이 문제 삼는 예산은 구체적으로 창의예술인력 양성(71억원), 해양폐기물정화사업(110억8000만원), 지역사회서비스 청년사업단(16억8000만원), 도시재생건축 인턴십(65억5000만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창의·도시재생 인력을 양성하고 바다 쓰레기를 제거하며 지역사회에 서비스하겠다는데 왜 이렇게 반발이 심한 걸까요. 비밀은 예산이 집행되는 세부 내역에 있습니다. 창의예술인력 양성사업을 예로 들면 사업비 71억원 가운데 창의예술교육 랩 지원(2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46억원)은 ‘인턴십 프로그램’에 쓰입니다. 6~9개월짜리 문화예술교육사, 청년디자인 인턴 월급으로 대부분이 쓰입니다. 이러한 인턴 채용이 당장 취업률은 높이겠지만 장기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게 야당의 주장입니다.
 
일자리 예산 6개 항목 중에 유일하게 줄어든 건 ‘직업훈련’ 예산입니다. 올해 예산보다 933억원(4.5%) 적게 책정돼 있는데요, 이는 2조1325억원(56.3%)이나 늘어난 고용장려금과 대비됩니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업훈련은 필수적입니다. 고용 유연성을 늘릴 수 있는 핵심 대책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국회 예산정책처 ‘2019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2’ 80페이지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고용장려금은 직업훈련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직접적이고 빠르게 나타난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출, 비효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일자리 문제의 근원적 치유보단 대증요법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입니다.
 
“독거노인 조사 등 단기 일자리, 납세자가 동의 못할 것”
성태윤 연세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교수

“본말이 전도된 게 일자리예산의 진짜 문제.”
 
정부 일자리 예산안을 보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취업 프로그램은 초점을 교육에 맞춰야 합니다. 전문성 높은 교육을 통한 개인의 역량 강화로 포커스를 좁혀야 성과를 낼 수 있죠. 하지만 취업률(실적)에 목매는 현실을 보면 결국 취업 알선 업체가 운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공공부문 일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 일자리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필요한 일자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독거노인을 조사하기 위해, 재래시장 화재방지를 위해 단기 인력을 갑자기 채용하는 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납세자들의 동의를 얻으려면 필수적 사업인지를 따져보는 게 먼저 아닐까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특별취재팀=권호·서유진·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