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겨울 패딩은 짧고 화려하게…'김밥' 대신 '근육맨'이 되라

중앙일보 2018.11.13 00:04 종합 20면 지면보기
'몽클레르 1952'가 올겨울 내놓은 패딩. 짧은 길이에 비닐코팅을 한 것같은 빨강 에나멜 코팅 소재를 사용했다. [사진 몽클레르1952]

'몽클레르 1952'가 올겨울 내놓은 패딩. 짧은 길이에 비닐코팅을 한 것같은 빨강 에나멜 코팅 소재를 사용했다. [사진 몽클레르1952]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전국민적의 사랑을 받은 ‘패딩’(점퍼) 얘기다. 업계가 추산하는 2017년 한해 겨울 동안 판매된 롱패딩 개수는 약 200만 장. 폭발적인 패딩 인기에 겨울이 끝날 무렵엔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남은 물량을 값싸게 팔아 치우는 업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올겨울 패딩의 인기는 다시 불붙고 있다.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업계의 패딩 매출 현황만 봐도 과장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 경우 패딩 거래액은 8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286%가 뛰었다. 블랙야크는 10월 한 달 동안 5만 장의 패딩이 팔려 나갔고, 11월 초 헤드는 홈쇼핑 30분 방송만으로 14억원 어치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최근 남편과 아이의 패딩 2벌을 구매한 주부 이지선(39)씨는 “이제 겨울을 나려면 패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월동준비 차원에서 서둘러 샀다”고 말했다.  
올해는 배우 공유를 모델로 내세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올해 은박지 같은 메탈릭 실버 원단을 사용한 패딩스타일을 제시했다. [사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올해는 배우 공유를 모델로 내세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올해 은박지 같은 메탈릭 실버 원단을 사용한 패딩스타일을 제시했다. [사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은색, 형광색, 오로라 무늬를 입힌 화려힌 숏 푸퍼를 선보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은색, 형광색, 오로라 무늬를 입힌 화려힌 숏 푸퍼를 선보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2018 패딩 트렌드는 숏 또는 컬러
지난해 히트한 검정 롱패딩 주춤
올해는 수지·아이유·화사 모두 핑크
미쉐린 마스코트형 숏 푸퍼 쏟아져
롱패딩도 컬러·글리터로 강렬하게

하지만 올해 패딩은 작년과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숍 W컨셉의 강주연 우먼팀 팀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기능성보다는 스타일에 집중한 패딩이 강세”라며 “길이가 짧아지고, 다양하고 화려한 소재와 컬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길이다. 롱패딩이 여전히 나오긴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숏패딩’을 내놓고 있다. 종전의 무채색 기능성 원단만을 사용하던 것에서 탈피해,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부터 형광·핑크처럼 좀처럼 패딩에선 사용하지 않던 화려한 색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조금 더 과감하게는 비닐 코팅을 한 것 처럼 번쩍이는 유광(글리터) 원단이나 은박지 같은 메탈릭 원단, 체크·오로라 무늬가 들어간 소재를 사용하는 등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스트리트 브랜드 '엄브로'가 내놓은 패딩들. 1990~2000년대 유행했던 그 스타일이다. [사진 엄브로]

스트리트 브랜드 '엄브로'가 내놓은 패딩들. 1990~2000년대 유행했던 그 스타일이다. [사진 엄브로]

무지개처럼 다양한 원색 패딩을 내놓은 MLB. [사진 MLB]

무지개처럼 다양한 원색 패딩을 내놓은 MLB. [사진 MLB]

본래 어떤 스타일이 크게 유행하면 다음 시즌엔 그와 정반대되는 스타일에 끌리는 게 패션계의 생리다. 지난해 검정 롱패딩에 지친 심리를 파고들어 올해는 정반대로 길이를 줄이고 다양한 색을 써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 셈이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김경희 G마켓 팀장(패션뷰티실)은 “지난해 대비 올해는 패딩 월 판매량이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늘었는데, 여기엔 컬러 패딩과 숏패딩이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검정 롱패딩을 기본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올해 다른 색, 다른 길이의 패딩 제품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길이가 짧거나 길거나, 올해 패딩은 뽈록뽈록한 볼륨을 잘 살린 미쉐린 마스코트 스타일의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 왼쪽은 지난해 '선미패딩'으로 큰 인기를 끈 '헤드'의 숏 패딩, 오른쪽은 '코오롱스포츠'의 롱 패딩이다. [사진 코오롱FnC]

