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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길이 칠흑 같은 밤길로…신혼의 단꿈 깨는 이것

중앙일보 2018.11.12 13:00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13)

“전혀 상관없는 남녀가 만나고 서로 사랑에 빠져서 결혼할 확률, 기적이라고도 하죠, 기적이죠. 스스로 그런 고문을 선택하다니. 결혼은 길고 긴 고문이에요. 양반다리 위에 돌을 올린다든가, 물레방아 같은데 묶어놓고 빙빙 돌린다든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리메이크 드라마 ‘최고의 이혼’의 첫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아니! 결혼이 저렇게 길고 긴 고문이라면 우리는 왜 그 끔찍한 결혼을 하는 걸까? 흔히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고들 하는데 저 말대로라면 이거야말로 무덤이 아닌가 말이다. 하물며 이 드라마는 남녀를 불문하고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도 한다. 제목부터 최고의 이혼이라니! 이혼하니 최고라는 말인지 최고가 되기 위해 이혼을 한다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드라마 '최고의 이혼(원작)' 촬영지(2016년 4월). [그림 홍미옥, 갤럭시 노트5 S노트]

드라마 '최고의 이혼(원작)' 촬영지(2016년 4월). [그림 홍미옥, 갤럭시 노트5 S노트]

 
몇 년 전 봄이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들르게 된 꽃길 앞에서 마냥 즐거웠던 적이 있다.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것만 같고 물 위에 떨어지는 꽃잎도 춤을 추는 듯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사실 이 꽃길은 위에서 언급한 드라마의 원작(일본)에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다. 봄이면 만발하는 꽃길로 유명해서 굳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집에 와서 그날 꽃길을 생각하며 작은 폰 화면 위에 그걸 그려보았다. 떨어지는 꽃잎을 그릴 때는 이유 없이 마냥 행복했다. 어쩜 그리 예쁠까? 인생도 이런 꽃길이면 좋겠다. 하지만 인생은 저렇게 아름다운 꽃길만 걷는 게 아니란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물며 서로 다른 남이 만나는 결혼은 더 말해 무엇할까?


부부간에도 타인의 취향을 인정한다면?
후지TV '최고의 이혼'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 '결혼은 정말 사랑의 완성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러브 코미디다. [사진 KBS 최고의 이혼 홈페이지]

후지TV '최고의 이혼'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 '결혼은 정말 사랑의 완성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러브 코미디다. [사진 KBS 최고의 이혼 홈페이지]

 
사실 결혼생활이 30여년이 채 안 된 난, 감히 누구에게 조언하거나 해결책을 끄집어낼 자격도 능력도 없다. 나도 남들처럼 신혼 무렵엔 별거 아닌 거로 다투기도 하고 상대를 원망하기도 했다. 모든 다툼의 원인을 상대에게 몰아붙이기도 했고. 내가 그린 천변의 꽃길처럼, 또는 하얗고 눈부셨던 결혼식장의 버진로드처럼 그렇게 인생은 꽃길만 걷는 게 아니란 건 진즉에 알아차리게 됐다.
 
드라마에선 부부 본인의 문제로 다투고 실망하고 이혼을 꺼내 들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말이다. 본인 외의 가족이나 주변 일로 다투고 속상해하고 지쳐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신문을 보다가 혹은 드라마를 보다가 심지어 입에 올리기조차 사소한 일로 목숨을 걸듯 분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인공인 남편은 선물 받은 카스텔라를 생각하며 회식도 뿌리친 채 집으로 달려간다. 뜨거운 커피와 달콤한 카스텔라를 먹을 생각에 온종일 즐겁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정작 집에 가니 아내와 그 친구들의 떠들썩한 모임에 ‘행복한 휴식’이라는 카스텔라는 오간 데 없고 ‘실망’이라는 빵 부스러기만 어지럽게 뒹굴고 있다. 하필 그때, 하필 그걸.
 
