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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등산사] “백록담 헬기장 없어도 된다“ 서둘러 해명 나선 원희룡

중앙일보 2018.11.13 00:05
송이가 왔고 귤이 갔다. 이 제철 먹을거리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지난 10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한라산을 찾았다. 원 지사는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이 한라산을 찾는다면 기존 헬기 착륙장을 이용하게 하거나 헬기가 백록담에 착륙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백록담에 헬기장을 설치 검토’로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원 지사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오해가 있었다"며 "남북 정상이 헬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도 인공적인 구조물 설치에는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정은 답방 때 쓸 헬기장 논란 커지자
“나도 설치에 반대” 하루새 해명 나서
“헬기 이용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

제주 산악인들 "돌풍 때문에 위험하다"
박원순 시장은 18일 한라산 찾을 예정
국립공원 측선 "청와대가 판단할 사항"

 
한라산 백록담. 과거 백록담에는 착륙장 없이도 헬기 이착륙을 했다. 김홍준 기자

한라산 백록담. 과거 백록담에는 착륙장 없이도 헬기 이착륙을 했다. 김홍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두산 천지에서 미리 준비한 제주산 생수 일부를 천지에 부은 뒤 그 병에 물을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두산 천지에서 미리 준비한 제주산 생수 일부를 천지에 부은 뒤 그 병에 물을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산에 올라 ‘삼다수’ 페트병에 천지 물을 넣는 ‘합수’ 세러머니를 했다. 10월 29일에는 기자들과 북악산에 올라 “김정은 위원장이 원한다면 한라산을 구경 시켜줄 수 있다”고도 했다.
 
논란은 송영무 전 국방장관의 발언에서부터 커졌다. 송 전 장관은 9월 20일 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산행에 동행하며 “해병대 1개 연대를 한라산에 헬리페드(‘헬리패드(Helipad)’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의 이 발언은 자연훼손은 물론 해병대 비하 논란을 부르며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헬기장 설치 논란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은 굳어진 분위기다. 이미 문 대통령은 천지의 물을 보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발언을 한만큼 천지·백록담 합수 세리머니는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존 한라산 동릉의 헬기장을 이용한다면 계단 데크를 100m 가량 걸어 올라가 산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 백록담에 가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다시 고도 80m를 내려가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존 헬기장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그리고 경호원이 함께 탑승한 대형 헬기가 착륙하기에 작다. 이런 점에 비춰 분화구 내 헬기장 설치가 거론됐다. 이 와중에 원 지사의 11일 발언이 보도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0일 기자들과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사진 제주도]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0일 기자들과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사진 제주도]

계단 데크를 이용해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탐방객들. 오른쪽 끝에 기존 헬기장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헬기장을 이용한다면 이 계단 데크를 오른 뒤 다시 백록담으로 내려서야 한다. 김홍준 기자

계단 데크를 이용해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탐방객들. 오른쪽 끝에 기존 헬기장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헬기장을 이용한다면 이 계단 데크를 오른 뒤 다시 백록담으로 내려서야 한다. 김홍준 기자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원 지사의 해명은 이 사안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벤트에 의한 국립공원 훼손은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씨도 “천연기념물 182호로 지정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훼손하면 안 된다”며 “더구나 1회성 행사를 위해 구태여 만들 필요가 있나”고 의문을 표명했다.
 
야당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라산은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한 곳"이라며 "김 위원장의 한 차례 방문을 위해 백록담에 헬기장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백록담에 헬기장을 설치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착륙장 없는 백록담 헬기 이용’으로 절충한 모양새다. 한라산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청와대나 제주도에서 헬기장과 관련한 언급이나 공문은 없었다”면서 “과거에도 백록담 시추작업을 위해 헬기가 착륙장 없는 곳에도 내린 적이 있고 현재 상태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산악인 오모씨는 “헬기장을 만든다면 평평하고 물이 잘 안차는 백록담 서쪽이 유력하다”면서도 “하지만 맑은 날에도 백록담 내에 돌풍이 자주 불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산악연맹 배성우 부회장은 "연맹 차원에서 한라산 헬기장과 관련한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당한 절차와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산 국립공원 관계자는 “헬기장 설치 여부는 청와대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18일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한라산을 찾는다. 이후 청와대가 한라산 헬기장 설치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일상등산사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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