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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한 '미스터 제로' SK 김태훈-두산 함덕주

중앙일보 2018.11.12 00:05
SK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왼손 투수 김태훈. 양광삼 기자

SK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왼손 투수 김태훈. 양광삼 기자

올해 한국시리즈는 투수전 양상이다. 팀 타율 1위 두산(0.309)과 팀 홈런 1위 SK(233개)가 만났지만 경기당 평균득점은 7.4점으로 정규시즌(11.10점)에 훨씬 못 미친다. 선발투수들이 호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믿을맨'들이 뒷문을 단단히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좌완 김태훈(28·SK)과 함덕주(23·두산)다.
 
이번 포스트시즌 SK 불펜의 핵심은 김태훈이다. 넥센과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3과 3분의 1이닝 무실점했던 김태훈은 KS에선 세 번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했다.홀드 2개를 따낸 김태훈은 5차전에선 포스트시즌 첫 구원승까지 올렸다.
 
김태훈은 10년 만에 빛을 본 '기대주'다. 2009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SK 1차 지명을 받은 김태훈은 지난해까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군복무 2년을 제외한 7시즌 동안 2승 4패 4홀드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했다. 올해 연봉은 겨우 4000만원. 하지만 올해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해냈다. 올해 성적은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
 
가을 야구를 하면서 김태훈은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활약의 비결은 김광현표 '슬라이더'다. 올시즌 스프링캠프에서 김태훈은 2년 선배 김광현으로부터 슬라이더 그립을 전수받았다. 빠른 직구, 그보다 느리지만 살짝 휘는 싱커, 그리고 직구처럼 날아오다 휘어져나가는 슬라이더 조합으로 무장한 김태훈은 완전히 다른 투수로 태어났다.
 
최우수선수(MVP)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3차전에서 승리를 따낸 메릴 켈리가 6차전에서도 또 승리를 따내지 않는다면 김태훈이 깜짝 수상을 할 수도 있다. 김태훈은 "솔직히 한국시리즈에서 내가 인터뷰를 하는 것도 믿어지지 않는다"면서도 "불펜투수가 되는 게 쉽지 않겠지만 (투표) 부탁드린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세이브를 올리며 두산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잠근 마무리 함덕주. 연합뉴스

2세이브를 올리며 두산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잠근 마무리 함덕주. 연합뉴스

 
SK에 맞서는 두산 불펜진은 다소 부진하다. 기대했던 장원준은 예상 밖으로 부진했고, 유희관은 아예 등판도 못했다. 하지만 마무리 함덕주만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대한 선발을 길게 끌고 나간 뒤 함덕주에게 뒤를 잇게 할 계획"이라며 함덕주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두산의 마지막 버팀목이 함덕주다.
 
함덕주는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마무리가 아니었다. 김강률이 부진한 탓에 갑작스럽게 클로저로 낙점됐다. 하지만 함덕주는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다. 6개의 터프 세이브(동점 또는 역전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올린 세이브)를 포함해 27번의 팀 승리를 지켜냈다. 6승 3패 3홀드 27세이브.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주전 마무리 중 가장 낮은 2.96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함덕주는 제 역할을 100% 해내고 있다. 등판횟수는 두 번 뿐이지만 모두 1이닝 이상 소화했다. 2차전에선 1과 3분의 1이닝, 4차전에선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2세이브를 올렸다. 불펜진이 불안해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지만 꿋꿋이 지켜냈다. 함덕주는 "제구를 잡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차라리 8회부터 던지면 9회에 영점이 잡혀서 더 던지기 편하다"며 조기 투입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했다.
 
함덕주는 KS를 앞두고 큰 기대를 받았다. 올 시즌 SK를 상대로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1.29로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정, 로맥, 한동민 등 SK가 자랑하는 거포들을 상대로 정규시즌에서 홈런은 커녕 안타도 하나 주지 않았다. 기대대로 함덕주는 두 번의 등판에서 11타자를 상대해 단타 1개만 내줬을 뿐 철저하게 봉쇄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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