그래서 어이없게 시작된 이혼이라는 과정. 나만 해도 그렇다. 정말 별거 아닌 거로 다투기 일보 직전까지 가곤 한다. ‘무더운 여름에 왜 당신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느냐’ 혹은 ‘엄동설한에 냉커피를 찾는 당신은 또 뭔데?’ 등 생사를 다루는 일도 아니요, 돈이 뭉텅 빠져나가는 일도 아닌데 그 ‘타인의 취향’은 어찌나 이해하기가 힘들던지….
 
몇십 년을 함께 사는 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힘이 되는 어떤 게 그 누군가에겐 싸구려 변기 커버가 될 수도 있다.” 극 중에서 좀체 코드가 달라 매사에 남편과 삐걱거리던 아내가 하던 대사다.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는 그깟 빵 쪼가리지만 또 그 누구에겐 휴식 같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별거 아니지만 난 카스텔라를 맛보며 달콤한 시간을 즐기고 싶었어’라고 말을 했더라면, ‘그게 나에겐 살아가는 작은 힘이 될 수도 있어’라고 말했더라면. 그랬다면 이 드라마는 시작되지 않았겠지 후후. 신혼이건 황혼의 노부부건 이런 ‘사소한 타인의 취향 이해하기’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내 경우에도 아직 이해 못 할 남편의 취향이 수시로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말이다.


꽃길도 걷고 어두운 길도 함께 걸어가는 
일본 도쿄 나카메구로. 왼쪽이 2016년 4월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이 2018년 11월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 홍미옥]

일본 도쿄 나카메구로. 왼쪽이 2016년 4월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이 2018년 11월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 홍미옥]

 
지난주에 우연히 기억 속의 꽃길이 있던 곳을 가게 되었다.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아름답고 화사했던 꽃길은 사라지고 없다. 부스러질 듯한 나뭇잎이 꽃잎을 대신해 수북이 쌓여있고 찬바람마저 불고 있었다. 그렇게 북적이던 상춘객도 흥청거리던 노점상도 없다. 황량하기까지 한 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다지 쓸쓸하지만은 않았다. 분명히 이 시간이 지나면 다가올 봄엔 또 화사한 꽃이 피어날 걸 예감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신혼 초엔 저 그림 속 꽃길을 걷다가도 이내 칠흑 같은 밤길을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시간도 이해와 배려라는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인생의 꽃길은 언젠가 아름답게 펼쳐질 거라고 믿는다. 물론 결혼생활 30여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도 아직 그 길을 잘 가꾸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자~ 우리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과연 그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하다. 최고의 이혼이 최고의 선택이 될지 아니면 수많은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의 완성을 보여줄지!
 
오늘의 드로잉팁
‘가끔은 선만으로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머리가 복잡하거나 별생각 없이 선을 긋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앱은 무료 버전에서도 충분히 멋진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비단결 같은 효과의 실크 페인트 드로잉 앱이다.
 
앱 실행 후 바탕화면을 선택하고 색을 정한 후 오른쪽 사진의 노란 원형 바로 아래 숫자를 클릭. 이번엔 3을 선택해 보았다. 간단한 선으로 문양을 그려주었는데 같은 패턴이 동시에 3개씩 그려진다.
 
앱 실행 후 바탕화면을 선택한다. [사진 홍미옥]

앱 실행 후 바탕화면을 선택한다. [사진 홍미옥]

컬러를 정한 후 오른쪽 사진의 노란 원형 바로 아래 숫자를 클릭한다. 이번엔 3을 선택해 보았다. [사진 홍미옥]

컬러를 정한 후 오른쪽 사진의 노란 원형 바로 아래 숫자를 클릭한다. 이번엔 3을 선택해 보았다. [사진 홍미옥]

간단한 선으로 문양을 그려주었는데 같은 패턴이 동시에 3개씩 그려진다. [사진 홍미옥]

간단한 선으로 문양을 그려주었는데 같은 패턴이 동시에 3개씩 그려진다. [사진 홍미옥]

 
특별한 기법이 있는 건 아니고 선을 긋다 보면 비단결 같은 문양이 나타나는데 불꽃이나 꽃, 추상적인 패턴을 그리는 데 유용하다. 폰드로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재밌고 신기한 경험이 될 것 같다.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 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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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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