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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필립의 인생 2막 “연기 접고 화장품 만들어요”

중앙일보 2018.11.13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긴 머리와 수염을 자르고 사업가로 변신한 배우 이필립. [강정현 기자]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긴 머리와 수염을 자르고 사업가로 변신한 배우 이필립. [강정현 기자]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신의’ 등에서 선 굵은 마스크와 차분한 목소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배우 이필립(38)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2007년 ‘태왕사신기’를 통해 데뷔한 이래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2년 ‘신의’ 액션 연습 중 실명위험 75%에 가까운 눈 부상을 입고 배우생활을 접어야 했다. 간신히 시력은 회복했지만 더 이상 촬영장의 강한 조명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그는 사업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2년 간 준비한 화장품 브랜드 ‘프로레나타(PRO RE NATA)’다. 회사명은 ‘카탈리스트(katalyst)’.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 단어들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그로선 삶의 방향을 선회하면서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의미 있는 단어들이다.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긴 머리와 콧수염을 자르고 나타난 그에게 사업가로서의 출사표를 들어봤다.
 

‘시크릿 가든’ ‘신의’ 등서 얼굴 알려
2012년 촬영 사고로 드라마 떠나
식물 태반 사용한 남녀 공용제품

사업가로 변신한 이유.
“대학 졸업 후 아버지(미 국무부가 선정한 최고의 IT기업 STG의 이수동 회장)에게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작은 IT 기업을 2년 정도 운영했었다. 2007년 지인의 소개로 연기자의 길을 알게 됐고 ‘사업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지만 연기는 10년 후에는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배우에 도전한 거다. 원치 않았던 사고로 배우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을 때 ‘지금이 다시 사업을 시작할 때구나’ 생각했다.”
 
왜 ‘화장품’이었나.
“눈 부상으로 2년 여의 회복기간을 갖는 동안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회사명 ‘카탈리스트’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위한 ‘촉매’라는 뜻이다. 외모 뿐 아니라 삶을 더 생기 있고 아름답게 변화시켜줄 작은 촉매로 화장품은 아주 매력적인 도구라고 생각했다.”
 
화장품명 ‘프로레나타’는 무슨 의미인가.
“실제 처방전에 사용하는 의학 용어로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라는 의미다. 저마다의 피부 상태와 고민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맞춤처방 해줄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
 
‘프로레나타’ 재생크림.

‘프로레나타’ 재생크림.

프로레나타의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라는 컨셉트는 제품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현재 총 6종의 제품이 출시됐는데 모두 둥근 원통형 용기에 담겨 있다. 안에 든 제형은 겔·크림 등 각각 다르지만 사용법은 모두 펌프를 통한 분사 형태다.
 
기존 화장품들과 달리 모든 제품을 미스트 같은 ‘분사형’으로 만든 이유.
“손을 씻고 뭘 바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닐 때도 수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거다. 사실 골고루 분사되는 펌프를 찾느라 고생 많이 했다.(웃음)”
 
‘프로레나타’ 에센스.

‘프로레나타’ 에센스.

유명 수입화장품부터 국내 제품까지 총 60여 종의 펌프를 구해 깐깐하게 실험한 끝에 샤넬 고가 라인에 사용되는 지금의 제품을 골랐다. 제품 성분과 원료, 포장지 디자인 하나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덕분에 프로레나타 포장 디자인은 벌써 ‘IF 어워드’ 등 다수의 국제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내 가족이 쓴다고 생각하고 정말 좋은 원료를 썼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브랜드와 확연히 달라야 된다는 욕심도 있었고. 흔치 않은 ‘식물 태반’과 ‘식물 줄기세포’를 주 성분으로 쓴 이유는 그 때문이다. 열매의 발아와 성장을 책임지는 식물 태반은 배양이 쉽지 않아서 소량 밖에 얻을 수 없고 당연히 단가도 비싸다. 하지만 다양한 에너지와 영양성분이 응축돼 있다.”
 
물건을 팔면서 ‘손해보고 판다’는 말은 장사꾼의 흔한 표현 아닌가.
“80㎖ 제품의 가격이 3만5000~5만2000원 선인데 물론 손해는 보지 않지만 남기는 게 적는 건 맞다. 첫 선을 보인 라인은 대중에 빨리 쉽게 다가가기 위해 만든 거라 이익은 적게 설정했다. 물론 두 번째 라인으로 계획 중인 앰플 가격부터는 조금 다를 거다.(웃음)”
 
‘사업가 이필립’답게 제품을 소개한다면.
“남녀공용 제품이고, 미스트 제형이라 남녀가 느끼는 사용감·만족감은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만든 게 제일 좋으니 이 것만 쓰라’는 말 안 한다. 기존에 좋았던 화장품들 그대로 쓰면서, 새로운 것에도 흥미를 가져보라. 선택은 그 후에 해도 된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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