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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 '월 160만원' 공유주방 실험…백종원·캘러닉, 한명은 운다

중앙일보 2018.11.13 00:10 종합 26면 지면보기
우버 창업자도 뛰어든 한국 공유주방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왼쪽)과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중앙포토]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왼쪽)과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중앙포토]

최근 국내 외식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의 한국 진출 소식이었다. 공유 '택시'가 아니라 이번엔 공유 '주방'을 들고 왔다. 캘러닉은 지난달 서울로 날아와 조용히 사업설명회를 열고, "조만간 서울에서 부동산 수십 개를 사들여 공유주방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2017년우버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후 지금은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2017년우버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후 지금은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캘러닉은 지난해 6월 우버 CEO에서 물러난 후 101100(텐원헌드레드)라는 벤처펀드 투자를 통해 이미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낙후된 상권의 부동산을 사들여 설비를 갖춘 부엌을 수십 개 만든 후 자영업자들에게 빌려주고 배달 인프라와 마케팅 노하우까지 제공해 누구나 손쉽게 외식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돕는 사업모델이다. 한국 외식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데 왜 뛰어드는지, 그리고 우버가 택시업계 판을 뒤흔들었던 것처럼 외식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알아봤다. 

월 160만원이면 가능한 공유주방
비용 줄여 진입장벽 낮추는 모델
지금도 식당 넘쳐 장사 어렵지만
갈곳없는 퇴직자들 식당에 목매
미숙련 자영업자 창업시장 놓고
백종원 프랜차이즈와 승부 예고

 
 서울 역삼동 충현교회 뒷편 '심플키친'에 입점한 서울포케. 평균 외식업 창업 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창업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서울 역삼동 충현교회 뒷편 '심플키친'에 입점한 서울포케. 평균 외식업 창업 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창업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불황으로 특A급 상권도 다 무너져 연일 폐업 딱지가 늘어만 가는 요즘 하와이 음식인 포케 전문점을 하는 서울포케 김태형 대표는 지난 5월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 이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여유있게 2교대로 일하면서 한달에 15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에 들어간 돈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 900만원에 한달 임대료 160만원이 전부다. 매장 인테리어를 직접 돈 들여 하기는커녕 냉장고나 화기 등 주방설비도 따로 구매하지 않았다. 심지어 매일매일 들어가는 식자재 구매도 필요물량을 말만 하면 좋은 가격조건에 받을 수 있고,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받은 후 버튼만 누르면 배달대행업체가 와서 배달을 해준다. 공유주방을 빌려쓰고 있기에 가능했다. 
돈이 안 된다는데도 다른 먹고 살 게 없다며 꾸역꾸역 식당으로 몰리는 50~60대 퇴직자들 눈이 번쩍 뜨일 얘기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은 자영업자의 무덤이나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순 있지만 살아나가긴 쉽지 않았다. 지난 5일 "자영업자의 고통을 호소할 길이 없다"며 국회 앞에서 불을 지르고 자진 신고한 뒤 방화 현행범으로 체포된 최승연(60)씨도 그랬다. 최씨는 2008년 남편 퇴직금과 은행 대출금을 합한 4억5000만원을 들여 프랜차이즈 빵집을 열었다. 생각만큼 돈이 벌리지 않는 프랜차이즈를 접고 연 만두가게 사정은 더 어려웠다. 본사에 수수료를 주는 대신 주방을 고임금 종업원으로 채우다 보니 손에 쥐는 돈이 적었다. 적자만 쌓여갔다. 평범한 주부가 방화범으로 전락한 사연이다. 
지난 5일 대형 프랜차이즈 횡포를 호소하며 한 60대 자영업자가 국회 앞에 불을 질렀다. 기술없이 퇴직금을 올인해 외식업에 뛰어든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사진 영등포소방서]

지난 5일 대형 프랜차이즈 횡포를 호소하며 한 60대 자영업자가 국회 앞에 불을 질렀다. 기술없이 퇴직금을 올인해 외식업에 뛰어든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사진 영등포소방서]

