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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세상] 나만의 주치의를 만들자

중앙일보 2018.11.12 00:43 종합 28면 지면보기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우리나라 의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는 가벼운 병을 앓는 환자도 모두 커다란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것이다. 긴급한 수술이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병, 또는 고치기 어렵고 희귀하여 특별한 전문의가 보아야 하는 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원이나 병원 수준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특별한 치료 없이 지속적인 경과 관찰을 요하는 병들도 마찬가지다. 환자들이 흔히 토로하는 “세 시간 기다려 삼 분 진료 받는다”는 불만은 대부분 종합병원의 이야기다. 보통 의원급에서는 얼마 기다리지 않고도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종합병원 중심의 의료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우선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대개 전문 과목 중에서도 매우 좁은 분야의 환자를 보게 된다. 예컨대 내과 중에서도 소화기내과, 또 그 중에도 간 질환을 전문으로 본다는 식이다. 매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에 대해서는 이러한 전문성이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와 질병에 집중하다 보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으며,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매우 번거로운 일인 데다가 환자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검사들을 받게 된다.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평소에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면 이러한 검사들 중 상당수를 줄일 수 있겠지만 바쁜 대형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그럴 여유도 없고, 자신의 관심 분야 외의 상태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기도 한다. 이러한 종합병원 중심 의료는 전체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그 부담은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가벼운 병에 대해서는 우선 가까운 의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혹은 우리 가족의 주치의를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근 지역의 내과나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의원 등을 다녀본 다음 마음에 맞는 의사를 찾아 꾸준히 다니면서 관계를 쌓아나가면 된다. 오랫동안 당신을 돌봐 온 그 의사는 누구보다도 당신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며, 종합병원의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소개해 줄 수 있다. 건강상담과 건강관리도 함께 받는다면 이편이 종합병원에서 여러 의사들 사이를 오락가락하기보다 더 나을 것이다.
 
다양한 의료기관을 잘 활용하는 현명한 의료소비자가 본인 건강도 지키고 국가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한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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