길이가 짧거나 길거나, 올해 패딩은 뽈록뽈록한 볼륨을 잘 살린 미쉐린 마스코트 스타일의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 왼쪽은 지난해 '선미패딩'으로 큰 인기를 끈 '헤드'의 숏 패딩, 오른쪽은 '코오롱스포츠'의 롱 패딩이다. [사진 코오롱FnC]

 
디자인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의 마스코트인 ‘비벤덤’처럼 패딩을 한껏 부불려 볼록볼록하게 만든 게 대세다. 모양 때문에 ‘푸퍼’(Puffer)란 패션 용어도 등장했다. 푸퍼란 원래 공기를 품어 몸을 부풀리는 생선인 복어를 뜻하는 말로, 해외에선 모든 패딩을 칭하는 말이다. 국내에선 잘 사용하지 않다가 올해 비벤덤같은 모양의 패딩을 설명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

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

특히 길이가 짧은 ‘숏 푸퍼’는 이미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일이다. 한국만이 ‘평창패딩’을 중심으로 긴 검정 롱패딩이 유행했을 뿐, 뉴욕·런던 등에선 소위 ‘옷 좀 입는다’는 벨라 하디드·켄달 제너 등 셀럽들이 숏 푸퍼를 입어 각광 받았다. 1990년대 한창 유행했던 스타일이지만 최근 몇 년간 불고 있는 레트로와 유스 컬처(10대 문화), 스트리트 패션 트렌드와 맞물려 올해 가장 세련된 겨울 옷으로 재조명됐다. 2017년 발렌시아가가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보여준 이래, 2018년 가을·겨울 시즌엔 메종 마르지엘라·사카이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프리미엄 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에르노도 숏 푸퍼 스타일을 일제히 내놨다. 럭셔리 브랜드의 스타일을 빠르게 받아들이기로 유명한 SPA브랜드 자라 역시 올해 반짝이는 빨강 비닐 소재로 만든 오버사이즈 숏 푸퍼를 겨울 외투로 제시했다.
왼쪽부터 발렌시아가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 자라의 2018년 겨울시즌 출시 패딩이다.

왼쪽부터 발렌시아가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 자라의 2018년 겨울시즌 출시 패딩이다.

 
국내에선 2010년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노스페이스 눕시’가 올해의 패딩으로 재등장했다. 근육질 남자의 몸매 같은 형태라 해서 ‘근육맨 패딩’이라 불렀던 바로 그 옷이다. 지난해 60만장에 달하는 롱패딩을 판 디스커버리는 형광색과 마치 은박지를 입혀놓은 것 같은 메탈릭 소재를 사용한 숏 패딩을 전면에 내놨다.
올해 '핑크'를 내세운 숏 패딩들. 왼쪽부터 K2, 뉴발란스, 노스페이스. [사진 각 브랜드]

올해 '핑크'를 내세운 숏 패딩들. 왼쪽부터 K2, 뉴발란스, 노스페이스. [사진 각 브랜드]

올해 패딩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용 패딩의 구분이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성별 구분 없이 일자 라인의 검정 패딩을 입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여성용 패딩에 여성스러운 색감, 허리에 벨트를 묶는 등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이 입혀졌다. 이종훈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전무는 “지난해까지 남성적인 아웃도어 느낌이 많은 패딩에 지친 여성들이 올해는 여성성이 강조된 스타일을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여성을 위한 다운 스타일 수만 작년 대비 56%를 늘렸다”고 말했다.  
롱패딩에도 여리여리한 핑크색이 등장했다. 왼쪽은 '아이더'의 연한 파스텔톤 핑크 롱패딩 '나르시스', 오른쪽은 'K2 아그네스' 롱패딩에 핑크 퍼를 부착한 올해 제품의 모습. [사진 아이더, K2]

롱패딩에도 여리여리한 핑크색이 등장했다. 왼쪽은 '아이더'의 연한 파스텔톤 핑크 롱패딩 '나르시스', 오른쪽은 'K2 아그네스' 롱패딩에 핑크 퍼를 부착한 올해 제품의 모습. [사진 아이더, K2]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핑크색이다. 핑크도 여리여리한 소녀를 연상케 하는 파스텔톤 핑크다. 매장 전면에 디스플레이한 옷들도 가수 수지(K2), 아이유(뉴발란스), 화사(노스페이스) 등의 모델들이 광고에 입고 나온 핑크 패딩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자 끝에 다는 털도 화려해졌다. 지난해 ‘수지패딩’으로 인기를 끌었던 K2의 아그네스 패딩은 올해 핑크색과 파란색 털을 달았다. 이양엽 K2 의류기획팀 부장은 "패딩이 화사해 보일 수 있도록 핑크색을 활용한 디자인과 장식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