 나이 들어서 큰돈 들여 창업한 후 영업부진 끝에 결국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너무 흔해서 최씨처럼 불이라도 지르지 않으면 얘깃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열에 여덟(76.4%)이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턱없이 부족한 준비 기간(6개월 미만이 73.7%)만 거쳐 창업한다. 이렇듯 쫓기다시피 사업을 시작하니 창업하는 족족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외식업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열에 여덟(82.1%)이 5년 안에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외식업은 이미 포화상태인 만큼 준비 안 된 자영업자는 도태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외식업은 이미 포화상태인 만큼 준비 안 된 자영업자는 도태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

 프랜차이즈 구루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국감에서 "식당이 너무 많다. 도태될 분은 도태돼야 한다"고 말한 대상이 딱하지만 바로 최씨처럼 딱 창업할 만큼의 돈은 있는데 기술은 없는 이들이다. 그는 "준비 안 된 사람은 음식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기술이나 준비 없이 너무 쉽게 너도나도 외식업에 뛰어드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백 대표 말처럼 준비 없이 외식업에 나서는 것도 문제지만 일단 시장에 진입한 이상 툭툭 손 털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처음부터 사실상 전 재산에 가까운 목돈을 투자하는데, 실패하면 창업비용을 고스란히 다 날리는 구조라서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벼랑 끝으로 몰리기 일쑤다. 
 그런데 만약 외식업의 진입장벽을 지금보다 더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창업하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이런 역발상으로 요즘 주목받는 게 '클라우드 키친'식의 공유주방이다. 
'클라우드 키친' 사업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홈페이지.

'클라우드 키친' 사업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홈페이지.

