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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쁘다’는 무슨 뜻? 한국인보다 한국어 잘 아는 외국인

중앙일보 2018.11.13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외국인 출연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대한외국인’. [사진 MBC에브리원]

외국인 출연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대한외국인’. [사진 MBC에브리원]

방송가에 ‘대한외국인’이 뜨고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또 하나의 방송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2006~2010), ‘비정상회담’(2014~) 등이 외국인 패널을 주축으로 한 토론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의 장을 넓혔다면, 최근 선보인 프로그램은 일상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이 186만 명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닌 실제 이웃사촌이 됐기 때문이다.
 

퀴즈쇼 ‘대한외국인’ 새로운 시도
한국인과 10단계 정면 승부 화제
‘어서와~’‘ 한식대첩-고수외전’ 등
외국인 출연 예능프로 계속 늘어

가장 파격적인 프로그램은 지난달 4부작 파일럿으로 시작해 정규 편성에 안착한 MBC에브리원의 ‘대한외국인’이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이 출연해 한국 패널과 함께 1~10단계 걸쳐 퀴즈로 정면 승부를 펼친다. 한국 생활 2년 차인 러시아 출신 모델 안젤리나(1단계)부터 한국어 연구 46년 차인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 허배(10단계)까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패널이 포진해 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더 유리할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서울대 치대 출신인 가수 김정훈은 ‘아모르 파티’로 유명한 김연자의 사진 앞에서 무너졌고, 키즈 크리에이터 헤이지니는 최초로 10단계까지 올라갔지만 허배 교수의 철벽 방어에 부딪혀 최종 우승에 실패했다. 허배 교수가 맞춘 ‘구쁘다’는 배 속이 허전해 계속 먹고 싶다는 뜻으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김재훈 PD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포맷의 프로그램이 가능해졌다”며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위해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출연자 섭외에도 공을 들인다”고 밝혔다. 명문대 출신이나 멘사 회원 등 브레인을 담당하는 한국인 게스트를 섭외하는 한편,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출연 신청을 받으며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색다른 여행기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 [사진 MBC에브리원]

색다른 여행기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 [사진 MBC에브리원]

지난해 선보인 같은 채널의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예능 전성기를 견인하고 있다. 올 초 영국 편으로 채널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5.1%를 기록한 데 이어 현재 방영 중인 호주 편(4.7%)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 출연자 친구들의 시선으로 ‘낯설게 보기’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출연진의 인종·성별·연령의 다양화를 꾀하며 새로운 재미를 연출하고 있다.
 
장재혁 제작팀장은 “이벤트를 최대한 배제하고 각 팀의 여행 스타일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 점”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서울 시내에서 같은 장소를 가는 것을 피할 순 없지만 각기 다른 캐릭터에 집중함으로써 나라마다 완성된 스토리 라인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호주 편으로 방문한 블레어의 아버지 마크는 건축가의 시각에서 한옥과 청계천 등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주목했고, 여동생과 사촌 동생은 인스타그램 성지로 떠오른 카페 순례를 하며 서로 다른 여행 방식을 선보였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층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계획할 때 ‘어서와~’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되는 것처럼 세계 각국의 셰프들이 한국 고수와 팀을 이뤄 요리 대결을 펼치는 올리브 ‘한식대첩-고수외전’이나 JTBC ‘팀셰프’ 같은 프로그램이 한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외신 기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tvN ‘외계통신’도 호평받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타자에 대한 이해도와 감수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외국인 출연자는 한국 문화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다른 시각으로 차이점을 짚어줄 수 있는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며 “이제는 어떤 예능에 외국인 패널이 출연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의 선전으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계통신’ 등 각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애국심을 강요한 나머지 소위 ‘국뽕’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하고 쌍방향 소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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