 여기서 말하는 공유주방(shared commercial kitchen)이란 이름 그대로 주방을 빌린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목 좋은 공간을 찾아 권리금이나 임대료를 치른 뒤 인테리어와 설비에 적잖은 투자를 해야 프랜차이즈든 개인 식당이든 열 수 있었다. 아무리 비용을 절감하려고 해도 최소한 33㎡(10평) 짜리 식당 하나에 평균 1억원 가까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공유주방은 이 비용을 대폭 줄여준다. 식당을 하려는 자영업자는 이미 설비를 갖춘 주방을 임대료 수준의 비교적 싼값에 빌려 요리에만 집중하고, 공유주방 사업자가 배달 인프라를 비롯해 마케팅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남의 주방을 빌려 요리해서 매장 테이블 대신 배달로 판매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켜먹는 배달음식 시장이 성숙했기에 가능한 사업모델이다. 
 과장이 아니다. 지난 7월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글로벌 금융시장 얘기가 아니라 부엌 얘기로만 82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냈다. 배달음식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다룬 '부엌이 사라질까?(Is the Kitchen Dead?)'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선 배달음식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지금의 350억 달러(40조원)인 시장 규모가 2030년이면 3650억 달러(415조원)까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집에서 해먹는 대신 배달음식과 공유주방이 함께 클 것으로 봤다. 
 실제로 국내에선 아직 낯설지만 이웃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꽤 큰 사업자가 나올 만큼 공유주방이 자리잡았다. 미국은 2013년 130여 개였던 공유주방 사업자가 2016년 200개를 넘어섰고, 영국 '딜리버루'는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에도 진출했다. 이런 와중에 우버 창업자 캘러닉이 한국을 자신의 공유주방 두 번째 사업국가로 선택했으니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서울 역삼동의 공유주방 '심플키친' 입구.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서울 역삼동의 공유주방 '심플키친' 입구.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클라우드 키친'과 유사한 컨셉트로 지난 5월 공유주방 사업에 뛰어든 '심플키친' 임태윤 대표는 만나자마자 "캘러닉이 한국을 택한 게 놀랍지 않다"며 "강력한 경쟁상대를 만났다기보다 오히려 시장 파이를 키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매년 문을 여는 17만 개 식당 중 대략 10%인 1만 7000개가 공유주방을 필요로 하는 배달전문인만큼 캘러닉의 한국 진출로 공유주방 모델이 알려질수록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심플키친의 9개 입점업체는 현재 보증금 900만원에 월 160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세무 등 서류작업은 물론 식자재 공동구매와 배달앱 연결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외식업 창업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여기 입점한 김태형 대표는 "여러 업체가 공유주방 안에 모여있다보니 초기 식자재가격과 인건비 등 여러 고정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외식업 특성상 대부분의 아이템이 2~3년 유행을 타기 마련이라 저렴하게 시장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우아한형제들이 서울 역삼동에 낸 공유주방 '배민키친'. 설비를 갖춘 주방을 싼값에 빌려 내 브랜드 식당을 여는 방식이다. 안혜리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서울 역삼동에 낸 공유주방 '배민키친'. 설비를 갖춘 주방을 싼값에 빌려 내 브랜드 식당을 여는 방식이다. 안혜리 기자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배민키친도 비슷한 성격이다. 우아한형제들이 2016년 강남파이낸스센터 뒤편에 2층 규모로 문을 연 배민키친 역삼점은 10㎡안팎의 8개 개별 키친 외에 1층에 작은 홀이 있어 얼핏 보면 푸드코트같다. 하지만 운영방식은 심플키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민키친 기수란 선임은 "밝힐 수는 없지만 주변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입점한 퓨전분식 브랜드 OSSO 구세회 대표는 "앞서 인천에서 같은 브랜드 매장을 낼 때 1억5000만~2억원은 들었다"며 "진입이 어려운 강남 상권에서 적은 돈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어 최소한의 인건비로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쿡은 적게는 340만원이면 창업이 가능한 공유주방 모델을 제시한다. [사진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위쿡은 적게는 340만원이면 창업이 가능한 공유주방 모델을 제시한다. [사진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사실 한국에서 공유주방 컨셉트를 처음 들고나온 곳은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위쿡'이다. 김기웅 대표는 2014년 다니던 증권사를 나와 도시락 가게를 인수했는데 도무지 수익이 나질 않자 공유주방 모델을 떠올렸다. 미국 각 도시를 다니며 공유주방 모델을 연구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창업 비용을 낮춰주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꿔주는 게 목표"라고 공유주방의 의의를 설명한다. 그는 "부동산 중심인 외식업 생태계를 사람 중심으로 바꿔놓고 싶다"고 말했다. "공간에 매여 있으면 문 닫고 여행 한 번 못 가지만 공유형 식당이 전국적으로 자리잡으면 특화된 레시피를 가진 사람이 일하고 싶은 기간만큼 일하고 싶은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셈법이다. 마치 캘러닉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우버를 시작할 때 운전자들에게 내세웠던 것과 유사하다. 
 현재 하루 10.9시간씩 한 달엔 3번밖에 쉬지 못하면서 한 달에 354만원을 버는 한국 자영업자에겐 꿈같은 얘기다. 김 대표는 "공유주방은 외식업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게 아니라 제대로 계속할 사람을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주방에 뛰어든 사람들의 문제의식은 모두 같다. 한국에 식당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포화상태지만 퇴직자가 계속 몰리는 게 현실이라면 창업 문턱을 확 낮춰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프랜차이즈를 정답으로 보는 백종원 대표의 문제의식은 전혀 다르다. "자금 부족이 아닌 기술과 준비 부족을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들의 문제"로 보는 만큼 공유주방 모델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공유주방이 한국에서 자리 잡으려면 이미 확고한 우위를 점한 프랜차이즈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유주방이 자영업자들에게 자유를 줄까, 아니면 여전히 공간과 시간의 노예로 머물게 할까. 캘러닉의 한국 진출로 확 낮아질 외식업 진입장벽이 '자영업자의 무덤'인 한국 외식업 시장에서 구세주로 통할지, 아니면 생명과도 같은 퇴직금만 빨아먹는 또 하나의 흡혈귀로 귀결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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